전북 전주에 사는 자영업자 박모(32)씨가 만든 '전주 보물찾기 SNS'가 인기다. 사진은 전주동물원에서 진행한 보물찾기 이벤트 안내 영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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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을 찾아라"…자영업자 SNS 대박
"전주시 곳곳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보세요."
전북 전주에서 이런 문구를 내건 SNS(소셜미디어)가 선풍적 인기를 얻고 있다. 이 SNS에서 전주 한옥마을을 비롯해 지역에 흩어진 관광 명소에 1만원권 지폐를 숨긴 뒤 이를 찾아낸 '행운의 주인공'에게 해당 현금을 주는 일명 '전주 보물찾기 이벤트'가 대박 나면서다.
낮엔 회사원, 밤엔 동업자와 술집을 운영하는 '투잡족' 박모(32)씨가 SNS를 운영한다. 박씨는 지난달 19일 인스타그램에 '캐치캐시_전주시(catchcash_jeonjusi)' 계정을 만들었다. 이날 금암동 전북은행 본점을 배경으로 찍은 10초 남짓 분량 보물찾기 이벤트 영상을 올린 게 시작이다. 비빔밥이 그려진 스티커 뒷면에 1만원권 지폐 한 장이 담긴 비닐봉지를 감춘 뒤 골목 벽에 붙였다. 영상엔 "보물을 찾으신 분은 DM(개인에게 보내는 메시지)으로 사진을 보내주시고 스토리를 올려주시면 추가 선물을 받으실 수 있다"는 박씨 목소리가 빠르게 흘러나온다.
'전주 보물찾기' 이벤트에서 현금을 찾은 '행운의 주인공'이 SNS에 올린 인증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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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에 1만원 붙여 돌 밑에 숨겨
과거 초등학교 소풍날 하던 보물찾기처럼 현금을 돌·난간 등 밑에 숨기거나 전봇대·벽에 붙이는 방식이다. 박씨는 이런 식으로 2일까지 28차례에 걸쳐 전주동물원·전주천·전북대·풍남문 등을 돌아다니며 현금을 숨기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보물찾기 장소는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 장군이 고려 말 왜구를 물리친 뒤 승전 잔치를 연 오목대부터 영화 '약속'을 촬영한 전동성당까지 전주 역사·문화를 대표하는 관광지이거나 랜드마크로 정했다. 전주만의 술 문화가 깃든 가맥(가게+맥주)집과 전주시청도 포함됐다. 지폐를 감추는 종이는 태극기·복주머니·방패연·하회탈·돌하르방·선비·장군·약과·송편 등 한국 전통문화를 상징하는 스티커를 썼다.
SNS 출발은 주머니가 가벼운 자영업자의 자구책이었다. 박씨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소상공인으로서 다른 업체를 통해 홍보를 맡겼는데 단가가 비싸 '저렴한 비용으로 가게를 홍보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해외 SNS를 중심으로 유행하는 보물(현금)찾기 이벤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도전했다"며 "청주 등 다른 지역에선 하고 있는데 전북에선 처음"이라고 했다.
영상은 본인 스마트폰으로 찍고, 편집도 휴대전화 앱을 이용한다고 한다. 박씨는 "보물찾기 현금은 사비로 충당하고, 보물 인증 과정 등은 모두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주 한옥마을 인근 남천교에서 진행된 '전주 보물찾기' 이벤트에서 현금을 찾은 '행운의 주인공'이 SNS에 올린 인증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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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만에 팔로워 1만명
입소문이 나면서 이벤트 시작 11일 만에 박씨 SNS 팔로워 수는 1만명을 돌파했다. "초기엔 10대가 많았는데 현재는 20~30대 대학생·직장인이 주로 참여하고, 전주시민이 약 75%를 차지한다"는 게 박씨 설명이다. 댓글창엔 '전주혁신도시에 와주세요' '군산에선 언제 하나요' 등 자기 동네에 와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열기에 힘입어 '우리 가게를 홍보해 달라'는 업체도 생겼다. 박씨는 최근 문을 연 일본식 선술집과 실내 액티비티 체험장 협찬을 받아 두 차례 보물찾기 이벤트를 진행했다. 매장 반경 300m 안 10군데에 1만원씩 숨겼다. 박씨는 "업체를 직접 방문해 품질·위생·서비스 등을 점검한 뒤 협업을 결정한다"며 "채널이 크기 전까지 보물로 숨기는 현금만 받고 편집·촬영·홍보는 무료로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지역에서 박씨 SNS와 유사한 계정도 속속 생기고 있다. 일각에선 '짜고 치는 고스톱' '사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박씨는 "악플이나 비판도 관심이라고 본다"며 "그런 분들에겐 일일이 DM을 보내거나 답변을 달면 오히려 '좋은 콘텐트 부탁한다'고 응원해 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팔로워 1000명 정도 달성해 보자고 시작했는데, 이렇게 이슈가 될 줄 몰랐다"며 "지역 소상공인에게 도움을 주면서 전주만의 매력을 알리는 플랫폼으로 키우고 싶다"고 했다.
전주 보물찾기 SNS에 올라온 이벤트 안내 영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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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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