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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물가와 GDP

"고삐 조였다"고? 연달아 3.1% 물가, 총선 후가 더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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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배 가격 상승률 역대 최고
석유류 가격도 상승 전환
유가·환율 들썩에 불안 커져
한국일보

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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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어 오른 물가에 놀란 정부가 1,500억 원의 긴급 가격안정자금까지 투입했지만 물가는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두 달 연속 3%대 상승하며 물가 불안이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물가 안정을 정책 1순위로 내걸고도 물가를 잡지 못한 정부는 “(물가 상승)고삐를 조였다”며 돌연 낙관론을 들고나왔다. “매끄럽지 않은 흐름을 보일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물가 전망은 물론, 국민 체감도와도 괴리가 커 ‘탁상 평가’라는 지적이 나온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1% 올랐다. 지난해 하반기 3%대 상승률을 보이다가 올해 1월(2.8%) 반짝 하락한 뒤, 2월(3.1%)에 이어 두 달 연속 3%대 상승폭을 기록한 것이다.

물가 상승의 주요인은 농산물이다. 농산물 물가는 20.5% 급등하며 전체 물가를 0.79%포인트 밀어 올렸다. 2월(20.9%)에 이어 두 달 연속 20%대 오름세다. 사과(88.2%)와 배(87.8%) 모두 전월보다 상승률이 확대됐다.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고 오름폭으로, 정부의 과수가격 안정대책이 무색할 정도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가을은 돼야 농산물 가격이 안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물가를 끌어내렸던 석유류 가격이 상승 전환한 것도 악재다.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1년 전보다 1.2% 올랐다. 석유류 값이 상승한 건 지난해 1월 이후 14개월 만이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와 날씨가 향후 물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석유류 가격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국제유가는 이미 뛰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영국 브렌트유는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가격에 거래됐다. JP모건은 올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봤다. 국제유가가 뛰면 수입 에너지 가격이 올라 산업 전반의 물가상승압력이 커진다. 이날 한때 연고점을 찍은 원‧달러 환율도 복병이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가 높아진다.

정부가 '최대한 동결' 기조로 억눌러 온 공공요금이 총선 이후 연달아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물가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 서울시는 이미 하반기에 지하철 요금을 인상하겠다고 밝혔고, 인천‧경기도 관련 요금을 올릴 공산이 크다. 에너지 수입가격 상승에 따라 전기·가스 요금 인상 가능성도 여전하다.

그러나 물가와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지 못한 정부는 낙관론만 늘어놓고 있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물가 상승률이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입장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물가 상승의 고삐는 조였다”며 “특이 요인이 발생하지 않는 한 물가 상승률은 3월 정점을 찍은 후 하반기로 갈수록 빠르게 안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농산물 물가가 두 달 연속 20%대 상승률을 기록했음에도 농림축산식품부의 송미령 장관은 “현장에서 만나는 소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체감물가가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생활물가가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고, 물가 불확실성도 여전해 향후 물가 추이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한은 진단과도 상당한 거리가 있다.

전문가들은 체감도가 크지 않은 물가안정대책의 실효성을 뒷받침하려는 정부 메시지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민이 느끼기엔 큰 변화가 없는데 체감물가가 나아지고 있다고 하면 누가 정부 정책을 믿겠느냐”고 꼬집었다. 천소라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 불안을 잠재우려는 목적의 발언이 오히려 시장에 혼선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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