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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치매아빠 간병’ 제목…병간호, 딸 몫으로 보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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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위원회 중앙일보를 말하다



제48회 중앙일보 독자위원회(위원장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가 지난달 26일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독자위원들은 3월 한 달 동안 중앙일보 지면과 디지털에 실린 주요 기사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중앙일보

유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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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연 옐로우독 파트너=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막내동생인 손태장 미슬토 회장을 인터뷰한 7일자 경제 3면 ‘내 꿈은 K-벤처 큰손, AI를 움켜진 작은 손’은 업계에서 파급력이 있었다. 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를 인수한 손 회장이 앞으로 AI 투자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소위 투자 쪽 큰손들의 전략이나 방향성을 알 수 있었다.

인공지능(AI)에 대해서 이번 달에도 많은 기사가 나왔다. 개인적으로 AI에 대해서 미디어가 어떤 기준과 관점을 가지고 이야기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이 많다. 12일자 경제 1면 ‘AI, 이제 질병을 학습한다. 현대판 불로초 나오나’ 기사는 LG의 바이오 신약 개발을 AI와 엮어서 이야기하려다 보니까 다소 좀 과장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26일자 14면에 나온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 기사는 뉴럴링크 자체로 끝나도 되는데 무리하게 AI가 끼워진 느낌이었다.

중앙일보

김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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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형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중앙일보의 총선 관련 보도를 살펴보니, 기사는 스캔들이라든지 특정 발언이랄지 인물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고, 의제 설정과 관련된 기능은 칼럼이나 사설로 외주화가 되는 것 같다. 기후 문제, 연금 문제 등은 보도조차 안 되고 있다.

또한 통치자나 전략가의 관점이 굉장히 비대하고 시민들이나 국민의 생각은 상당히 빈약하게 다뤄진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국민들 입장에서 이번 선거를 통해 정치권의 비전을 듣는다거나 설명을 요청하는 사안들이 있을 텐데, 거기에 대한 의견 지형은 어떠한지 지금 신문을 읽어서는 알기가 어려운 것 같다.

중앙일보

박인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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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이종섭 주호주 대사 보도와 관련해 다른 언론들은 호주 내부의 분위기, 특히 교민사회 분위기를 상세하게 다뤘는데 중앙일보는 좀 약했던 것 같다. 더군다나 안보상으로 태평양을 중시하는 상황에서 미국, 일본 다음으로 호주는 중요한 파트너인데 언론에서 조금 더 책임감을 갖고 물고 늘어졌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3월 첫째 주부터 ‘K유학생의 현실’ 기획이 나갔다. 외국인 유학생들의 불법 알바 문제를 잘 다뤘고, 한국 사회가 갖고 있는 글로벌 인식의 현 주소 등 여러 단면을 보여준 의미 있는 기사였다.

25일자 30면 사설 ‘의대 증원 2000명, 이 혼란 감내할 만큼 금과옥조인가’는 의대 증원 문제를 통으로 다뤘다. 사진도 싣고 데이터로 정부와 의료계 주장을 비교분석했다. 내용적으로나 형식적으로나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설의 전달 방식이었다. 좀 더 이른 시점에 이런 적극적인 노력이 있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한편으로 들었다.

중앙일보

심재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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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4일자 12면 ‘승진하면 임신말라’ 기사는 지난해 4분기 출산율이 0.65명까지 떨어졌는데 출산 여성에 대해 차별하는 기업들의 현실을 잘 지적했다. 대기업에 비해 30인 이하 등 조그마한 사업체로 갈수록 육아휴직 사용에 대한 보이지 않는 압박이 심해진다고 하니 기업체 크기별로 나눠서 보도를 했으면 더 좋았을것 같다.

한국도 간병이 큰 문제가 되고 있는데 6일자 1·3면에 ‘간병지옥’ 기획 시리즈로 잘 지적을 했다. 다만 3면 기사 제목이 ‘딸이 일 그만두고 치매 아빠 간병’인데, 간병을 딸만 희생해야 하는 문제로 바라보고 있지는 않나 하는 지적을 하고 싶었다.

중앙일보

김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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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1일자 14면 기사 제목이 ‘고물가에 가구당 소비지출 5.1% 급증, 저소득층 월 29만원 적자’다. 지난해 4분기 가계소득 조사를 해봤더니 물가 인상 고통이 저소득층한테 집중됐다는 내용의 해설 기사다. 그러나 4분기의 소득분배별 소득 증가율을 보면, 하위 20%는 4.5%였고, 하위 20~40%는 3.9%, 40~60%는 4.7%, 60~80% 계층은 3.8%, 80~100% 상위 계층은 3.6%이었다. 평균 소득 증가율 3.9%와 비교해서도 하위 0~40% 계층의 소득증가율은 낮지 않았다. 팩트에 기초한 보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5일자 8면에 ‘젊은 공무원 엑소더스’ 기획 일환으로 공무원 연금이 깎였다는 내용의 기사가 있다. 공무원 연금은 4차 개혁 때 조금 깎였지만 실제로는 일반 국민의 국민연금과 비교하면 굉장히 높은 수준이다. 공무원 연금 자체는 그렇게 적지 않다.

중앙일보

이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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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이사장=6일자 8면 ‘달라지는 성범죄 판결’ 기획 기사를 흥미 있게 읽었다. 박정화 전 대법관이 6년 전에 성인지 감수성을 강조한 것이나 최근 천대엽 대법관이 무죄 추정 원칙을 강조한 것이나, 성범죄 수사와 재판에 존재하는 부당한 고정관념이나 편향성에 맞서 실체적 진실과 정의를 바로 세우려는 노력의 연장선이 아닌가 생각을 한다.

22일자 6면에 ‘이종섭 부르기도 안 부르기도 난감, 공수처 딜레마’ 기사가 있었다. 범죄 수사를 받는 이 대사에 대해서 출국금지가 정말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과도한 조치로 인권 침해라 볼 수 있는지 등을 포함해 출국금지 제도의 본연의 목적과 기능을 짚어보는 게 필요해 보인다. 이전에 무혐의 처분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 관련 논란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 사건과는 다르게 범죄 수사를 받는 피의자에 대한 출국금지였다. 그때그때 정치적인 고려로 출국금지 제도를 두둔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곤란해 보인다.

중앙일보

오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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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타지는 6일자에 유럽연합이 빅테크를 규제하기 위해 시행하는 ‘디지털 시장법(DMA)’을 다뤘는데 중앙일보는 빠져 있었다. 중앙일보가 미래 트렌드를 내다보는 이미지여야 하는데, 나중에는 실었지만, 세계적으로 중요한 사안을 소홀히 했다는 생각이 들어 아쉬웠다.

중앙일보

독자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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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자 12면 ‘KAIST보다 의대’ 기사는 이공계 학생들이 얼마나 의대로 가느냐를 다뤘다. 그간 의사가 많아지면 이공계가 망한다는 얘기를 하는 데 얼마나 영향이 있을지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는 없었다. 그런데 이 기사는 조사를 열심히 했다. 마찬가지로 의대 증원 문제도 언론이 객관적인 데이터를 제공해서 사람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기사를 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중앙일보

지철호


◆지철호 법무법인 원 고문=총선이 다가오며 대통령의 민생토론회 22회 개최와 여야의 포퓰리즘 공약 내용 등이 여러 차례 다뤄졌다. 그러나 이를 비판하는 기사는 사설을 중심으로 일부에 그쳤고, 오히려 공약 내용을 계속 크게 보도해 언론이 포퓰리즘 공약을 홍보했다는 인상을 줬다.

중국의 온라인 플랫폼 알리·테무의 국내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이와 관련해 국내 대형마트의 우려, 짝퉁 대책 마련, 소비자 피해 방지, 국내 플랫폼의 경쟁력 제고라는 측면에서 살펴본 기사가 4차례나 보도됐다. 그런데 중국 플랫폼의 진출에 대해선 해외 경쟁력을 도입해 국내 고물가 상황을 극복하고 소비자에게 저렴한 상품을 공급한다는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으므로 이런 차원의 기사나 기고 등이 많았으면 한다.

중앙일보

정진욱 독자위원


◆정진욱 시어스랩 대표=6일자 23면 ‘애플, 삼성의 예고된 굴욕’ 칼럼은 애플과 삼성이 경쟁자들에게 허를 찔리고 쫓기는 상황을 맞았다는 내용이다. 애플의 경우 원인으로 ‘AI 연구개발에 대한 소극적 투자’와 ‘애플식 완벽주의’를 꼽았다. 좋은 분석이지만, 다소 단순화했다는 느낌도 받았다. 삼성은 엔비디아가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AI용 최신 메모리 공급 계약을 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영업력에서 밀린 것을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조금 더 심도 있게 근거를 설명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15일자 2면에 ‘운전면허는 자존심, 어르신들 반납 2%뿐’ 기사가 있었다. 점차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일하는 노년’이라면 면허증을 반납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단순히 반납 자체에 대한 보상이 아닌 노년층의 생활 환경과 현실을 고려한 실효성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중앙일보

홍지혜 독자위원


◆홍지혜 아트디렉터=14일자 경제 1면 ‘무료 환전 내놓자 엔화 환투기 극성. 하루 10번 단타도’ 제목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간혹 언론이 우려의 시선으로 쓴 기사가 해당 정보에 대한 홍보가 되어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기사로 인한 파급효과에 대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25일자 1·8면 ‘젊은 공무원 엑소더스’ 기사는 사기업 퇴직과 비교를 해줬어도 좋았겠다. 기존에는 사기업에 비해 퇴직이 적었는데 점점 더 사기업만큼 많아지는 것이라면 젊은 세대들이 취업을 하지 않고 자발적 백수로 있거나 일부러 N잡을 갖는 것과도 관련이 있을 것 같다.

정리=위문희 정치에디터, 이유정 인턴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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