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골프 접대’ 의혹 이영진 헌법재판관 무혐의 처분

이영진 헌법재판관이 지난 2023년 12월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자리하고 있다. /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골프 접대’ 의혹을 받은 이영진(62) 헌법재판관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공수처 수사 1부(부장 김선규)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이 재판관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재판관은 인척 관계인 사업가의 고교 동문 A씨로부터 이혼소송을 알선해준다는 명목으로 2021년 10월골프와 식사접대, 현금 500만원, 골프의류를 받은 혐의로 고발됐다. A씨는 이 재판관이 자신과 골프를 친 뒤 저녁 식사모임에서 이혼소송과 관련해 “가정법원 판사를 통해 알아봐 주겠다”는 취지로 말했고, 골프비용도 자신이 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수처는 “이 재판관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직접증거는 A씨 진술이 유일한데, 기초적인 사실 관계 조차 A씨의 주장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 재판관을 불기소 처분했다.

공수처 수사 결과, 식사 비용은 A씨가 아니라 이 재판관 인척인 사업가가 결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A씨가 2022년 3월 ‘이 재판관에게 전달해 달라’며 이 재판관과 대학교 동문인 변호사에게 줬다는 500만원과 골프 의류는 이 재판관에게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수처는 A씨가 4인 골프비 128만원을 낸 건 맞지만, A씨의 이혼 소송과 이 재판관의 직무와는 관련성이 없다고 봤다. 직무 관계가 있다 해도 골프 비용은 1인당 32만원으로, 김영란법 한도를 초과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김영란법은 ‘공직자 등은 직무관련 여부나 어떤 명목에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수처는 이 재판관이 ‘가정법원 판사를 통해 알아봐 주겠다’고 한 것도 “관련 증거 상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법리상으로도 그 자체만으로는 알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공수처는 “관련 장소 폐쇄회로(CC)TV, 관련자들의 휴대전화 포렌식과 통화 내역, 골프 의류 박스에 대한 지문 감식, 관련자들 계좌 거래와 신용카드 결제 내역 등을 분석해 면밀히 수사했으나, A씨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공수처는 이 재판관과 함께 골프를 친 인척 관계 사업가와 이 재판관과 대학 동문인 변호사 등 2명도 무혐의 처분했다.

공수처는 지난 2022년 8월 한 시민단체로부터 고발장을 접수한 뒤 이 사건 수사를 해왔다.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4차례 조사했고, 지난해 12월엔 이 재판관을 서면으로 조사했다. 이 재판관은 당시 공수처에 낸 A4용지 10여쪽 분량의 서면 진술서를 통해 골프를 치고 식사를 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A씨 이혼 소송과 관련해 도움을 주려고 했다는 등의 의혹은 부인했다.

[이슬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