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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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렵다. 한두 달 물가 흐름을 더 지켜봐야 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기준금리 ‘동결’ 결정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한 얘기다. 그는 농산물 가격과 유가 상승세에 따라 물가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2%대 물가안착이 피벗(pivotㆍ통화정책 전환)의 전제 조건이란 점을 강조했다.
한은은 2%대로 물가가 안정되면 미국보다 앞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 총재는 “지난해 말 미국이 피벗 신호를 켠 이후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탈동조화는 시작됐다”며 “(한국도) 지금은 물가상승률 변화, 환율에 대한 영향 등 국내 시장 환경을 고려해 통화정책을 할 수 있는 여력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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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일문일답.
Q : 금통위원들은 3개월 이후 기준금리를 어떻게 전망하나.
“2월 회의 때와 같은 결과다. 금통위원 6명(총재 제외) 중 5명은 3개월 후에도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견해다. 이들은 물가상승률이 목표(2%)에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 기조를 지속해야 할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나머지 한명은 내수 부진이 지속될 경우 대응이 필요하니 인하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Q : 전 세계적으로 물가 경로가 울퉁불퉁한 모습을 나타내면서 기준금리 인하가 지연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저를 포함한 금통위원 전부 하반기 인하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생각하고 있다. (가격 변동성이 큰 에너지ㆍ식품 제외한) 근원 물가 상승률은 예상대로 둔화하는데 농산물 가격과 유가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만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하반기 월평균 2.3% 정도를 나타내며 전망치에 부합한다면, 금통위원 모두 하반기에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유가 등 문제로 2.3%보다 높아진다면 하반기에 금리 인하는 어려울 수 있다.”
“일각에선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깜빡이를 켰다’는 표현을 쓰는데, 깜빡이를 켜는 건 차선 바꿔서 좌회전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상황 아닌가. 지금 저희 상황은 깜빡이를 켠 상황도 아니고, 깜빡이를 켤까 말까에 대해서 자료(데이터)를 보고 고민을 하는 상황이다.”
Q :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대에서 쉽게 떨어지지 않고 있는 반면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세는 2%대로 꾸준히 둔화하는 모습이다. 두 지표 중 어떤 것에 방점을 두고 있나.
“그동안 헤드라인 물가(에너지ㆍ식료품 포함)와 근원물가가 거의 같이 움직였는데 본격적으로 두 지수가 차별화하고 있어 어떤 것에 더 비중을 둬야 하는지 한마디로 얘기하긴 어렵다. 유가와 농산물 가격 영향으로 헤드라인 물가가 근원물가보다 높고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이론적으로는 통화정책을 할 때 근원물가를 더 많이 봐야 하지만, 헤드라인 물가는 사람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함께 고려해야 한다. 앞으로 한두 달 정도 헤드라인 물가가 우리 예상대로 움직이는지 볼 필요가 있다.”
Q : Fed보다 먼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나.
“지난해 연말에 이어서 미국이 피벗(통화정책 변화) 신호를 줬기 때문에 전 세계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탈동조화는 이미 시작됐다고 본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는 흐름에선 환율 등 여러 제약이 있어서 통화정책을 마음대로 하기 어려운 면이 있었지만, 지금은 미국 피벗 시점에 대한 문제만 남아 있다. 물가상승률 변화, 환율에 대한 영향 등을 고려해서 국내 요인을 갖고 통화정책을 할 수 있는 여력이 더 커졌다. 다만 미국보다 (인하를) 먼저 할 수도 있고, (미국 피벗) 이후에 할 수도 있다는 거지, 반드시 먼저 한다는 말은 아니다.”
Q : 요즘 물가가 너무 높아 소비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측면도 있는데.
“국제적으로 봤을 때 (한국) 물가 수준이 더 높은 건 농산물과 주거비 등이다. 중앙은행 입장에서 제일 곤혹스러운 것은 기후변화에 많은 영향을 받는 농산물 가격이다. 농산물이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8%인데 최근 2~3개월 동안 물가상승분의 30% 정도가 농산물 가격 영향을 받았다.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서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보조금도 주고 노력할 수밖에 없고, 금리로 잡을 수 있는 문제만은 아니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작황이 변화한 게 근본적인 원인인 상황에서 재정을 더 쓴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까. 불편한 진실이다. 생산자 보호를 위해서 지금과 같은 정책을 계속할 건지, 혹은 수입을 통해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지, 국민 합의점이 어디에 있는지 구조적인 고민을 해볼 때다.“
Q : 올해 경제 성장 전망은.
“수출이 예상보다 빨리 증가하면서 올해 성장률이 2월 전망치(2.1%)에 부합하거나 상회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수출 증가가 내수까지 영향을 줘 소비 등에 영향을 줄지는 향후 1분기 데이터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
Q :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1360원대 수준까지 하락했는데(환율은 상승) 예전보다 불안 심리가 줄어든 모양새다. 어떻게 평가하나.
“최근 현상은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기대가 뒤로 밀리면서 달러 강세가 나타난 측면에 있다. 엔화와 위안화가 절하 압력을 받으면서 원화도 주변국 통화 영향으로 과도하게 절하되는 면이 있지 않은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과도한 변동성을 보이게 되면 시장 안정화조치를 취해서 환율 안정시킬 여력도 있고 여러 방법도 있어서 지켜보고 있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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