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시설에서 역학조사를 준비중인 모습.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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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행사의 참석자 명단 제출을 거부했다며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것은 잘못됐으니 취소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코로나19 유행 시기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으로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A씨가 “평등권 및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낸 기소유예 처분 취소 헌법소원 사건을 인용했다고 29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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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나온 종교행사 명단 달라’ 요구 거부, 공문 받고 제출
한 종교시설의 간사였던 A씨는 2020년 11월 이틀간 단체 행사를 열었다. 6일 뒤 이 행사에 참석했던 한 사람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상주시보건소 공무원이 이틀간 시설에 방문해 ‘행사 기간 중 시설 출입자 및 종사자 명단을 달라, CCTV 영상도 보여달라’고 했지만 거부했다. 2주 뒤 역학조사를 위해 명단을 제출해달라는 상주시장 명의의 공문을 받고서야 명단을 제출했다.
A씨는 ‘역학조사를 거부했다’며 감염병예방법 위반, ‘나중에 제출한 것도 잘못된 명단’이라며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도 더해져 수사를 받고 검찰에 넘겨졌다. 2021년 6월 대구지방검찰청 상주지청 검사는 ‘A씨의 혐의는 인정되지만 기소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판단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기소유예는 ‘피의사실이 인정되지만, 피의자의 연령 및 환경 등, 범행 동기, 이후 정황 등을 고려해 기소는 하지 않는’ 결정이다. 불기소 결정 중 ‘죄가 안됨’ 및 ‘혐의 없음’은 범죄사실이 인정되지 않거나 범죄로 볼 수 없음을 전제로 하는 것과 다르다. 기소유예는 다른 불복 절차가 없고 곧장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내야 한다.
그러나 A씨는 “공무원이나 상주시장이 명단제출을 요구한 걸 역학조사라고 볼 수 없고 센터에 보관돼있던 명단을 이메일로 그대로 전송했을 뿐 허위로 조작한 사실도 없고 그럴 고의도 없었다”며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헌법소원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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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법리오해, 자의적 검찰권 행사” 기소유예 취소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 등 헌법재판관들이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선고를 시작하는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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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A씨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A씨의 공범들로 지목된 두 사람은 2022년 대법원까지 가서 무죄 판단을 받았는데, 당시 대법원의 판단은 “상주시장의 명단제출 요구만으로는 감염병예방법이 정하는 역학조사로 볼 수 없다”는 거였다. 감염병예방법 시행령 12조 1항은 ‘역학조사’에 포함될 내용으로 ‘감염병 환자 등’의 정보를 규정해뒀고 접촉자는 ‘감염병 의심자’로 따로 분류한다. 대법원은 “상주시장 측이 요구한 명단은 감염병 환자 등의 정보가 아닌, 접촉자(감염병의심자)의 인적사항 등 자료 요구이므로 '역학조사'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감염병예방법 시행령 14조에서 정해둔 '설문조사 및 면접조사' 등에도 해당하지 않아 역시 역학조사의 조건을 갖추지 못했고 공범들의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헌재는 앞서 공범들에 대한 재판에서 내려진 대법원의 판단을 모두 수용했다. 공범들 사건과 마찬가지로 A씨 사건에서도 상주시장이 자료를 요청한 행위는 역학조사가 아니고 고의로 역학조사를 방해하기 위해 잘못된 자료를 냈다는 점도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혐의 입증’을 전제로 한 기소유예 처분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헌재는 “범죄혐의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기소유예 처분을 한 것에는 법리오해, 중대한 수사미진의 잘못이 있다”며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고 밝히며 재판관 9인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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