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경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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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으로 유가가 급등할 경우 한국의 올해 4분기 물가상승률이 최대 4.98%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24일 ‘국제유가 충격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다.
한경협은 이란과 이스라엘 간 군사 공격이 본격화돼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으로 이어질 경우, 전면전 양상에 따라 유가 상승 폭이 가파르게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원유 가격 급등은 생산자물가뿐 아니라 물류비, 공공요금 등에 대한 인상 압력으로 작용해 소비자물가를 상승시킨다.
한경협은 구체적으로 4가지 시나리오를 설정했다. 첫 번째로 현 수준의 긴장 상태가 유지된다면 국제원유 가격이 배럴당 88.55달러에 머물며 올해 4분기 국내 소비자물가는 3.01%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1분기 물가상승률 3%와 유사한 수준이다. 두 번째로 국지적 공격과 반격으로 리비아 내전 수준의 원유수급 차질이 발생하면 국제원유 가격은 배럴당 97.5달러까지 올라 4분기 물가상승률은 3.37%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전면전이 발생하면 충격은 더 커질 전망이다. 만약 이라크전 수준의 원유수급 차질이 생기면 국제원유 가격이 배럴당 115달러로 올라 4분기 물가상승률은 4%가 되고, 석유수출기구(OPEC)가 1973년 취한 석유 수출금지 수준의 원유수급 차질이 발생하면 국제원유 가격이 배럴당 148.5달러로 급등해 4분기 물가상승률이 4.98%가 될 전망이다.
지난 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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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원유 가격은 지난해 6월 공급과잉 해소로 저점을 찍은 당시 대비 현재는 약 20% 상승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 불안을 방지할 수 있도록 원유 도입선 다변화, 비축량 확대, 가격 헤지 등 수급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 비축유는 8개월 치 확보돼 있다. 한국무역협회 역시 국제 유가가 10% 오르고 달러당 원화가치가 10% 하락했을 때 국내 전 산업의 제조비용이 2.82% 올라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유가 불안이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체감 경기는 다시 악화했다. 한경협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올 5월 전망치는 94.9를 기록했다. BSI가 100보다 높으면 경기 전망을 전월 대비 긍정적으로 본다는 뜻이고,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으로 본다는 의미다. BSI 전망치는 올 2월부터 상승세를 이어가며 지난달(98.6) 기준선 100에 근접했으나, 최근 중동사태 악화에 따라 경기 심리가 나빠진 것으로 풀이된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95.5)과 비제조업(94.1) 모두 부정적이다. 제조업 BSI는 올 3월(100.5) 기준선 100을 초과한 이후 두 달 연속 다시 기준선 아래로 떨어졌다. 비제조업 BSI 부진은 올 1월부터 5개월 연속 100이하 상태다.
최선을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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