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2인 추천 두 달 만에 오동운 낙점…주요 사건 수사 속도 기대
'채상병 특검법' 논의 속 지명…독립적 수사 의지 등 쟁점 전망
[연합뉴스 자료사진] |
(과천=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 석 달 넘게 공석이었던 2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에 오동운(54·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가 지명되면서 공수처가 오랜 지휘부 공백을 해소하고 주요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수처는 26일 윤석열 대통령이 오 후보자를 지명함에 따라 본격적으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후보자가 지명된 것은 지난 1월 20일 전임 김진욱 처장이 퇴임한 지 97일, 2월 29일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가 최종 후보 2인을 추천한 지 57일 만이다.
인사청문 절차에 20일 안팎이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내달 말 21대 국회 임기 종료 전 처장이 임명될 가능성이 있다.
공수처 내부적으로는 후보자가 누구인지와 무관하게 우선 차기 수장 후보자가 결정됐다는 것 자체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공수처는 김 전 처장에 이어 여운국 전 차장도 지난 1월 28일 임기 만료로 퇴임한 뒤 사실상 리더십 공백 상태에서 부장 책임제로 운영돼 왔다.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고 책임질 지휘부가 없는 탓에 수사는 지지부진했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 대사 임명·출국금지 해제 논란을 겪으며 여권으로부터 "공수처가 선거 개입·정치질을 한다"고 공격받기도 했다.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과 관련해선 신속하게 사건을 규명하지 못해 공수처 수사를 대체할 특검 도입 논의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수처는 해병대 사건 외에도 감사원의 국민권익위원회 표적 감사 의혹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여러 사건을 수사 중인데, 새로운 처장과 차장이 부임하면 사건 처리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공수처 관계자는 "새 처·차장이 부임하면 수사를 포함한 전반적인 업무가 모두 정상화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공수처장 후보에 오동운 변호사 지명 |
법조계에서는 판사 출신인 오 후보자가 지명된 것이 다소 예상과 다른 결과라는 반응도 나온다.
전임인 김 처장과 여 차장 역시 판사 출신이었는데 공수처 안팎에서 수사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적잖았기 때문이다.
최종 후보 2명 중 나머지 한 명이었던 검사 출신 이명순(58·22기) 변호사가 검사 시절 윤 대통령과 근무한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중립성·독립성 논란이 덜한 인사를 선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수사 경험이 없는 처장이 주요 사건을 잘 지휘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채상병 특검법이 논의되고 있는 시점에 공수처장이 지명된 것을 두고 '특검 방어 목적'이 배경에 깔린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따라서 오 후보자가 채상병 사건을 비롯한 주요 사건을 엄정하고 중립적으로 처리하겠다는 의지와 수사력 제고를 위한 구체적 해법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드러낼지, 또 출범 후 3년 간 쪼그라든 공수처의 위상과 존재감을 회복할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청문회 통과의 관건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오 후보자도 지명 직후 언론에 발표한 소감문을 통해 "공수처가 명실상부 독립적 수사기관으로서 권력 기관을 견제하고 부패 범죄를 일소하는 책임과 역할을 다해 국민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깊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오 후보자는 과거 미성년자 상습 성폭행범을 변호했는데 이런 부분도 인사청문회에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오 후보자는 당시 혐의 자체보다는 증거수집의 절차상 문제를 중심으로 변호했다는 입장이다.
오랜 수장 공백으로 흐트러진 조직 기강을 바로잡는 일도 차기 공수처장의 중요한 임무로 꼽힌다.
지난해 11월에는 현직 부장검사가 언론에 "검찰에서라면 일어날 수 없는 코미디 같은 일들이 마구 일어나는데 방향을 잡아줘야 할 처장, 차장 또한 경험이 없으니 잘하는 건 줄 안다", "총체적 난국"이라는 기고문을 싣기도 했다.
momen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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