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대 가해자 솜방망이 처벌 논란
실형 받는 사례 적어…5.5%에 그쳐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없음.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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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거나 다쳐야 학대 입증…학대 자체만으로 처벌 어려워
농림축산식품부는 2022년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안을 공포하고, 법률을 공포한 지 1년이 지난 지난해 4월 개정안을 시행했다. 전면 개정안은 기존 동물보호법 하위법령인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 담겨있던 학대 금지 행위를 모법으로 상향해 처벌 대상이 되는 요건을 명확히 명시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동물권 단체들은 개정안 시행이 학대 범죄 근절에 유의미한 효과를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동물권행동 카라에 따르면 카라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수사기관에 고발한 건수는 20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2022년 3월~2023년 3월에 집계된 건수는 13건으로, 개정법 시행 이후 오히려 고발이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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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한계로는 현행법이 학대 예방보다는 '사후 약방문'에 그친다는 점이 꼽힌다. 동물이 죽거나 다치지 않을 경우 학대 행위 자체만으로는 처벌에 어려움이 있다.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 자체만으로 처벌할 수 있는 조항도 뒀지만, 혹한·혹서에 동물을 방치하거나 음식을 강제로 먹이는 행위 등 4개에 그친다.
한재언 동물자유연대 변호사는 "수년 전 반려견을 하늘로 던져 사진을 촬영하던 이른바 '하늘샷'이 유행했을 당시, 동물에 대한 정신적 학대라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있었다"면서 "그러나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는 학대 행위 유형에 포함되지 않아 처벌이 불가능했다. 현행법은 동물이 죽는 등 사후적으로 학대 정황을 입증할 수 있는 사례만 처벌이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하늘로 던져 사진을 찍는 일명 '하늘샷'. 2018년경 인스타그램 등 SNS을 중심으로 하늘샷을 올리는 유행이 이어졌다. [사진=SNS 화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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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장' '짧은 목줄'…반려동물 아니면 처벌 난항
반려동물에 한해서만 방임과 방치에 대한 죄를 물을 수 있다는 점도 현행법의 문제점으로 꼽힌다. 개정 동물보호법은 반려동물에 한정해 최소한의 사육공간과 위생, 건강 관리에 소홀할 경우 학대로 규정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소유주가 동물을 반려가 아닌 목적으로 키우는 것이라고 주장할 경우 동물을 짧은 목줄에 묶어 사육해도 처벌 대상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 윤성모 카라 활동가는 "동물 단체에 가장 많이 들어오는 신고가 바닥이 뚫린 뜬장에서 개를 사육하거나 2m 이내의 짧은 목줄에 개를 묶어 키우는 경우"라며 "열악한 환경에서 동물을 키워도 반려동물이 아니면 방임과 방치 행위 자체만으로는 처벌이 안 된다. 지자체의 계도와 설득 정도로 해결하는 데 그친다"고 전했다.
솜방망이 처벌 한계…실형 5.5% 그쳐
가해자를 재판에 넘긴다고 해도 대다수는 벌금형을 받는 데 그친다. 동물 학대 행위로 동물이 죽음에 이를 때 가해자는 최대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3000만원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실형을 받는 경우는 극소수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2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검거된 1054명 가운데 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피의자는 단 2명(0.18%)뿐이었다. 법원행정처의 동물보호법 위반 1심 처리 내역을 보면 최근 5년간 정식재판을 받은 346명 중 실형을 받은 피고인 역시 19명(5.5%)에 그쳤다. 전체 피고인의 56.9%(197명)는 벌금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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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해 2025년까지 동물학대범에 대한 양형 기준을 세우기로 했다. 학대 처벌에 대한 수위가 들쭉날쭉해 제대로 된 처벌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그간 똑같은 동물 학대 범죄라 해도 누구는 벌금형이 나오고 누구는 징역형이 나오는 등 처벌 기준의 문제가 있었다"며 "양형 기준 수립과 함께 동물 학대 행위 유형을 세세하게 명시해 동물이 죽거나 다치지 않아도 학대만으로 처벌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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