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니뇨’ 출연하는 정시만 인터뷰
“팬데믹탓 기대보다 늦어진 기회
철저한 연습으로 감동 전할 것”
어린 시절에는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변성기가 지나도 노래할 때 ‘그냥’ 고음이 나온 덕분에 카운터테너로 미국 뉴욕 매니스음대에 입학했다. 군 복무 중 TV 예능 프로그램 육군특집에 출연해 ‘육군 파리넬리’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2016년 국립오페라단의 비발디 ‘오를란도 핀토 파초’에 출연해 용맹한 기사 ‘그리포네’ 역으로 바로크 오페라 팬들의 뇌리에 각인됐다. 2017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이하 메트) 소속 가수가 됐다.
국내 최초이자 유일의 메트 소속 카운터테너인 정시만(41·사진)이 처음으로 메트 무대에 선다. 23일 개막해 5월 17일까지 7회 공연하는 현대 작곡가 존 애덤스의 오페라 ‘엘 니뇨’에 출연해 뉴욕 오페라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남자로서 여성들의 높음 음역대를 노래하는 카운터테너에겐 대체로 ‘훈련을 통해’라는 단서가 붙는다. 지난달 30일 전화로 만난 정시만은 “그런 단서와 다르게 제 경우엔 특별한 훈련 없이도 고음이 나왔다”며 평범한 남성의 목소리로 웃음을 지었다.
“메트 소속 가수들이 처음 흔히 그렇듯이 커버(공식 캐스팅된 가수들이 출연 못 할 경우를 대비해 준비하는 성악가)로 활동해 왔죠. 갑자기 무대에 올라 스타가 되는 경우도 있는데, 팬데믹 기간 극장이 오래 문을 닫기도 해서 그런 기회가 오지 않았네요. 기대보다는 늦게 무대에 서게 됐습니다.”
2000년 프랑스 파리에서 초연된 ‘엘 니뇨’는 예수 탄생과 동방박사의 방문을 그린 종교적 오페라다. 정시만은 “애덤스가 요구하는 음악이 까다롭지만 여섯 명의 출연자가 철저히 준비를 해 와서 연습에는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엘 니뇨라면 태평양의 기온이 높아지면서 일어나는 기상 이상을 흔히 생각하지만 그 어원은 ‘아기’ 즉 아기 예수를 뜻하는 스페인어입니다. 이 오페라는 수시로 박자가 변화하며 멜로디도 바로크 오페라 스타일과는 완전히 다르지만 남다른 힘과 감동이 전해지는 작품입니다.” 전통적인 오페라처럼 가수마다 배역이 정해진 게 아니라 여섯 명의 출연자가 상황에 따라 다양한 역할을 맡는 작품이라고 그는 소개했다.
이번 공연은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2022년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할 때 지휘를 맡았던 여성 지휘자 마린 올솝이 지휘한다. 정시만은 “굉장히 따뜻한 분이다. 곡 해석에 따라 리허설 분위기가 굉장히 심각할 수도 있는데 그런 부분까지도 기분 좋게 이끌어 간다”고 말했다.
“한국 성악가들을 비롯한 음악가들의 활동이 있었기에 제가 메트 무대에 서는 길이 한결 편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국 카운터테너로서 처음 메트에 서게 된 것이 뒤에 오는 후배 카운터테너들에게도 더 수월한 길이 열리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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