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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단독] 병든 채 쇼하다 죽은 돌고래···거제씨월드, 학대 정황 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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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감고 몸 뒤집어 유영하는 돌고래 모습

수의자 “염소 과다 추정, 락스처럼 치명적”

‘돌고래 폐사’에 수질 관리도 부실 정황

경남도, 법률 검토도 않고 “행정조치 못해”

경향신문

지난해 4월16일 거제씨월드에서 촬영된 큰돌고래. 눈을 감은 채 배를 뒤집고 떠다니고 있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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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씨월드에서 병에 걸린 상태로 쇼에 투입되었다가 죽은 돌고래들이 더러운 물에서 사육됐다는 정황이 나왔다. 거제씨월드 허가권자인 경남도청은 현장 조사로 학대 정황을 확인하고도 법률 자문도 받지 않은 채 “법률적 판단이 어려워 행정조치를 하기 어렵다”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시민단체는 “전형적인 소극행정”이라고 비판했다.

25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거제경찰서는 지난 22일 거제씨월드를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해 이날 사건을 관련 수사팀에 배당했다. 거제씨월드는 지난 2월 폐사한 큰돌고래 노바와 줄라이가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항생제 등을 투약해 쇼에 투입했다가 죽게 한 혐의를 받는다.


☞ [단독]거제씨월드, 아픈 돌고래 약 먹이고 쇼 강행시켜 ‘폐사’···형사처벌 가능할까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4161716001


사육 과정에서 수질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정황도 추가로 확인됐다. 2022년 이후 찍힌 복수의 사진을 보면 수족관에 갇힌 돌고래들은 눈을 감고 몸을 뒤집은 채 유영하고 있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수의사는 “과한 염소로 인해 눈을 감은 것일 수 있다”면서 “사람으로 따지면 락스를 눈에 붓는 것과 마찬가지로 눈에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과시설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돌고래들의 분변이 걸러지지 않아 물이 오염되는데, 거제씨월드가 유해균 제거를 위해 이산화염소를 과다 투입했을 수 있다고 봤다.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대표는 “염소 농도가 짙다는 것은 수조 내부의 위생상태가 엉망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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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씨월드에서 사육하는 큰돌고래가 바닥에 붙어 움직이지 않고 있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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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대표는 폐사한 노바와 줄라이의 건강이 악화한 데 오염된 수질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의심한다. 수질은 돌고래 건강과 직결되는 터라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은 연 4회 수질검사를 진행한다.

2017년 민관합동조사 결과를 보면 거제씨월드는 해수를 공급한다는 이유로 수질검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부검보고서엔 폐사한 노바와 줄라이 모두 ‘시가독성 생성 대장균성 패혈증’을 앓고 있었는데, 오염된 물이 감염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핫핑크돌핀스는 이 역시 동물 학대에 해당한다며 거제씨월드를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거제씨월드 허가권자인 경남도청은 지난달 4일 현장점검을 통해 학대 정황을 확인했음에도 영업정지와 같은 행정조치가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 경남도청 해양항만과는 지난 17일 윤미향 무소속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현장점검 결과 수온관리, 식단·위생, 부상 개체 관리 등 3개의 항목에 대한 필요사항이 발견됐다”면서도 “부검 및 점검 결과로 위법사항에 대한 판단이 곤란, 행정조치 애로”라고 답했다.

동물보호법과 수족관법이 정한 동물 학대의 범위가 법률상 불분명해 행정조치를 할 수 없다는 논리이지만, 경남도청은 관련 법률 자문조차 받지 않았다. 경남도청 해양항만과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법률자문을 받지 못하고 결정을 내린 부분이 있다”면서 “추후 경찰 수사 결과 등을 보고 저희도 (조처를) 하겠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현행법으로도 거제씨월드를 처벌할 수 있다“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국민들의 인식보다 뒤처져 있다. 개정된 동물보호법과 동물원수족관법 취지에 맞게 서둘러 행정집행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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