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 분기 대비·속보치)은 1.3%로 집계됐다. 시장에서 0.6% 안팎으로 전망했던 걸 훌쩍 뛰어넘었다. 2021년 4분기(1.4%) 이후 2년여 만에 가장 높은 분기 성장률이다. 2022년 4분기 수출 부진 속에 -0.3%까지 내려갔던 분기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부터 반등했다. 올 1분기까지 5개 분기째 ‘플러스(+)’ 성장을 지속하게 됐다.
신재민 기자 |
이는 반도체를 탄 수출 흐름이 순탄한 데다 당초 둔화 우려가 컸던 내수도 개선된 영향이 크다. 부문별로 보면 수출은 휴대전화 등 IT(정보기술) 품목 중심으로 0.9% 성장했다. 3월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1% 늘어나는 등 반년째 ‘수출 플러스’가 이어지는 상황이 반영됐다.
민간 소비는 의류 등 재화, 음식·숙박 등 서비스가 모두 늘면서 0.8%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0.2%)와 비교하면 상승 기류가 뚜렷하다. 건설 투자도 건물·토목 건설 모두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2.7% 성장했다. 직전 분기(-4.5%)와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반면에 설비투자는 운송장비 중심으로 0.8% 하락했고, 수입도 0.7% 감소로 뒷걸음질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민간 소비는 소비심리 회복, 대외 활동 증가와 휴대전화(갤럭시S) 신제품 출시 등으로 상승했다. 건설 투자는 양호한 기상 여건, 일부 사업장의 마무리 공사 등으로 플러스 전환했다”고 말했다.
신재민 기자 |
1분기 성장에 가장 크게 기여한 항목은 민간 투자와 순수출(수출-수입)이었다. 각각 0.6%포인트씩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민간 소비(0.4%포인트)와 정부 소비(0.1%포인트)도 성장에 가속을 붙였다. 특히 체감경기와 직결되는 민간 소비 등 내수 지표가 반등한 게 긍정적이다. 내수 부문 성장 기여도만 따로 떼어보면 지난해 4분기 -0.4%포인트에서 올해 1분기 0.7%포인트로 플러스 전환했다. 연초부터 GDP 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한은(2.1%)·정부(2.2%)가 내놓은 연간 성장률 전망치는 올라갈 전망이다. 한은은 다음 달 수정 경제 전망을 할 예정인데, 이때 올해 성장률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다만 최근 들어 중동 정세 불안, 미국 금리인하 지연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향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3고’(고물가·고유가·고환율)가 언제든 한국 경제를 짓누를 수 있어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내수는 아직 침체 상황에 가깝고, 미국 금리인하 같은 불확실성도 있는 만큼 1분기 수치가 잘 나왔다고 성장률 전망치를 높이는 건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지만, 반도체 쏠림에 따른 ‘착시 현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국무역협회(무협)의 무역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수출액은 565억72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3.1% 증가했다. 전체 무역수지도 42억91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업황 회복에 힘입어 반도체 수출액이 1년 전보다 30억7400만 달러 늘어난 영향이 컸다. 하지만 반도체를 제외할 경우 상황은 달라졌다. 3월 기준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액은 449억1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3% 줄었다. 최근 1년간(2023년 4월~2024년 3월) 누적 무역수지는 215억24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는데 반도체를 제외할 경우 무역수지는 240억1700만 달러 적자로 전환된다.
정종훈 기자, 세종=이우림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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