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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종교계 이모저모

“아무도 종교를 걱정않는 시대… 세상 변화만큼 종교도 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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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엑스터시…’ 출간 성해영 교수

“종교가 담당하는 역할 대부분 대체

탈종교속 삶의 의미 찾는 이들 존재

영적 충만 채우는 본질에 집중해야”

동아일보

종교를 가리지 않고 신자 감소는 종교계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 이제는 신자를 넘어 승려, 목사, 신부가 되려는 사람까지 급격히 줄고 있다. 목사 고시에서 합격자 수를 유지하기 위해 문제의 난도를 낮추고, 승려의 출가 제한 연령을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지만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최근 탈종교 시대에 종교의 역할을 지적한 ‘내 안의 엑스터시를 찾아서’(불광출판사·사진)를 출간한 성해영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는 2일 “사회가 종교를 걱정하는 시대를 넘어 이제는 아무도 종교를 걱정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며 “종교계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정말 도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사람들이 종교를 걱정조차 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고요.


동아일보

성해영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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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무종교인이 60%가 넘습니다. 젊은층은 더 높아요. 무종교인이 많은 건 종교 입장에서는 포교, 전도할 대상이 많다는 건데 오히려 신자 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게 무슨 의미겠습니까. 전에는 종교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사람들이 ‘저러면 안 되는데…’ 하고 걱정이라도 했는데, 이제는 그런 걱정조차 안 할 정도로 아예 관심이 없다는 것이죠. 그러니 일반 신자뿐만 아니라 목사, 스님 되려는 사람까지 급감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종교계에서는 신자 감소 이유 중 하나로 저출산을 꼽습니다만….


“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지금 성인과 젊은층에서 무종교인 비율이 늘어나는 건 어떻게 설명하겠습니까. 탈종교 현상은 합리성의 증가, 교육 수준의 향상 등 종교 외적인 요소가 전통적으로 종교가 수행하던 역할을 급격하게 약화시킨 탓이라고 봅니다.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사람이 적었던 옛날에야 종교 지도자가 한마디 하면 그대로 믿었지만 요즘 누가 그대로 믿습니까. 종교가 큰 역할을 했던 윤리 부분도 지금은 법과 제도가 대체했지요. 기성 종교가 담당하던 역할의 대부분이 대체되고 있는데, 신자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종교의 역할이 있다고 했던데요.


“템플스테이에 다녀간 사람이 누적 600만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찾는 사람도 한 해에 몇만 명에 달하지요. 종교에 소속될 생각은 없지만 좀 더 깊게 자기 삶의 의미를 찾고, 명상과 순례 등을 통해 마음의 평안과 영적인 충만함을 느끼고 싶은 사람은 엄청나게 많아진 겁니다. 600만 명이 절을 찾았는데 신자는 안 늘었다는 게 그 방증이죠. 저는 기성 제도권 종교가 여기에 주목해야 한다고 봐요. 아이는 남기고 목욕물만 버리는 지혜로운 변화지요.”

―아이는 버리지 않고 목욕물만 버린다?

“앞서 말한 대로 사람에게는 어떤 영적인 충만함, 마음속의 희열 이런 걸 느끼고 싶은 갈망이 있습니다. 인간의 본성이죠. 그런데 종교가 오래되다 보니 이런 본질적인 부분을 중시하기보다 안 믿으면 지옥 간다는 식의 공포로 믿음을 강요하고, 구원을 위해 만들어진 규범과 관습을 마치 종교 그 자체인 것처럼 절대시하게 됐어요. 목욕물을 아이와 동일시하는 거죠.”

―이런 얘기를 하면 기성 종교계에서 안 좋아할 것 같은데요.


“하하하,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요. 인간에게 종교는 여전히 필요합니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는 만큼 종교도 과거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구현될 필요가 있어요. 지식과 윤리 모두 종교가 담당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완전히 종교 밖 시스템으로 대체됐지요. 마지막 남은 영적인 충만함, 마음의 평안 등을 느끼고 싶은 사람의 본성마저 외부에 빼앗기면 종교가 살아남을 자리는 아마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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