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과자류를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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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가격 인상 억제의 마지노선이었죠. 이제 정부가 이전처럼 가격 인하를 압박한다 해도 통제력이 예전만 못하지 않을까요. 누가 총대를 먼저 멜지가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한 곳이 올리면 물밀 듯이 가격이 따라 오를 수 있어요.”
11일 익명을 요구한 식품업계 관계자 A씨의 얘기다. 사상 최대 격차의 ‘여소야대’ 결과 앞에서 식품·외식업계가 그동안 억눌린 가격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업들은 “업계가 더는 버틸 수 없는 시점이 올 것”이라면서도 “우리 회사는 아직 구체적 계획이 없다”고 조심스러워했다. 가격이 정부와 소비자 모두에 민감한 문제인 만큼 모두 업체명 노출도 꺼렸다.
업계는 당장은 상황을 살피는 모습이다. 정부의 국정 운영 동력이 약해지면서 정부로부터의 가격 인하 압박은 느슨해질 수 있지만, 진보 야당의 압승으로 또 다른 눈치보기가 시작됐다. 식품업계 관계자 B씨는 “야당이 물가 안정 기조를 가져가거나, 정부 여당이 헤게모니를 빼앗기지 않으려 더 세게 (기업을) 압박할 수도 있어서 셈법이 복잡하다”고 말했다.
이어 B씨는“누군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단다면 초콜릿을 많이 쓰는 제과업체가 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예상했다. 기상 악화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초콜릿의 원재료인 코코아 가격이 급등해서다.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코코아 선물 가격은 1년 전 톤당 2900달러대에서 이날 1만400달러대로 3배 이상 치솟았다. B씨는 “원가 부담이 큰 데다 코코아가 나오는 카카오나무 작황이 회복되기까지 시간이 걸려 가격 인상 없이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주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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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공공요금 상승 등 변수”
외식업계 관계자 C씨는 수입육이나 과일, 원두를 주로 사용하는 외식·주스·커피업계도 가격 인상이 절실할 것이라고 봤다. 각각 원화가치 하락과 수급 불안, 원재료 가격 상승이라는 요인이 있어서다. 이날 원화값은 1364.1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달러당 9.2원 내렸다.(환율 상승) 2022년 11월 10일(1377.5원) 이후 1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밀가루, 설탕 등을 주재료로 쓰는 업체들은 최근 원재료 가격이 안정되면서 상대적으로 압박이 덜하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인상 시점을 결정할 변수로는 원재료 가격 외 유가, 공공요금, 인건비 등의 상승을 꼽았다. 식품업체 관계자 D씨는 “원재료 가격은 일시적 상승이나 하락 등 변동성이 있다”며 “하지만 한번 오르면 내리기 어려운 전기·가스요금, 인건비 등이 선거 이후 줄줄이 인상된다면 가격 인상 압박이 굉장히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2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전기요금을 동결했지만 한국전력의 최근 3년간 누적 적자가 43조원에 이르는 등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전기·가스요금 등 에너지 요금 인상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유가도 오름세다. D씨는 “에너지 요금 등의 인상에서 가격을 올릴 명분을 찾지 않겠나”라며 “외부에서는 식품업계 영업이익률이 상승했다고 하지만 예년 수준으로 정상화된 것이다. 다시 절반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으려면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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