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종교계 이모저모

“한국팬 직설적 표현에 감사… 법정스님 추모곡 들어보세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日 뉴에이지 그룹 '어쿠스틱 카페'

‘라스트 카니발’·‘롱 롱 어고’로 사랑받아

6월까지 두 달여 동안 전국 돌며 공연

‘with(위드) 스튜디오 지브리’ 부제 달고

애니메이션 ‘별을 산 날’ OST 등 들려줘

“음악은 국경 넘어 사람에 호소하는 힘

멜로디로도 그 감정 마음에 직접 전달

법정스님 관련 음악 미니앨범 준비 중”

“한국 팬들은 확실히 에너지가 달라요. 일본은 자기 마음을 억제하는 문화인데, 한국은 잔잔한 노래나 클래식이어도 박수를 치는 등 직설적으로 마음을 표현해요. 부담되기보다는 오히려 기쁘고 보람을 느끼죠. 이렇게 한국 팬들이 뜨거운 성원을 보내주시고, 그리고 응원을 해주셔서 저 스스로도 한국에 자주 오고 싶어지네요.”(쓰루 노리히로)

일본을 대표하는 뉴에이지 그룹 ‘어쿠스틱 카페(Acoustic Cafe)’의 리더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이며 키보디스트인 쓰루 노리히로가 지난 25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한국 콘서트에 대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1991년 노리히로를 중심으로 결성된 프로젝트 연주그룹 어쿠스틱 카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년 한국을 찾고 있다. 올해도 노리히로를 포함해 첼리스트 아야코와 피아니스트 니시모토 리에가 지난 24일 서울 성신여대, 26일 대구 수성아트피아, 28일 경기 수원 경기아트센터에서 가진 공연에 이어 30일 경기 안양아트센터, 다음 달 23일 광주 빛고을 시민문화관, 5월24일 경기 과천시민회관, 26일 서울 연세대, 28일 세종 예술의전당, 그리고 마지막으로 6월15일 부산시민회관까지 두 달여 동안 전국을 돌며 공연을 펼친다.

세계일보

바이올리니스트인 쓰루 노리히로(오른쪽부터)와 피아니스트 니시모토 리에, 첼리스트 아야코로 구성된 일본 뉴에이지 그룹 ‘어쿠스틱 카페(Acoustic Cafe)’는 “한국 팬들의 직설적인 감정 표현이 너무 감사하다”며 “이번 공연에는 법정 스님의 따뜻한 마음을 표현한 곡 ‘추상’을 연주한다”고 말했다. 실버트레인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어쿠스틱 카페가 처음 한국 땅을 밟은 것은 1999년. 당시 어땠냐는 질문에 노리히로는 “2000명 좌석에 단 200명만 채워져 있었다”며 “뉴에이지라는 장르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았고, 우리 그룹도 한국에서 유명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하지만 이후 조금씩 뉴에이지 음악을 듣는 문화가 형성됐다”며 “2009년 공연부터는 관객이 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어쿠스틱 카페는 2003년 앨범 ‘포 유어 메모리즈(For Your Memories)’ 수록곡 ‘라스트 카니발(Last Carnival)’과 ‘롱 롱 어고(Long Long Ago)’로 인기가 급상승했다. 특히 ‘라스트 카니발’은 ‘일본인이 죽기 전 듣고 싶은 음악’ 1위를 차지했을 만큼의 명곡이다. 물론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롱 롱 어고’는 MBC 드라마 ‘환생-NEXT’(2005)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으로도 사용됐으며. 가사를 붙여 가수 박기영이 부른 적이 있다.

2009년 이후 본격적으로 내한 공연을 진행했던 어쿠스틱 카페가 한국에서 공연을 펼친 횟수로만 수십 번이 넘는다. 기억에 남는 팬이 있냐는 질문에 “어제(성신여대 공연) 33세의 남성분이 오셔서 20년 전, 중학생 때부터 우리 노래를 좋아하셨다고 했다”며 “어떤 팬은 딸이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다며 연습하는 바이올린을 가져와서 사인해달라는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 사람들이 어쿠스틱 카페, 특히 ‘라스트 카니발’을 좋아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했다. 노리히로는 “그것은 나도 묻고 싶은 점”이라며 “한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에서도 ‘라스트 카니발’이 유명하다. 그 점을 생각하면 국경을 넘어 다양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노래가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음악은 국경을 넘고 사람의 마음에 직접 호소하는 힘이 있다”며 “특히 우리가 하는 음악은 가사가 있는 게 아니다 보니 멜로디로도 그 감정이 마음에 직접 전달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연은 ‘with(위드) 스튜디오 지브리’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그도 그럴 것이 노리히로는 지브리의 단편 애니메이션 ‘별을 산 날’의 음악감독을 맡은 바 있다.

“‘별의 산 날’은 이노우에 나오히사라는 화가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으로, 저에게 OST를 부탁해 참여했던 작품입니다. ‘라스트 카니발’과 ‘롱 롱 어고’ 같은 경우 저만의 세계를 표현했다면, ‘별의 산 날’ OST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이런 장면에 이런 곡을 하고 싶다고 요청해 작곡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어요.”

이번 공연은 1부 어쿠스틱 카페 오리지널, 2부 지브리 넘버로 구성돼 있다. 1부는 어쿠스틱 카페 멤버(3인)로만 연주하며, 2부에서는 퍼커션과 기타가 추가된 5인으로 ‘천공의 성 라퓨타’ ‘센과 지히로의 행방불명’ 등 지브리의 유명 애니메이션의 OST를 들려준다. 더불어 국내 미개봉작이며 지브리 박물관에서만 볼 수 있는 ‘별의 산 날’의 OST를 원작 삽화를 배경으로 연주한다.

게다가 1부에서는 법정 스님을 기리는 곡도 선보인다. “지난해 제작사 대표로부터 법정 스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분에 대해 궁금했어요. 그래서 그분과 관련된 영상과 책을 읽어보고 그분의 말씀에 감동을 받아 곡을 만들어봤습니다. 지난해 공연에는 ‘원스 인 어 와일(Once in a While)’, 올해는 ‘추상(Recollection)’을 연주합니다.”

‘원스 인 어 와일’은 법정 스님으로부터 받은 인상을 표현한 곡이며, ‘추상’은 법정 스님의 따뜻한 마음을 담은 곡이다. 앞서 열반에 든 법정 스님의 영정 앞을 찾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KBS ‘다큐멘터리 3일-법정 스님 가시는 길 72시간’을 2010년 3월에 방송한 바 있다. 다큐멘터리 마지막에 어쿠스틱 카페의 ‘라스트 카니발’이 흘러나왔다. 노리히로는 “법정 스님과 관련된 음악을 완성하는 게 목표”라며 “미니 앨범으로 준비하고 있으며 빠르면 6월에 공개할 것 같다”고 귀띔했다.

“한국에서 콘서트를 하면 매번 저희가 한국 속으로 녹아들어 가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건 너무 영광스럽고 즐거운 일입니다. 콘서트를 하면서 더 깊게 한국 팬들과 마음이 연결된다고 느낍니다. 이번에도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