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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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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종교만 진리라 생각하면 갈등 불러… 틈날 때마다 성경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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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와 불교 만남’ 주최 오경 스님

“모든 종교가 사랑-평화 말하지만

종교 분쟁-전쟁은 끊이지 않아

도그마 경계, 기독교 이해 위해 노력”

동아일보

오경 스님은 “종교가 자신만의 울타리를 치고 아집에 빠지면 갈등만 부를 것”이라며 “그런 종교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안동=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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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중순 경북 안동시민회관에서 ‘기독교와 불교의 만남’이란 주제의 심포지엄이 열렸다. 행사를 주최한 정경포럼(대표 오경 스님)은 종교 간의 벽을 넘자는 취지로 불교계가 주축이 돼 만든 단체. 7일 경북 안동시 보경사에서 만난 오경 스님은 “저는 중이지만 틈날 때마다 성경을 본다”라며 “다른 종교와의 비교를 통해 자기 종교의 진정한 메시지를 더 깊고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진짜 방에 성경이 있습니다.

“종교의 속성상 모든 종교는 자신들의 교리를 공고히 하는 데 몰두하기 쉽습니다. 그러다 보면 이성적, 논리적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도그마(dogma)에 갇히게 되지요. 자신들의 교리만 진리라는 배타적인 생각은 결국 갈등과 대립을 부르지요. 모든 종교가 사랑과 평화를 말하지만 인류 역사에 종교 분쟁, 종교 전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그래서 틈날 때마다 성경을 보지요.”

―종교 자신을 위해서도 벽을 허물어야 한다고요.

“종교계조차 지금이 탈종교 시대라고 인정합니다. 제가 볼 때 당연해요. 무조건적인 믿음은 의심의 여지없이 교리를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만 가능한 것이니까요. 보통의 인간이 교리에 의문을 가지고 비판하는 건 당연한 거예요. 그런데 그 이성적 비판을 견디지 못하고 ‘믿음이 약해서’라고 하면 누가 그 안에 들어가고 싶겠습니까.”

―스님에게 ‘기독교를 알아야 한다’라고 하는 게 좀 어색하기는 합니다.

“스님더러 예수를 믿으라는 게 아닙니다. 기독교를 믿는 사람들이 매우 많고, 또 짧은 시간에 급속히 성장했기 때문에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급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는 의미지요. 어떤 이유에서든 많은 사람이 기독교에 설득됐기 때문에 한국 교회가 그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 아니겠습니까.”

―사람들을 설득하지 못하는 종교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도 하셨더군요.

“부처님이 깨닫기만 하고 그 법을 퍼뜨리지 못하셨다면 불교가 있었겠습니까. 널리 퍼졌다는 것은 부처님이 중생을 잘 알아서 깨달음의 진리를 중생이 받아들이기 쉽도록 잘 설득했다는 의미입니다. 기독교도 마찬가지겠지요. 설득은 타인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그런데 종교가 자신만의 울타리를 치고 아집에 빠지면 설득은 고사하고 갈등만 부르겠지요. 그런 종교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안동=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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