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포환던지기 고교생 선수 박시훈이 구미시민운동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박시훈은 초등부와 중등부, 고등부 한국신기록을 차례로 깬 특급 유망주다. 고봉준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어릴 적부터 체구만큼은 남달랐다. 키는 또래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컸고, 타고난 힘은 성인 못지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운동선수로 안성맞춤인 이 소년. 운동부 선생님들이 그냥 놔둘 리 없었다. 야구와 농구, 축구 등 각 종목 코치들이 입문을 권유했다. 모두 장밋빛 미래를 그릴 수 있는 분야였지만, 소년의 선택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육상의 필드 종목 ‘포환던지기’였다.
포환던지기의 특급 유망주로 평가받는 박시훈(17·금오고 2학년)을 최근 경북 구미시민운동장에서 만났다. 박시훈은 초등부와 중등부, 고등부 포환던지기 한국신기록을 차례로 깨면서 한국 육상의 미래로 떠올랐다. 지난해에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린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국제 경쟁력도 입증했다.
고등학교 2학년임에도 신체조건(신장 1m90㎝·체중 120㎏)이 이미 성인 수준이고, 성장 가능성도 활짝 열려 있어 향후 올림픽 메달도 따낼 수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올 시즌 준비가 한창인 박시훈은 “겨울방학 때 독일 뮌헨에서 전지훈련을 소화했다. 포환던지기 강국인 독일의 선수들을 보며 기술적으로 많이 배울 수 있었다”면서 “이달 아랍에미리트와 페루에서 연달아 대회가 열린다. 지난해처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열심히 몸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박시훈은 인덕초 4학년 때 체육선생님의 권유로 처음 포환을 잡았다. 야구와 농구 같은 종목도 좋아했지만, 오로지 자신의 노력만으로 기록을 깰 수 있는 포환던지기에서 매력을 느꼈다. 잠재력은 금세 엿보였다. 연습만 몇 번 하고 나간 지역 대회에서 2위를 기록했다. 5학년부터는 김현우 구미인덕중 코치를 만나 전문적인 지도를 받으며 성장했다.
육상 포환던지기 유망주 박시훈. 사진 CJ그룹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박시훈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때는 2018년이다. 당시 경북학생체육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 종전 최고기록보다 1.02m나 멀리 나간 12.92m를 던져 지역에서 화제가 됐다. 이듬해부터는 신기록 행진이 시작됐다. 2019년 19.17m를 던져 17.24m의 초등부 한국신기록을 뛰어넘었다. 2022년 6월에는 21.56m로 23년간 묵은 중등부 한국신기록을 깨트렸다. 한 달 뒤 문체부장관기에선 22.53m를 던져 자신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또, 지난해 10월 전국체전에선 19.28m를 기록해 고등부 한국신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포환던지기는 연령별로 포환의 무게가 달라 초등부는 3㎏, 중등부는 4㎏, 고등부는 6㎏ 무게의 포환을 던진다.
육상 포환던지기 유망주 박시훈. 사진 대한육상연맹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고교생 토르’ 박시훈의 신기록 행진은 타고난 파워와 끊임없는 노력에서 나왔다. 박시훈은 현재 벤치프레스로 200㎏을 들고, 스쿼트는 270~280㎏까지 가능하다. 200㎏ 안팎의 데드리프트까지 더하면 흔히 말하는 ‘3대 운동’ 중량의 합은 700㎏ 가까이 된다. 학교 수업시간을 제외한 아침과 저녁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은 결과물이다. 포환던지기는 허리와 어깨, 팔, 다리 등 온몸의 힘을 순간적으로 폭발시키는 종목이라 훈련량이 결과로 직결된다.
그렇다고 학교 수업도 허투루 하지 않는다. 중학교 때는 공부도 잘하고, 교우 관계도 좋아 전교회장을 지냈다. 지금도 내신 평균은 상위권이다. 어릴 적부터 경제 과목이 좋아 책 읽기를 취미로 삼은 덕분이다. 요새는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와 나이키의 계약 이야기를 다룬 책을 읽고 있다는 박시훈은 “내 성적이 아까워서 부모님께서도 고민을 많이 하셨지만, 나는 포환던지기가 더 좋았다. 물론 지금도 학교와 학원 공부는 열심히 하고 있다”고 웃었다.
육상 포환던지기 고교생 선수 박시훈이 구미시민운동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박시훈은 초등부와 중등부, 고등부 한국신기록을 차례로 깬 특급 유망주다. 고봉준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007년생 유망주의 가치는 박시훈을 후원하는 든든한 스폰서에서도 잘 나타난다. 스포츠계의 큰손으로 통하는 CJ그룹이 지난해 7월부터 박시훈의 버팀목으로 나섰다. 그간 골프와 수영, 테니스 등 여러 종목을 후원한 CJ그룹은 스펙트럼 확장 차원에서 기초 종목으로도 시야를 넓혔다. 이 과정에서 발견한 원석이 박시훈이었다.
CJ그룹 스포츠마케팅을 총괄하는 김유상 상무는 “오래 전부터 기조로 삼았던 CJ그룹의 꿈지기 철학을 이어가기 위해 새로운 선수를 찾던 중 포환던지기라는 불모지 종목에서 꿈을 키우는 박시훈을 알게 됐다. 조금의 지원만 뒷받침된다면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후원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육상 포환던지기 유망주 박시훈. 사진 CJ그룹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국 육상계는 박시훈이 2026년 아이치-나고야아시안게임과 2028년 LA올림픽에서 한국 포환던지기 사상 최초의 메달을 따낼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우상혁이 도약 종목에서 선구자로 나선 것처럼, 박시훈도 투척 종목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수 있다는 평가다.
박시훈은 “국내에선 많은 기록을 세웠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7.26㎏의 포환을 쓰는 성인부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면 지금보다 더 힘을 길러야 한다”면서 “국제대회를 뛰면서 점점 시야가 넓어지고 있다. 일단 올해 목표인 20m 돌파를 달성한 뒤 빨리 성인부 대회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시훈은…
생년월일 : 2007년 2월 20일
신장·체중 : 1m90㎝·120㎏
출신교 : 구미인덕초-구미인덕중-금오고
후원사 : CJ그룹
주요 한국신기록 : 초등부(3㎏·19.17m), 중등부(4㎏·22.53m), 고등부(6㎏·19.28cm)
입상 경력 : 2023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 금메달(20.11m)
별명 : 고교생 토르
구미=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