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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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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천 년 역사 가진 고급 약재…간 기능 개선하고 면역 활성화, 항당뇨 효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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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칠의 건강 효과

사포닌 함량 높아 ‘나무 인삼’ 불려

『중약대사전』 “통증을 멈추게 한다”

아토피 피부염 증상 완화 등도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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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활용 가치가 높았지만 지금은 다소 낯설어진 전통 약재들이 있다. 너무 귀해 처방 및 약재 활용 사례가 줄었거나 현대에 오면서 다른 것으로 대체된 것이 대부분이다. 황칠(黃漆·Dendropanax trifidus)의 경우는 전자에 속한다. 다른 약재에 비해 일상에서 접할 기회가 줄어들면서 황칠의 다양한 효능 또한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황칠은 삼국시대부터 최고급 약재로 여겨져 온 천 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약재다. 백제, 통일신라,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이자 조공품의 핵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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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칠의 학명은 ‘병을 가져가는 만병통치약’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만큼 약재로서 가치가 높았다는 의미다. 게다가 사포닌 함량이 높아 ‘나무 인삼’으로도 불렸다. 실제로 황칠나무 뿌리에선 인삼 냄새가 난다고 한다. 황칠의 다양한 쓰임새는 고서(古書)에 잘 나와 있다. 허준은 『동의보감』에 황칠에 대해 ‘갑자기 아랫배가 아프고 허리를 펴지 못하는 신기통, 구토, 설사를 하는 곽란 치료에 도움된다’고 적었다. 중국 명나라의 본초학 연구서인 『본초강목』에는 급성 심통과 복통, 관절통에 대한 효과가 기록돼 있다. 또 모든 약재의 효능을 집대성한 『중약대사전』에는 ‘풍기와 습을 제거하고, 혈액을 순환시키고 통증을 멈추게 하며 풍습비통과 두통, 생리불순, 넘어져 다치거나 종창 등을 치료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밖에도 ‘풍습비통과 허리 통증, 소아마비 후유증, 반신불수, 타박상, 생리불순 등을 치료한다’(『광서본초선편』), ‘편두통과 어깨 신경통을 치료한다’(『전국중초약총집』) 등 다양한 기록이 있다.



간세포 생존율 높이고 면역 세포 늘려



황칠의 효능 중에서도 핵심은 간 기능 개선(피로 해소)과 면역 활성 증진이다. 생명과학회지(2020)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사염화탄소로 산화적 손상을 입은 간세포를 황칠나무 잎 열수 추출물로 처리하고 생존율을 분석한 결과, 추출물의 농도가 증가함에 따라 간세포의 생존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최근 만성 간 질환의 예방을 위한 천연물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 특히 간세포 내 지질 축적 억제 효능을 가지면서 안전성이 규명된 천연물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면서 “황칠나무 잎 열수 추출물은 간세포에 대한 보호능이 우수함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면역과 관련된 연구도 다양하다. 실험용 쥐에서 발효 황칠 추출물의 면역조절 활성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표준실험실 조건에서 황칠 추출물을 투여한 쥐의 경우 T림프구, B림프구, 비장세포가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림프구는 백혈구의 일종으로 면역의 핵심 기능을 담당하는 세포고, 비장은 면역 세포의 기능을 돕고 몸에 있는 세균·항원 등을 걸러내며 노화된 적혈구를 제거하는 기관이다. 연구진은 “황칠이 림프구 수의 증식을 촉진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로써 쥐 모델에서 식물 추출물의 면역 조절 효과를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황칠이 아토피 피부염과 관련된 면역 세포 불균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연구진은 황칠나무 잎 열수 추출물을 제조해 실험용 쥐에게 용량을 달리해 경구투여한 후 면역 조절에 관여하는 지표를 측정했다. 그 결과 추출물 투여 쥐의 아토피 피부염 증상이 완화한 것으로 관찰됐고, T세포 증식능은 증가, B세포 증식능은 감소했으며 경표피 수분량은 증가했다. 연구진은 “추출물 섭취가 아토피 피부염 유발로 인한 (비정상적인) 사이토카인의 분비를 정상화해 줄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며 “또 아토피 피부염의 주요 증상인 피부 건조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혈당 수치 낮추는 클로로겐산 등 풍부



황칠의 효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항산화·항염·항당뇨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클로로겐산, 페룰산, 퀘르세틴, 루틴 등 황칠에 함유된 주요 성분 때문이다.

천연 화합물인 클로로겐산은 몸 안에서 과산화지질의 생성 억제, 콜레스테롤 생합성 억제, 항산화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식사 후 혈액으로 글루코스(단당류) 방출을 느리게 하고 심장 질환을 예방하며 혈당 수치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페룰산 역시 항산화 작용과 함께 혈당 강하 및 콜레스테롤 저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성분이다. 게다가 멜라닌 색소 제거와 기미·주근깨 생성 억제 효과도 우수하다.

또 다른 성분인 퀘르세틴은 항산화제 활성이 보고된 성분으로, 단백질 활성을 조절하고 에스트로겐 수용체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지막으로 루틴은 플라보노이드에 속하는 수용성 물질로, 인체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지 않기 때문에 외부에서 보충해 줘야 한다. 항산화 작용뿐 아니라 혈관 강화, 염증 억제에 도움되는 성분이다. 이들 4대 주요 성분의 경우 특히 제주산 황칠에서 함량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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