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홍의 한판승부 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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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가 지난 28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생방송 도중, 방송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며 자진 하차를 선언했다.
방송은 초반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날 오전 서울 신촌 유플렉스 인근 유세에서 “정치를 개같이 하는 사람이 문제지 정치 자체에는 죄가 없다”라고 말하는 장면을 보여줬다. 이날 방송은 이 발언을 다룰 예정이었다.
이에 대해 진 교수가 이의를 제기했다.
진 교수는 “일단은 개같이 뭐 이런 표현을 강조하는 것 같다. 안 그랬으면 좋겠다”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5·18 희생자를 패러디했다. 희화화했다. 그런 발언은 여기서 안 다뤘다”고 했다.
이어 “그다음 얼마 전엔 ‘입양 가족’ ‘계모’라는 발언도 했다. 이것도 여기서 안 다뤘다. 그런데 오늘은 ‘개같이’라는 발언을 다룬다”고 했다.
또 “저는 이런 발언들은 ‘공론의 장’에 올라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것 자체가 문제의 본질을 희석시키기 때문이다. 저는 거기서 아무 얘기도 안 했는데, 오늘 이걸 달고 썸네일도 그렇게 딱 단 걸 보니까 화가 난다. 우린 언론이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우리가 방심위를 비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런 짓을 우리가 하면 안 된다. 공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그런 걸(한 위원장의 발언을) 소개하려면 이 대표의 이러한 발언도 같이 소개해야 한다”며 “그걸 소개 안 하려면 이것도 무시해야 한다. 이런 건 가십거리로 가야 한다. 저는 둘 다 안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성태 사람과사회연구소 연구실장이 “이 대표의 경우 거친 표현들이 많았기 때문에 별로 다루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근데 한동훈은 그런 표현을 안 쓰다가 썼기 때문에 혹시 뭐가 있는지 이런 이유로 다루는 거라 본다”고 했다.
그러자 진교수는 “원래 ‘그런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니 막말을 해도 뉴스 가치가 없다고 넘어가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막말을 하면 비판하는 게 올바른 언론의 자세냐”고 따졌다.
그는 “아니, 제1야당의 대표가 5.18 희생자를 패러디했다. 이 사람은 원래 막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니까, 이게 뉴스 가치가 없는 것인가? 그러면 그렇게 넘어갈 수 있는 것인가? 평소에 (막말을) 안 한 사람이 한마디 하면, 이걸 썸네일로 때리고, 이러는 것들이 올바른 언론의 자세인가? 저는 아니라고 본다.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내 윤리적 직관에는 이건 아닌 것 같다”며 말을 이어갔다.
진 교수는 “(‘5·18 발언’이나 ‘계모 발언’도) 라이브로 틀었어야 하는 발언”이라며 “그 발언을 들으면 얼마나 천박한지 아느냐? 계모 발언도 얼마나 천박한지 아느냐? 우리는 한 번도 라이브로 안 틀었다. 그런데 이런 발언들은 꼭 라이브로 틀더라. 저는 안 그랬으면 좋겠다”고 했다.
진 교수의 비판 수위가 점점 높아지자 박재홍 아나운서가 나서며 “제작진의 아이템 선택에 대해 원색적으로 말씀하셔서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그러자 진 교수는 “제가 그냥 웬만하면 넘어갔었는데, 오늘 건 딱 보니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저는 이런 방송 못 하겠다”고 하차를 선언했다.
진 교수는 이어 “공정함이라는 게 있어야 되는데 이게 공정하나. 그러면 막말 맨날 하는 사람은 막말을 맨날 해도 되는 거고. 그건 비판 안 해도 되는 거고. 원래 막말하는 사람이니까 비판의 여지가 없고. (이때 박 앵커가 ‘그만하자’고 말한다) 지금 이러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그는 “이 방송 못 하겠다. 그만하겠다. 이제. 저도 제작진한테 이미 말씀을 드렸는데 저는 이 편 드는 것도 싫고 저편 드는 것도 싫다. 언론은 투명해야 된다고 본다. 공정해야 된다고 보고, 그런데 저는 상당히 이게 공정하지 않다고 느꼈다. 그래서 저는 못 할 것 같다”고 하차를 선언했다.
이에 박재홍 진행자는 “저희가 충분히 말씀하실 기회를 드려왔다. 생방송 중 이렇게 말씀하실 건 아닌 거 같다. 그 얘기는 일단 여기까지 마무리하겠다”며 다음 주제로 넘어갔다.
이날 방송은 이후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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