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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국 쑥대밭으로"…서울대병원 교수 쓴 '사직의 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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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장범섭 서울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진료실 문 앞에 붙은 대자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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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효력이 발생된 첫날인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의 한 병동에는 '사직의 변'을 전하는 자필 대자보가 붙었다.

서울대병원 장범섭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이날 진료실 문 앞에 "대한민국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는 현 정부보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달라"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였다.

장범섭 교수는 '환자분들께'로 시작하는 글에서 "현재 대한민국 의료는 정치적 이슈로 난도질당하고 있다"며 "저는 환자분들을 성심껏 대했지만 누구 말처럼 연봉 3∼4억원은 어불성설이며 정부의 낮은 (의료) 수가로 환자는 5분 진료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이어 "이런 의료 현장의 목소리는 묵살하고 2000(명)이라는 숫자에 목 맨 (의대) 증원은 의료 재정을 더욱 고갈시키고 각종 불필요한 진료로 환자들은 제물이 될 것"이라며 "대학병원에는 아무도 남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뒤 6년 째 매년 계약하고 있다는 그는 "현 정부의 이러한 태도는 진료를 힘 빠지게 하고 소극적으로 하게 한다"며 "불혹의 나이에 얻은 각종 질병과 함께 개인 생활을 희생하면서도 응당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미련하게 살아온 모습이 오히려 어리석었던 것 같다"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참된 의사를 교육하는 병원의 교수로 있다는 것에 큰 회의감과 무기력함을 느껴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환자들에게)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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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장범섭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사진 서울대병원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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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교수의 대자보에 대한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인 조향연(44)씨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처음 파업 얘기가 나올 때는 '너무 환자 생각을 안 한다' 싶었는데 (비대위 글을 읽고) 공감이 됐다"며 "정부가 한발 물러나서 타협을 빨리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의 대자보에는 "응원합니다"라고 적힌 포스트잇이 붙기도 했다.

반면 어떤 이유에서든 환자들이 피해를 보게 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췌장암을 앓는 어머니가 입원 중이라는 손은성(35)씨는 "글은 읽었지만 의사분들 입장만 내세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결국 피해를 보는 건 환자들인데 자기 일을 하면서 다른 방법으로 (의대 증원 반대 의사를) 표현했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앞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도 교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지난달 25일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을 규탄하는 성명서와 함께 '환자분들께 드리는 글'을 병원 곳곳에 게시했던 바 있다.

성명서에는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증원 정책 추진을 비판하는 내용이, 환자들을 위한 글에는 "잘못된 정책으로 의료 체계가 무너지고 의학 교육이 망가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는 교수들의 호소가 담겼다.

서울대병원 본관 1층 엘리베이터 옆에 붙어있는 비대위 글에는 환자 또는 보호자가 적은 것으로 추정되는 욕설이 적혀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비대위 글을 읽고 교수들의 입장을 이전보다는 이해하게 됐다는 반응도 있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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