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화 스님, 고령 신도 위해
매달 사흘 ‘의자 법회’ 실험
지난주 음력 3월 초하루~초사흘 법회 때 조계사 대웅전에는 방석이 사라지고 의자가 설치됐다. 무릎이 아파 앉았다 일어서기가 힘든 고령 신도들을 위한 조치다./조계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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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석 대신 의자.’
최근 대한불교조계종 총본산 서울 조계사(주지 담화 스님) 대웅전 풍경이 바뀌었다. 음력 3월 초하루(4월 9일)부터 초삼일(4월 11일) 법회까지 사흘간 대웅전 마루에서 좌복(방석)이 모두 사라지고 그 자리에 접이식 의자가 놓인 것. 무릎이 아파 바닥에 앉았다 일어서기 힘든 고령 신도를 위한 시범적 시도였다.
그동안 불교계에서는 법당에 방석 대신 의자를 설치하는 방안이 부분적으로 시도돼왔다. 법당 앞쪽에는 절을 할 수 있도록 방석을 깔고 뒤편에는 의자를 비치하기도 했고, 사십구재를 올리는 전각 등 사찰 내 특정 공간에만 의자를 놓기도 했다. 일부 사찰에선 6~7명이 앉을 수 있는 일명 ‘교회 의자’를 도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계사 대웅전에 의자를 설치하는 시도는 없었다. 조계종 총본산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조심스러웠다.
방석 대신 의자 설치를 결정한 주지 담화 스님. /조계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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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의 실험은 지난해 10월 주지로 취임한 담화 스님의 결단에 따른 것. 조계사도 대웅전을 찾는 신도의 70%는 60대 이상이라고 한다. 담화 스님은 8년간 조계사 부주지를 맡은 것을 비롯해 10여 년간 조계사에서 포교·교무국장 등 소임(보직)을 살면서 법회 때 고령의 신도들이 점차 엎드려 절하는 것은 물론 앉았다 일어서는 것도 힘들어 하는 것을 지켜봤다. 그래서 일단 한 달에 사흘, 초하루~초사흘 법회 때에 한해 대웅전 마루에 방석 대신 의자를 놓아보기로 했다. 그 첫 무대가 지난 9~11일이었던 것. 담화 스님은 “조계사는 한국 불교의 얼굴이라는 점에서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며 “그렇지만 전통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르신 신도님들의 불편을 해소해드릴 방안을 고민하다 시범적으로 의자를 놓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수십 년 된 인사동 한정식 식당들도 이제는 방바닥에 앉아서 먹는 곳이 없지 않으냐”며 변화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2016년 8월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서 신자들이 방석에 가부좌를 하고 수능 기도를 올리는 모습. /조선일보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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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 실시 결과, 법회 풍경은 다소 변했다. 우선 수용 인원이 늘었다. 대웅전에 방석은 300개 정도 놓을 수 있었는데, 의자를 깔아보니 최대 400개까지 가능했다. 조계사 측은 빔프로젝터와 스크린을 설치해 신도들이 종이로 된 경전을 펼쳐 읽지 않아도 전면 스크린을 보면서 법회 순서를 따라 할 수 있도록 했다. 법문 전 스님들께 바닥에 엎드려 올리던 큰절 3배(拜)는 의자에 앉은 채 합장 삼배하는 것으로 바꿨다. 법회 시간 외에는 의자를 치워 평소처럼 마룻바닥에서 절을 올릴 수 있도록 했다.
신도들은 “무릎이 아파서 기도 동참이 어려웠는데 의자에 앉으니 감사하다”는 의견이 많지만 한편에선 “그래도 대웅전에서 열리는 법회 때는 절을 할 수 있어야지”라는 의견도 있다고 한다. 담화 스님은 “막상 의자를 놓고 보니 좋아하는 분들이 많아서 6개월 정도 시행하면서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풍경이 바뀐 것을 서운해하는 신도님들에겐 ‘한 달에 사흘만 이해해달라’고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고령화가 더욱 심해질 텐데 의자 외에도 고령의 신도님들께 절이 더 해드릴 부분이 없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조계사의 변화 시도가 전체 불교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은다.
[김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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