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1350원대인 달러 대비 원화값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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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정세 불안·미국 경기 호조 등 강(强)달러 요인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달러당 원화값이 1350원대에 자리 잡는 모양새다. 이러한 강달러 기조가 길어지면 불안한 국내 물가를 더 자극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 거래일보다 0.4원 내린(환율은 상승) 1353.2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1월 1일(1357.3원) 이후 5개월 만에 최저점이다. 원화 가치는 최근 들썩이고 있다. 지난달 11일엔 1310.3원까지 올라갔지만, 이후 하락세가 뚜렷하다. 이달 2일(1352.1원), 5일(1352.8원)엔 각각 1350원대로 내려앉았다. 한 달도 안 돼 40원 넘게 내린 셈이다.
그 배경엔 달러화 강세가 있다. 특히 미국의 탄탄한 경기 지표가 강달러를 부추기고 있다.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1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고, 비농업 고용 증가 폭도 시장 예상치를 훌쩍 넘어 '서프라이즈'를 찍은 게 대표적이다. 지난주 후반엔 이스라엘의 이란 영사관 폭격 등 중동 리스크 확대,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 자금 환전 등까지 겹치면서 원화값 하락을 주도했다.
김경진 기자 |
앞으로도 강달러에 가까운 변수들이 남아있다. 이란이 이스라엘에 보복을 공언하는 등 중동에 드리운 전운은 짙어지고 있다. 전쟁 우려가 커지면 위험 회피 심리 속에 '안전 자산' 달러 등으로 수요가 쏠릴 수밖에 없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1973년=100)는 지난달 초 102선까지 내려갔지만, 이달 5일엔 104.3으로 올랐다.
또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인사가 '매파'(통화 긴축 선호) 발언을 내놓는 등 미 금리 인하 시점도 미뤄지는 기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6월 금리 동결 가능성은 51.9%(한국시간 8일 정오 기준)로 높아졌다. 물가와 밀접한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긴 가운데 이번 주 발표되는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주요 지표까지 시장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 상반기 내 인하는 멀어질 수 있다.
이에 따른 원화값 하락은 국내 물가까지 들썩이게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수입물가지수는 환율 불안 속에 1~2월 연속으로 상승세(전월 대비)를 기록했다. 지난달 말 나타난 빠른 원화값 하락을 고려하면 3월 수입물가도 올랐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이는 생산자 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 전체 소비자 물가까지 휘청일 수 있다. 두 달째 3%대를 지키는 '울퉁불퉁한' 물가 상승률의 둔화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 증가 등 원화값 강세 요인이 환율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면 강달러 국면은 완화할 거란 분석도 나온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주까지는 강달러 변수가 많아 1360원 가까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달러 강세 요인이 이미 많이 반영된 만큼 방향을 틀 모멘텀만 생기면 원화값도 다시 1340원 아래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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