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직무대리는 이날 9시25분쯤 공수처에 출석하며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특정인을 혐의자에서 빼라는 지시를 했느냐’, ‘피혐의자수는 왜 줄었느냐’ 등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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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직무대리는 해병대 수사단의 채상병 사건 조사 결과를 재검토한 국방부 조사본부의 책임자다. 지난해 8월 국방부 검찰단이 경찰로부터 회수한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수사기록을 다시 살피고, 범죄 혐의자를 8명에서 2명으로 줄이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해병대 수사단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은 형사처벌 대상에서 빠졌고, 대대장 2명에게만 혐의가 적용돼 경찰에 재이첩됐다. 박 전 직무대리는 당시 초동수사기록을 검토하고 ‘해병대 수사단 결과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가 번복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공수처는 박 전 직무대리를 상대로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수사기록에 대한 입장과 범죄 혐의자를 줄인 경위를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사건이 축소되는 과정에서 국방부나 대통령실의 외압이 있었는지를 파악하는 것도 이날 조사의 핵심이다.
한편 공수처는 지난달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의 소환조사를 시작으로 관계인을 잇따라 부르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윗선’의 외압을 최초 수사 책임자인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게 전달한 의혹을 받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 대한 소환조사도 이르면 이번주 안에 이뤄질 예정이다. 김 사령관은 박 단장에게 “대통령실 회의에서 VIP(대통령)가 격노하면서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공수처는 추후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 등 사건에 직접적으로 연루된 참고인들도 전부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해병대와 국방부를 거쳐 대통령실로 수사 외압 의혹의 조사 범위를 확대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공수처에는 대통령실 관계자 다수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0일 공수처를 찾아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통화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등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양수민 기자 yang.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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