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청하면 동해선 월포역 역사 출입문에 붙은 안내문. 동해선 포항~영덕 구간 열차운행 중지로 운행하는 대체수송버스 노선에 대한 안내가 적혀 있다. 김정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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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선(單線) 일반 철도로 건설해 2020년 완공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거의 동일한 구간을 전철로 놓겠다며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았다. 이 바람에 왼공 시기는 4년 정도 늦어졌고 공사비도 4000억원 이상 추가됐다. 경북 포항과 강원 삼척을 잇는 동해선 철도 이야기다.
지난 7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청하면 동해선 월포역. 역사 옆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 월포역 출입문에는 ‘동해선(포항~영덕) 무궁화호 운행중지’라는 안내문이 커다랗게 붙어 있었다. 출입문은 셔터가 내려진 채 잠겨 있었다.
월포역은 동해선 포항~영덕 구간에 있는 역사(驛舍)다. 지난해 12월 18일부터 포항역과 영덕역을 오는 동해선 무궁화호 열차 운행이 중단되면서 역사도 문을 닫았다. 한국철도공사는 포항~영덕 구간을 오가는 무궁화호 디젤 열차 잔존수명 평가 결과 안전 문제로 연장 운행이 불가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열차 운행이 중단되면서 한국철도공사는 이 구간에 대체 버스를 투입해 운행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과 관광객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7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청하면 동해선 월포역 역사 전경. 김정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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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동해선 무궁화호 열차 운행 중단 사태까지 이르게 된 것은 당초 동해선 포항~삼척 구간 개통 예정 시기가 예정보다 4년 넘게 미뤄졌기 때문이다. 당초 동해선 포항~삼척 구간 개통 예정 시기는 2020년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로 준공 시기가 미뤄졌다가 다시 국토교통부가 사업 시행 기간을 올해 12월로 미뤘다. 실제 개통은 2025년 1월에나 가능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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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준공 예정…결국 열차 운행 중단
철도 개통 시기가 예정보다 한참 미뤄진 계기는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19년 1월 ‘동해선 단선 전철화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결정이다. 이 사업은 경북 포항에서부터 강원 동해까지 총연장 178.7㎞를 전철화하는 사업이다. 예타 면제 명분으로는 국토 균형발전을 내세웠다.
7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청하면 동해선 월포역 역사 앞에 붙은 안내문. 동해선 포항~영덕 구간 열차운행 중지로 운행하는 대체수송버스 노선에 대한 안내가 적혀 있다. 김정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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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화 사업은 디젤 기관차만 운행이 가능한 비전철 구간에 전기를 공급하는 전차선로 등을 설치해 전철이 운행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뜻한다. 전철화 사업을 통해 전기철도가 만들어지면 매연이 없어지는 것은 물론 증기기관이나 디젤 엔진보다 효율이 높고 수송능력 향상, 소음 저감, 고속 운행 등 여러 장점이 있다.
이 구간은 단선 비전철에서 전철화로 설계가 변경된 데다 강원 동해까지 공사 구간이 일부 추가되면서 사업 기간도 연장됐다. 민원 처리와 재해영향평가 등 추가 업무도 생겼다. 당초 포항~삼척 166.3㎞ 구간은 3조2067억원 규모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1단계 사업인 포항~영덕 44.1㎞ 구간이 2018년 1월 개통했고, 2단계 영덕~삼척 122.2㎞ 구간은 2020년 개통 예정이었다.
국토교통부는 관련 고시를 통해 사업시행 기간을 2022년 12월로 늦췄다가 다시 올해 12월로 연기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어차피 전철화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동해선 무궁화호 일반 열차를 운행할 필요가 없게 됐다"며 "전철화 사업만 끝나기를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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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타면제 사업인 ‘동해선 단선 전철화’ 탓 커
경북 영덕군 동해선 영덕역 플랫폼. 영덕=김정석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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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선 철도 전 구간(포항~동해)이 개통되면 경북 포항에서 강원 삼척까지 55분 만에 이동이 가능하다. 버스로 다닐 때보다 2시간15분 정도 단축된다. 또 동해에서 부산까지 2시간10분, 강릉~부산간은 3시간5분으로 이동시간이 준다. 현재 강릉에서 부산까지 자동차로 5시간 정도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2시간 정도 단축되는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2021년 12월 29일 오후 경북 울진군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현장을 방문, 탈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와 신한울 3·4호기 건설 즉각 재개 등 원자력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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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민 “내년 개통도 의문” 한숨
경북 울진 등 동해선 포항~삼척 구간에 포함된 지자체는 "철도 건설을 더는 늦춰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특히 경북 울진군에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예정이고 영덕 등 지역에 추가 원전 건설 가능성이 있어 교통인프라가 시급하다고 한다.
고현요 울진읍발전협의회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운영 중이거나 향후 운영될 예정인 원전만 10기가 위치한 울진에 철도역 하나 없는 게 말이 되느냐”며 “동해선 철도도 계속 개통 시기가 미뤄지고 인근 36번국도 4차로 확장도 안돼 교통 인프라가 낙후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포항=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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