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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박항서 감독이 떠나니 추락했다. 베트남이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에 대패를 당한 뒤 필립 트루시에 감독을 경질했다.
베트남은 26일(이하 한국시간)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F조 4차전 홈 경기에서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에 내리 세 골을 실점해 0-3 대패를 당했다.
베트남 입장에서는 충격적인 패배였다. 원정 경기도 아닌 안방에서 치러진 경기인 데다, 상대가 체급이 비슷하다고 여겨졌던 인도네시아였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홈에서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대패를 당하고 말았다.
전반 9분 만에 선제골이 나왔다. 인도네시아 수비수 제이 이제스가 베트남 골문을 열었다. 이어 전반 23분 공격수 라그나르 오라트만고엔에게 추가골을 실점해 0-2로 끌려간 채 전반전을 마쳤다.
물러설 곳이 없던 베트남은 후반전 들어 공격의 고삐를 당겼다. 추가시간 11분까지 주어지는 접전이 이어졌으나 인도네시아의 수비를 뚫지 못해 고전했다. 오히려 추가시간 8분 라마단 사난타에게 쐐기골까지 헌납한 베트남은 0-3 대패로 경기를 마치며 좌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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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은 인도네시아의 승리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베트남 매체 '베트남 익스프레스'는 "신태용 감독 부임 후 인도네시아는 그의 감독 철학에 점점 적응하고 있으며 통일된 팀 스피릿을 키우고 있다. 이번 승리로 최종에선 진출 가능성이 높아졌다"라고 인도네시아가 강해졌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베트남은 결단을 내려야 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진출이라는 목표를 이루려면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결국 베트남은 경기가 끝난 뒤 트루시에 감독을 경질했다. 칼을 빼든 것이다.
베트남축구연맹(LDBDVN)은 26일 연맹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LDBDVN과 베트남 감독 트루시에는 2024년 3월 26일에 계약을 종료하기로 합의했다"라고 보도했다.
LDBDVN는 "인도네시아전 이후 우린 베트남 A대표팀과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인 필립 트루시에와 만나 논의를 했다"라며 "회의 결과, LDBDVN과 트루시에는 2024년 3월 26일에 계약을 종료하기로 합의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트루시에는 선수, 연맹, 팬들의 지원에 응원에 감사를 표하면서 팀 성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라며 "LDBDVN도 최근 성과에 대해 베트남 축구팬들에게 사과하며, 계속해서 축구 전반에 대한 신뢰와 지지를 보내주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베트남 축구 전성기를 이끈 박항서 감독이 2023년 1월 대표팀 사령탑 자리에서 물러나자 베트남은 프랑스 출신 트루시에 감독을 후임으로 선임했다.
과거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일본 대표팀을 맡아 16강에 올려놓은 바 있는 트루시에 감독은 베트남으로부터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가져오라는 임무를 받았다. 북중미 월드컵부터 본선 참가국 숫자가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변경돼 아시아에 배정된 출전권도 4.5장에서 8.5장으로 늘어나면서 베트남도 월드컵 본선에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그러나 트루시에 감독은 박 감독의 빈 자리를 메꾸는데 실패했다. 베트남 대표팀 부임 후 첫 A매치 3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좋은 출발을 했지만, 이후 10경기에서 1승9패라는 참담한 성적을 거뒀다. 이중엔 지난해 10월 대한민국 원정에서 당한 0-6 대패도 포함됐다.
박항서 감독이 지휘할 때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었다. 베트남은 박항서 감독 아래에서 단단한 수비를 갖춘 팀으로 거듭났지만, 트루시에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수비적으로 무너졌다.
베트남 매체 'VN 익스프레스'는 "베트남은 박상서 감독 시절 탄탄한 수비를 갖췄다. 경기당 평균 실점이 0.84점이었다. 하지만 트루시에 감독이 부임한 이후 베트남의 평균 실점은 1.69점으로 크게 늘었다. 득점력 또한 박항서 감독 시절보다 트루시에 감독 체제에서 1.64골이 0.77골로 줄었다"라며 두 감독 시절의 기록을 비교했다.
또한 매체는 "트루시에 감독은 베트남에 부임할 때만 해도 공을 소유하며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를 보여주지 못했다"라며 트루시에 감독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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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감독 시절 동남아 축구의 자존심으로 자리잡았던 베트남의 몰락이었다.
베트남은 박항서 감독과 함께 2018 동남아시아 축구선수권대회 우승, 2019 필리핀 동남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차지하며 동남아의 강자로 올라섰다.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는 8강까지 오르며 FIFA 랭킹 100위권 안으로 진입하기도 했다. 이는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대표팀에 부임 당시 세웠던 약속이었다.
또 박항서 감독 재임 기간 중 베트남은 아세안축구연맹(AFF)컵 우승과 준우승을 각각 한 번, 동남아시안게임 남자축구 2연패, 19세 이하 아시안컵 준우승,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4강, 아시안컵 8강 등 화려한 성적을 냈다. 지난 1월 박 감독 밑에서 치른 마지막 대회인 2022 AFF 미쓰비시전기컵 결승전에서 베트남은 태국한테 패해 아쉬운 준우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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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축구 최전성기를 연 박항서 감독은 지난해 1월 계약 기간이 만료되자 이를 연장하기 보다 사령탑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이후 트루시에 감독이 박항서 감독의 뒤를 이어 베트남을 지휘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약 1년 만에 경질됐다.
베트남이 박항서 감독을 그리워할 만하다. 베트남 매체 '봉다'는 "박항서 감독이 SNS에 '겨울잠에서 깨어나 새로운 도전에 나설 것이다'라고 했다. 박항서 감독이 거취를 정한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전을 지켜봤기 때문에 아마 그의 대표팀 복귀가 유력한 상황이다"라고 해석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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