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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NBC는 23일(한국시간) 최근 불법 도박 및 거액의 절도 혐의를 받고 있는 미즈하라 잇페이에 대한 의혹을 추가 보도했다. NBC는 그간 미즈하라가 캘리포니아 대학 리버사이드를 졸업했다고 알려져 있었으나 해당 대학에 확인한 결과 “그의 재적 기록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물론 현지 언론들은 미즈하라 스스로 이 대학에 다녔다는 이야기를 공식적으로 한 적이 없다는 시선은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계속해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음에도 미즈하라는 공식적으로 ‘나는 그 학교를 나오지 않았다. 다른 학교를 나왔다’고 말한 적도 없다. 이에 현지 언론에서는 미즈하라가 자신의 학력까지 위조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미 신뢰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미즈하라인데, 학력 위조는 미국에서도 심각한 범죄로 취급받고 있어 향후 사실 여부가 더 중요해질 전망이다.
미즈하라는 일본에서 태어났으나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고,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대학까지 졸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 2010년부터 보스턴에서 뛰었던 일본인 투수 오카자키 히데키의 통역으로 일하며 메이저리그와 인연을 맺었다. 이 경력은 굉장히 중요한데, 이것이 2013년 일본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 입사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니혼햄은 미즈하라의 경력을 높이 사 외국인 선수 통역을 맡겼고, 그때 니혼햄에서 뛰던 오타니와 인연으로 이어졌다.
오타니는 미즈하라의 능력을 좋게 봤고, 2018년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며 LA 에인절스와 계약할 당시 자신의 개인 통역으로 미즈하라를 고용했다. 정확히 말하면 오타니가 추천하고 에인절스가 계약한 방식이었다. 미즈하라는 이후 오타니의 그림자처럼 일하며 오타니의 메이저리그 적응을 도왔고 사생활은 물론 훈련 프로그램을 관리하고 캐치볼 파트너가 되는 등 오타니의 분신으로 불렸다. 워낙 하는 일이 많아 일본에서는 ‘오타니가 이도류라면, 미즈하라는 십도류’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였다.
오타니는 미즈하라를 굉장히 신뢰했다. 올 시즌 LA 다저스와 10년 총액 7억 달러에 계약했을 때도 미즈하라를 재신임했다. 미즈하라는 오타니를 따라 다저스로 옮겼고, 통역으로는 거액인 30~50만 달러 정도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실제 미즈하라의 학력이 위조됐다면 이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의 경력이 학력 위조라는 범죄의 토대 위에서 쌓였다는 말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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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하라도 혐의를 포착하고 취재망을 좁혀온 ESPN과 단독 인터뷰에서 이를 시인했다. 미즈하라는 “나는 이 업체가 불법이라는 것을 전혀 몰랐다. 이번 사건으로 교훈도 얻었다. 나는 수백만 달러를 잃었고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도박을 하고 또 했지만 계속해서 돈을 잃었다. 다시는 도박을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도박을 정말 못한다”면서 “돈을 딴 적도 없다. 내가 스스로 구멍을 팠고 그 구멍은 계속 커져서 빠져나오려면 더 큰 돈을 걸어야 했고 계속 잃기만 했다”고 뒤늦은 후회를 했다.
일단 메이저리그에서도 스포츠 베팅을 하는 게 다 징계 사유는 아니다. 합법적인 업체에서, 야구에 관련된 베팅을 하지 않는다면 괜찮다. 불법 도박을 했지만 야구가 아닌 다른 종목에 베팅했다는 이유로 큰 징계를 받지 않고 넘어간 사례가 바로 2015년 마이애미의 제러드 코자트다. 당시 그는 공개되지 않은 벌금만 물고 끝났다. 미즈하라는 이를 의식한 듯 “야구는 절대 베팅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미즈하라는 NBA, NFL, NCAA 등에 베팅했다고 진술했다. 그리고 “오타니는 전혀 연관이 없다”고 누차 밝혔다.
다만 연방 당국은 불법 도박 업체의 대표이자 2011년 이미 파산 신청을 한 전력이 있는 매튜 보이어의 계좌에 오타니로부터 송금된 내역을 확인하고 수사 중이다. 오타니의 계좌에서 보이어의 계좌로 50만 달러 상당히 몇 차례에 걸쳐 빠져 나갔고, 이 시점은 지난해 9월과 10월 정도로 알려졌다. 지금 현지에서 주목하는 것은 이 대목이다. 오타니가 사법적 처벌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즈하라는 첫 인터뷰에서는 오타니가 자신의 빚을 갚아주기 위해 직접 컴퓨터에 로그인해 송금했다고 말했다. 미즈하라는 “오타니가 도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을 모두가 알아주길 바란다”고 강조한 뒤 “내가 오타니에게 도박 빚을 갚아달라고 부탁했다. 오타니는 불쾌해했지만, 이런 문제가 다시 생기지 않게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나를 위해 도박 빚을 갚아주기로 했다. 오타니가 돈에 관련해서는 나를 신뢰하지 않았다. 오타니는 내가 돈을 받으면 또 도박을 할 것 같았고 그것을 원치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오타니 측 대변인인 미즈하라의 인터뷰 이후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오타니는 송금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미즈하라가 오타니의 계좌를 절도해 임의로 자신의 돈처럼 썼다는 것이다. 오타니는 이번 사실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자 미즈하라도 하루 만에 말을 바꿨다. 오타니는 송금 과정을 전혀 몰랐다고 했다. ESPN이 오타니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냐고 묻자 미즈하라는 “그렇다”고 순순히 인정했다. 그리고 미즈하라는 서울시리즈 개막전이 한창 진행 중이던 21일 다저스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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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언론에서는 오타니가 사법 처벌과 메이저리그 징계를 빠져 나가기 위해 수를 쓰고 있다고 의심한다. 다만 보이어 또한 연방당국의 수사에서 “오타니는 본 적도 없다”고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고, 현재까지 오타니가 도박을 했다는 정황은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 하나의 쟁점은 왜 오타니의 계좌에서 돈이 빠져 나갔느냐는 것인데, 오타니 측은 미즈하라가 대규모 절도를 했다고 그를 고소한 상황이다. 미즈하라도 마지막 인터뷰에서는 이를 암시하는 발언을 남겼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일단 자체 조사에 나섰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23일(한국시간) 성명문을 내고 '사무국은 미디어로부터 오타니와 미즈하라가 연루된 의혹을 알게 된 뒤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이날 우리 조사부는 관련 문제를 조사하기 위한 공식 절차를 시작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다만 사무국이 현시점에서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적다. 일단 수사 당국이 수사 중인 상황인데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FBI는 아니기 때문이다. 수사 당국의 판단을 기다리고, 기소가 되면 그때 미즈하라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할 전망이다. 현재 현지 언론들은 혐의점이 부족한 오타니가 기소까지 갈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의혹이 있는 오타니를 ‘제한선수명단’에 올릴 가능성도 제기되나 역시 오타니 스스로 도박을 한 것은 없기 때문에 이 또한 가능성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북미 스포츠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의 켄 로젠탈은 23일 ‘오타니가 단순히 불법 도박 사이트 업자에게 미즈하라의 빚을 갚는 것이었다면 연방법 자체는 어겼을 수도 있지만 메이저리그 규칙 21조에 관해서는 더 회색지대에 있다. 이후 연방정부의 조사 결과 오타니가 직접 불법 도박을 했다고 해도 리그의 선례만 따르면 벌금만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지금은 오타니 출전 정지와 같은 징계 가능성은 희박하다. 오타니도, 다저스도 정상적으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오타니가 이 과정에서 받은 정신적 충격이 적지 않을 것이다. 미즈하라는 자신의 그림자 같은 인물이었다. 지금까지 여러 곳에서 의지한 게 컸다. 그만큼 배신감도 컸다. 오타니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미즈하라를 언팔로우한 것은 물론 같이 나온 사진까지 모두 삭제하는 등 배신감과 허탈함을 모두 보여줬다. 새 통역을 뽑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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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통역의 거대한 일탈이, 오타니라는 슈퍼스타에게도 큰 불똥을 튀기는 모양새다. 앞으로 논란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오타니로서는 성가신 일이 됐다. 언론에서는 계속 보도를 할 것이고, 미즈하라 수사에 대한 이야기가 온통 나오는 통에 오타니가 정상적으로 시즌에 집중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오타니 측의 대응은 물론 소속팀 LA 다저스도 머리가 아픈 일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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