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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소년중앙] 공부·외모·직업…날 괴롭히는 걱정, 인형 친구와 나누니 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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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노소 누구나 마음속에 걱정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결혼·취업·경제·건강 등을 걱정하는 어른들은 물론 청소년들도 수많은 걱정에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어하죠. 교육부·질병관리청이 전국 중‧고등학생 6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2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중·고등학생 스트레스 인지율은 41.3%로 2021년(38.8%)보다 2.5%p, 2020년(34.2%)보다 7.1%p 올랐어요. 청소년들은 무엇을 가장 많이 걱정할까요. 통계청이 1만8445가구 내 만 13세 이상 3만5792명을 대상으로 한 ‘2022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2022년 청소년(13~24세) 중 90.8%가 고민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그중 13~18세 청소년이 가장 고민하는 문제는 공부(50.8%)·외모(13.3%)·직업(7.4%) 순으로 많았어요. 청소년이 고민을 상담하는 대상은 친구·동료(43.7%)가 가장 많고, 그다음으로는 부모(29.7%), 스스로 해결(18.1%), 형제자매(4.8%) 순이었죠. 청소년이 많이 걱정하는 공부·외모·직업 등에 대해 친구·동료에게 잘 털어놓는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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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를 활용해 걱정인형을 만들고 ‘걱정 처방전’에 나의 걱정과 걱정인형 이름, 하고 싶은 말 등을 적은 소중 학생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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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걱정을 덜어줄 친구·동료 중에 인형이 있다는 걸 알고 있나요. 바로 ‘걱정인형’입니다. 걱정인형은 중앙아메리카에 있는 국가 과테말라의 전통 인형이에요. 정확히 언제부터 걱정인형이 생겼는지 알 수 없지만, 오래전부터 과테말라에서는 부모가 걱정 때문에 잠을 못 자는 아이를 위해 작은 천 가방이나 나무 상자에 헝겊·실로 만든 걱정인형 5~6개를 넣어 선물했다고 해요. 아이는 잠들기 전 걱정인형 하나를 꺼내 걱정을 말하고 머리맡에 두죠. 부모는 아이가 잠든 사이, 머리맡에 있는 걱정인형을 버리거나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요. 아이가 일어나 걱정인형을 찾으면 부모는 걱정인형이 걱정을 가지고 사라졌다고 이야기하죠.

한국인형치료학회 최광현 회장(한세대 심리상담대학원 교수)은 걱정인형의 심리적 효과에 대해 “스스로 걱정을 해결하기 어려울 때가 있어요. 이때 걱정인형을 통해 걱정을 제어하는 것은 의미 있는 치료적 기제예요”라고 전했죠. “걱정인형은 인위적으로 걱정을 상자 안에 넣고 잠자게 하는 인지행동치료 기법과 유사해요. 마음속에 모든 걱정을 담을 수 있는 상자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곳에 다 넣는다고 상상하면서 잠자게 만드는 기법이죠. 이러한 기법은 실제로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내담자들에게 도움이 됩니다. 저는 상담 시 걱정 때문에 수면장애 등을 겪는 내담자에게 걱정인형은 물론 동전·핀·피규어 등 자신이 좋아하는 도구를 머리맡에 두고, 이 도구 안에 모든 걱정이 들어간다고 상상하면서 잠을 자도록 권하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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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미니언즈 걱정인형, 걱정인형 마그넷, 불멍 걱정인형과 목욕하는 걱정인형. 좋아하는 캐릭터·직업 등으로 걱정인형을 만들고 유리병에 담아 보관하거나 미니어처 소품으로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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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심리상담센터·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에서는 상담사에게 편히 걱정을 털어놓을 수 있게 걱정인형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해요.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수능(11월 16일)날부터 11월 22일까지 청소년을 위한 전국 연합 ‘찾아가는 거리상담’을 실시했어요. 전국 청소년 쉼터·지방자치단체·청소년상담복지센터·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등 436개 기관이 참여했죠. 여러 프로그램 중 ‘걱정인형 만들기’가 진행됐는데요.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걱정인형이 청소년들의 걱정을 해소할 도구가 될 수 있고, 청소년들이 걱정인형을 만들면서 상담사와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겠다는 판단에 ‘걱정인형 만들기’를 진행하게 됐죠”라고 말했어요. 이어 “‘걱정인형 만들기’에 참여한 몇몇 청소년들은 처음에 상담사에게 걱정을 털어놓는 걸 어려워했어요. 하지만 걱정인형이 걱정을 없애주는 인형이라는 걸 알게 되고, 걱정인형을 만드는 재미를 느끼면서 속에 있던 것들을 털어놓기 시작했죠. 특히 인형이 친근한 나이 어린 청소년들이 ‘걱정인형 만들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답니다”라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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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연 작가가 소장한 남미 지역의 걱정인형. 실을 주재료로 만들어졌으며 크기가 새끼손톱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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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종로구 인사동에 있는 두리두아트샵은 우리나라 전통 종이인 한지를 주재료로 만든 다양한 걱정인형을 판매하고, 걱정인형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에요. 김하윤·장이안 학생기자가 두리두아트샵에 전시된 다양한 한지 걱정인형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죠. 이곳을 운영하는 안세연 작가가 “보통 헝겊·실을 주재료로 하지만 저는 한지공예 전공을 살려서 한지로 걱정인형을 만들고 싶었어요. 한지로 걱정인형 몸통·팔·다리를, 실·양모로 머리카락을 만들죠”라고 말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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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인형은 보통 머리맡에 두거나 작은 가방·상자에 보관·휴대하기에 크기가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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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학생기자가 “걱정인형을 플라스틱이나 유리·돌멩이로 만들어도 되나요?”라고 물었어요. “걱정인형을 무엇으로 만드느냐보다 걱정인형에 의미를 부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애착인형을 예로 들면, 내가 좋아하고 항상 곁에 두고 싶은 인형이 재료·형태·크기 상관없이 애착인형이 되잖아요. 걱정인형도 걱정이 생길 때마다 털어놓고 싶은 인형이 있다면 어떤 재료로 만들든 상관없죠. 다만 유리나 돌멩이로 만들면 깨지거나 부서질 위험이 있어서 조심해야겠죠.”

이안 학생기자가 “걱정인형은 왜 대부분 사람 형태이고, 크기도 작나요?”라고 말했어요. “친한 친구 등 걱정을 이야기하고 싶은 상대를 사람으로 생각해서 사람 형태로 만드는 경우가 많아요. 좋아하는 캐릭터나 동물로 걱정인형을 만들어도 상관없죠. 걱정인형 크기가 작은 건 작은 가방이나 상자에 넣거나 머리맡에 쉽게 두기 위함이죠. 크기가 크면 휴대하기도, 버리거나 보관하기도 어렵죠.” 걱정인형이 다양한 크기의 유리병에 들어있는 것을 본 하윤 학생기자가 그 이유를 궁금해했어요. “과거에는 걱정인형을 걱정과 동일시해 없애는 것에 의미를 뒀다면, 요즘의 걱정인형은 보관하고 오래 보면서 걱정을 털어놓는 대화 상대로 의미가 달라지고 있어요. 걱정 한번 말하고 버려지면 걱정인형이 아깝잖아요. 이런 걱정인형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 유리병에 넣어보자고 생각했죠. 유리병 속 걱정인형에게 걱정을 털어놓고 싶으면 뚜껑을 열어 걱정을 말하고, 뚜껑을 닫아 걱정인형이 걱정을 먹어 없앤다는 의미를 부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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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인형 몸통에 감고, 머리카락을 묶을 한지 끈을 고르는 소중 학생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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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작가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걱정인형 체험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공방을 운영하면서 남녀노소는 물론 외국인까지 걱정 많은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한 초등학생 남자아이는 벌써부터 군대 가는 걱정을 하며 걱정인형을 만들었고, 한 직장인은 사무실에 걱정인형을 두고 지치고 힘든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오기도 했어요. 특히 초등 저학년이었던 어린아이들이 고학년 돼서 다시 온 경우도 많아요. 그런 친구들은 커가면서 친구·학업 문제, 부모님과의 관계 등 걱정이 계속 바뀌더라고요. 어떤 손님은 몸이 편찮아 병원에 있는 지인에게 걱정인형을 선물했는데, 나중에 다시 오셔서 걱정인형 덕분에 아팠던 분의 상태가 괜찮아졌다고 하셨어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이 일을 하는 게 뿌듯하고 보람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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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안(왼쪽)·김하윤 학생기자가 양모로 걱정인형 머리카락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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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 학생기자단이 머리가 긴 사람 형태의 한지 걱정인형을 만들어봤어요. 안 작가가 12cm 크기의 유리병, 가로·세로 15x3cm 크기의 흰색 한지, 여러 색의 한지를 꼬아서 만든 20~30cm 한지 끈들과 손톱 크기의 한지 리본, 눈·코·입·팔·다리가 될 검은색 한지 조각들, 양모, 목공풀, 핀셋, 가위를 준비했어요. “흰색 한지를 돌돌 말아주고 끝부분에 목공풀을 발라 마감해요. 말아준 흰색 한지 겉면 절반만 목공풀을 얇게 펴서 발라줘요. 그다음 원하는 색의 한지 끈을 감아줍니다. 끈이 길면 가위로 잘라주세요. 감은 끈이 걱정인형의 옷이 되는 거예요. 그 위에 한지 리본을 붙여줍니다.” 하윤 학생기자는 코랄색 끈과 핑크색 리본을, 이안 학생기자는 노란색 끈과 핑크색 리본을 골랐어요. “눈·코·입·팔·다리가 될 검은색 한지 조각들은 가위로 잘라 길이를 조절하고, 핀셋으로 집어 정밀하게 몸통에 붙여주세요. 어떻게 붙이느냐에 따라 걱정인형 표정과 팔·다리 행동이 달라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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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겊·실·한지·양모 이외에도 다양한 재료로 나만의 걱정인형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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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학생기자는 코랄·연분홍·진분홍색 양모를 엮고 두 갈래로 꼬아 삐삐 머리를, 이안 학생기자는 연하늘·하늘·파란색 양모를 하나로 뭉친 뒤 중간중간 한지 끈을 묶어 사탕 머리를 만들었어요. “머리가 될 한지 몸통 윗부분 틈 사이사이에 핀셋으로 양모를 꽂아주세요. 양모를 돌돌 말거나 꼬아서 원하는 머리 스타일을 만들고, 양모가 흐트러지지 않게 원하는 색의 한지 끈으로 고정을 시켜주세요. 완성된 걱정인형은 유리병에 담아 뚜껑을 닫아보고, 머리카락이 유리병에 다 들어가지 않으면 가위로 잘라 길이를 조절합니다.” 안 작가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나의 걱정거리, 걱정인형 이름, 걱정인형에게 하고 싶은 말 등을 적을 수 있는 ‘걱정 처방전’을 줬어요. 하윤 학생기자는 걱정인형에 ‘핑키’라는 이름을 붙이고, 성적·가족·학교생활·친구관계·학업이 걱정이라며 “항상 걱정 잘 먹어줘!”라고 걱정 처방전에 적었어요. 가족·학교생활·친구관계와 미래의 꿈이 걱정인 이안 학생기자는 걱정인형 이름을 ‘루다’라고 짓고, “내 걱정을 덜어줘”라고 속삭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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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윤(왼쪽)·장이안 학생기자 한지·양모를 사용해 걱정을 없애줄 걱정인형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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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학생기자가 “걱정인형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라고 물었어요. “유리병 안에 넣는 것 이외에도 투명한 통 안에 걱정인형을 넣고 고리를 걸어 키링으로 휴대할 수 있고, 걱정인형 뒷면에 자석을 붙여 마그넷 아이템으로 쓸 수 있어요. 공방 전시품을 보면 미니어처들이 많은데요. 미니어처 소품의 하나로 걱정인형을 사용할 수도 있죠. 그림에 다양한 형태의 걱정인형을 붙인 작품을 액자로 만들 수도 있답니다.” 하윤 학생기자가 “작가님은 걱정인형들이 걱정을 대신 짊어진다는 마법을 믿으시나요?”라고 물었어요. “네, 믿어요. 왜냐하면 걱정인형에게 내 걱정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풀리거든요. 손님 중에서도 걱정인형을 사거나 만들면서 마음이 편해졌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앞으로도 걱정인형이 걱정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이번 취재를 가기 전, 걱정인형이 정말 걱정을 없애줄지 궁금했어요. 두리두아트샵을 방문해 안세연 작가님께 이에 대해 여쭤봤어요. 작가님은 이곳에 온 수많은 사람이 걱정인형을 만들고, 걱정인형에게 자신의 걱정을 털어놓으니 기분도 풀리고 희망을 얻었다고 했어요. 작가님 말씀을 듣고 나니 걱정인형이 제 걱정을 없애줄 것이라고 믿게 됐어요. 제가 만든 걱정인형의 이름은 ‘핑키’예요. 핑키에게 걱정을 털어놨는데 하루빨리 효과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김하윤(경기도 덕은한강초 5) 학생기자

걱정인형에 대한 취재를 하면서 걱정인형이 과테말라에서 오래전부터 어린이들이 만들고 가지고 있었던 인형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어요. 또 헝겊이나 실뿐만 아니라 한지 등 원하는 재료로 걱정인형을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알았죠. 한지를 글 쓰고 그림 그리는 용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걱정인형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고, 한지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생겼어요. 소중 친구들도 걱정인형에게 걱정을 털어놓고 하루하루 마음 편히 지내보세요.

장이안(서울사대부초 4) 학생기자

글=박경희 기자 park.kyunghee@joongang.co.kr, 사진=이승연(오픈스튜디오)·두리두아트샵, 동행취재=김하윤(경기도 덕은한강초 5)·장이안(서울사대부초 4)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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