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여자 카드, 오빠 명의 계좌 등 7.7억 뇌물
수사 무마를 대가로 억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서울경찰청 소속 김 모 경무관이 지난해 8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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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청탁을 들어준 대가로 수억원대 뒷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고위경찰 간부를 재판에 넘겼다. 공수처가 출범 이후 직접 기소한 사건은 이번이 네 번째다.
공수처 수사1부(김선규 부장검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 혐의로 김모 경무관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경무관은 경찰 조직 상위 네 번째 계급으로 일반공무원 3급에 해당해 '경찰의 별'이라고도 불리는 고위직이다.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의류업체 대표 A씨와 김 경무관에게 계좌를 빌려준 오빠 B씨, 지인 C씨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로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김 경무관은 지인 소개로 알게 된 A씨로부터 사업 및 형사사건 등에 관해 담당 경찰을 알선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이를 들어준 혐의를 받는다. 그 대가로 김씨는 지난 2020년 6월~2023년 2월 A씨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A씨로부터 7억7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 경무관은 자신의 오빠 명의 계좌를 이용해 A씨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거액을 송금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 경무관은 다른 사람 계좌로 돈을 받은 사실을 부인했지만, 계좌추적을 통해 확보한 거래 내역 분석 결과 오빠 명의의 계좌가 김 경무관의 차명계좌라는 것이 공수처의 판단이다. 또 김 경무관은 지인 명의 계좌를 이용해 자금을 세탁하는 방식 등으로 수억원의 금품을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김 경무관은 A씨 명의 신용카드를 사용한 사실은 인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신용카드 사용 금액은 1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공수처는 뇌물 범죄수익 환수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7억원 상당의 재산에 대한 추징보전을 청구해 지난 9일 인용 결정을 받았다.
이 사건은 공수처가 2021년 1월 출범 이후 고소·고발 없이 자체 인지해 수사에 착수한 첫 사건이다. 또 공수처가 수사 대상자를 직접 법정에 세운 네 번째 사건이기도 하다. 공수처는 앞서 김형준 전 부장검사 '스폰서 검사' 사건, 손준성 검사장 '고발 사주' 사건, 윤모 전 검사 고소장 위조 사건 등 3건을 기소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8월과 12월 두 차례 김 경무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뇌물죄 성립 여부가 불투명하다며 모두 기각한 바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영장 기각 이후) 보강 수사를 했다"며 "유죄 판단을 받을 만하다고 보고 기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는 이상영 대우산업개발 회장의 뇌물공여 사건을 수사하던 중 김 경무관의 추가 혐의를 발견해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수사에 착수했다.
김 경무관은 2022년 6월 강원경찰청 소속으로 근무할 때 분식회계·횡령 등에 대한 경찰 수사 무마를 대가로 대우산업개발 이상영 회장에게서 3억원을 약속받고 이 중 1억2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공수처 수사2부(송창진 부장검사)는 대우산업개발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해 수사 후 향후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최근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받아 구속수감 중인 이 회장을 소환조사했다"며 "엄정하게 계속 수사해 추가 기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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