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28일 기준 693조683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잔액(695조7922억원)보다 2조1088억원 줄어든 수치다. 전월 대비 가계대출 잔액이 줄어든 건 지난해 4월(-3조2971억원) 이후 11개월 만이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8일 기준 536조307억원으로 집계돼 2월 말 잔액(537조964억원)보다 1조657억원 줄었다. 전월 대비 주담대 잔액이 줄어든 것 역시 11개월 만에 처음이다. 신용대출 잔액(103조497억원)은 한달 사이 6354억원 줄어들면서 5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했다. 고금리 상황이 지속하는 가운데 부동산 경기 회복세가 더뎌지면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인 것으로 분석된다.
김주원 기자 |
올 1분기 명목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이 약 3년 반만에 100%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커졌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전 금융권 가계대출에서 4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한다. 비(非)은행권까지 포함한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이미 2월(-1조8000억원) 11개월만에 감소세를 보이며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다.
한은의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가 2.1%에 이르는 만큼, 1분기부터 경제 성장률이 가계대출 증가율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의 분모가 더 커지기 때문에 100%를 하회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지난 2020년 3분기 주담대 잔액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100.5%를 기록했고, 지속적으로 100%를 상회해왔다. 가계 빚이 경제 규모를 넘어서는 수준이란 의미다. 한은은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이 비율을 100.6%로 추산하고 있다.
김주원 기자 |
가계대출과 달리 기업대출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28일 기준 5대 은행 기업 대출 잔액은 784조4562억원으로 지난달 말 잔액(776조7107억원)보다 7조7455억원 늘었다. 중소기업 대출이 3조8183억원, 대기업 대출이 3조9272억원 증가하면서다. 지난해 말 잔액(767조3139억원)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 기업대출 잔액이 17조1423억원 증가한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의 대출 수요가 꾸준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가 가계대출을 조이면서 기업대출 영업이 강화됐던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GDP 대비 기업신용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24%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고금리 장기화로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기업이 늘어나 부실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기업대출 연체율은 은행권에서 0.41%, 비은행권에서 4.07%로 집계됐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중소기업 연체율이 1.93%로 대기업(0.11%)보다 높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을 밑도는 취약기업 비중은 지난해 3분기 기준 44.4%다. 2022년(37%)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한은은 “전기전자, 석유화학, 건설 등 업종의 업황 부진과 금리상승 등의 영향으로 기업의 전반적인 채무상환능력이 저하됐다”고 분석했다. 금융감독원은 29일 "연체·부실채권 상·매각, 취약 차주에 대한 채무조정 활성화 등을 통해 은행권이 자산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도록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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