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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더 내고 더 받겠다"… 시민대표단 '소득보장론' 선택 [오늘의 정책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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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더 내고 더 받겠다"… 시민대표단 '소득보장론' 선택 [오늘의 정책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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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특위 공론화위 네 차례 숙의토론

시민대표단 의견, 학습 후 반대로 뒤집혀
기초연금 수급범위에 대해서는 의견 팽팽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가 최근 3차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시민대표단 492명은 연금개혁 학습 전엔 ‘더 내고 똑같이 받는’ 재정안정 쪽을 택했지만, 학습 후 ‘더 내고 더 받는’ 소득보장론으로 뒤집혔고 4차례 숙의토론 뒤엔 소득보장론으로 완전히 굳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금개혁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기 전에는 ‘연금 고갈’을 더 우려했다면, 학습·토론 후엔 실제 받게되는 연금 규모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기초연금을 현행 수준으로 유지할지, 수급범위를 점진적으로 축소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팽팽해 앞으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숙제가 될 전망이다. 아울러 10명 중 8명은 국민연금 의무가입 상한연령을 64세로 올리자는 데 찬성했다.

시민대표단 500명이 지난 14일 KBS 방송국에서 국민연금을 어떻게 개혁할지 결정하는 숙의토론을 하고 있다. KBS 유튜브 캡처

시민대표단 500명이 지난 14일 KBS 방송국에서 국민연금을 어떻게 개혁할지 결정하는 숙의토론을 하고 있다. KBS 유튜브 캡처


◆학습·토론 후 소득보장론으로 뒤집혀

22일 국회 연금특위 공론화위에 따르면 시민대표단 492명은 현행 ‘보험료율 9%·소득대체율 42%(2028년까지 40%로 하향 예정)’에서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로 늘려 소득보장을 강화하는 1안과 ‘보험료율 12%·소득대체율 40%’로 보험료율만 늘려 ‘더 내고 그대로 받아’ 재정안정을 강화하는 2안에 대해 3차례에 걸쳐 여론조사를 했다.

연금개혁 학습 전인 지난달 22∼25일 실시된 1차 여론조사에선 재정안정에 방점을 찍은 2안이 44.8%로, 소득대체율을 강화한 1안(36.9%)을 앞섰다. 4차례에 걸친 시민대표단 숙의토론회가 열리기 전만 해도 재정안정에 힘이 실린 셈이다.

실제 1·2차 시민토론회에서도 “매번 (국민연금이) 고갈된다는 얘기만 나오는데, 30년째 고통받고 있다. 왜 고갈되는 걸 국민만 고통받아야 하느냐”는 의견이 나왔고, ‘연금기금이 소진될 경우 공적 자금을 투입할 순 없는지’에 대한 시민 질문이 이어졌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국민연금 가입자가 전 국민의 60~70%여서 국고를 투입하면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국고 투입은 최후의 수단이라고 했다.


연금 고갈에 집중된 관심은 연금개혁 학습 후에 “소득을 더 보장해야 한다”는 쪽으로 뒤집혔다. 지난 13일 첫 숙의토론 시작 직전 2차 여론조사에서 소득보장론(1안) 측은 50.8%로 1차에 비해 13.9%p나 증가한 반면, 재정안정론(2안)은 38.8%로 오히려 6%p 줄었다.



특히 1차 조사 때 “잘 모르겠다”는 비율이 18.3%였는데, 2차 조사때엔 10.3%로 줄었다. 마음을 정하지 못하던 이들 상당수가 1안을 택했고, 2안 선택자 일부도 마음을 바꾸면서 두 안의 격차도 12.0%p로 커졌다.

4차 토론까지 끝난 직후인 21일 이뤄진 3차 조사에선 1안은 56.0%, 2안은 42.6%를 기록했다. 소득보장론 측은 2차에 비해 5.2%p 늘고 2안도 2차에 비해 3.8%p 증가한 결과, 두 안의 격차는 13.4%p로 굳어지면서 한 달 간 진행된 시민대표단 활동은 막을 내렸다.


◆기초연금 유지·축소엔 팽팽

지난해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이 40.4%인 가운데, 65세 이상 중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 대상 축소 여부는 4차례 토론에서 격론을 벌인 것처럼 여론조사에서도 ‘현구조 유지’ 52.3%, ‘수급범위 점진적 축소’ 45.7%로 팽팽하게 맞섰다.

국민연금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는 기초연금은 올해 1인당 월 최대 33만4810원인데, 용돈을 벗어나 실질적 도움을 주려면 대상을 축소하고 지원금액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 소재 국민연금공단 지사의 모습. 뉴시스

서울 소재 국민연금공단 지사의 모습. 뉴시스


재정안정파인 김수완 강남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토론회에서 “노인 10명 중 7명이 기초연금을 30만원 넘게 받아도 10명 중 4명이 여전히 빈곤하다면 기초연금액이 충분하지 않은 것”이라며 “빈곤한 분들에게 조금 더 많이 드릴 수 있는 기초연금 제도를 운용해야 한다”고 했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도 “지금처럼 70%를 고수하는 대신에 중간소득 정도로 지급기준을 변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소득보장 쪽인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금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보장을 모두 넓게 유지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며 “더 빈곤한 노인에게는 주거수당 등 별도 소득 보장을 추가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제갈현숙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초연금 받는 대상을 줄이면 그만큼 노인 빈곤 규모가 커질 수 있다”고 했다.

한편, 공론화위는 세대간 형평성 제고방으로 ‘국민연금 지급의무 보장’(동의 92.1%) 및 ‘기금수익률 제고’(동의 91.6%) 방안이 많이 선택됐고, 퇴직연금은 ‘준공적연금 전환’ 방안이 46.4%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정재영·조희연·이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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