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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 선정

공항 15개 중 10개 '적자'…'잼버리 후폭풍'에 새만금 공항 보류 [예타면제·선거공약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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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한 각국 대원들이 지난해 8월 8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 대회장에서 조기 철수하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에 이어 태풍 '카눈'이 한반도에 상륙할 것으로 전망되자 정부와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이날 버스 1014대를 동원해 156개국 3만7000여명을 수도권 등 전국 8개 시·도로 대피시켰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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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사업 적정성 재검토"



정부가 8077억원을 들여 짓기로 한 새만금 국제공항은 '잼버리 파행' 후폭풍을 혹독히 치르고 있다. 첫 삽도 뜨기 전에 국토교통부가 서울지방항공청이 진행하던 5100억원 규모 사업자 선정을 위한 설계 심의를 보류하면서다. 이로써 새만금 공항 부지 조성을 비롯해 활주로·계류장·관제탑 등을 지을 시공사 선정 절차는 무기한 연기됐다.

24일 전북특별자치도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해 8월 29일 "공항·철도·도로 등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필요성과 타당성, 균형 발전 정책 효과가 적정한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한 자체 점검을 한다"고 밝히며 새만금 공항을 정조준했다. 올해 새만금 주요 SOC 10개 사업 관련 예산은 4279억원이다. 애초 중앙 부처 반영액은 6626억원이었으나, 기획재정부 심사 과정에서 5147억원(78%) 삭감된 1479억원만 반영됐다가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2800억원이 복원됐다.

특히 새만금 공항 예산은 580억원 중 입찰 탈락 업체에 주는 설계보상비 66억원을 제외한 89%가 깎였다. 그나마 막판에 매립 관련 토지보상비(양도·양수비) 261억원이 증액된 327억원으로 확정돼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그러나 공사비 대부분이 책정되지 않아 올해 착공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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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29일 전북도청에서 당시 송하진(가운데) 전북지사와 간부 공무원들이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 사업이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에 선정,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대상에 포함되자 박수를 치며 축하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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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 "잼버리 위해 국제공항 필요"



새만금 공항 건설은 역대 총선·대선 때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지역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실제 추진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경제성이 부족해서였다. 이에 전북도는 새만금 공항 건설 '지렛대'로 삼기 위해 잼버리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전 세계 스카우트 대원·지도자 등이 새만금에 오려면 국제공항이 필요하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2018년 기재부는 새만금 공항 기본계획 수립 용역비 25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당시 국토부 사전타당성 검토 결과 새만금 공항 비용 대비 편익 비율(B/C)은 0.479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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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文정부 예타 면제…"2029년 개항"



새만금 공항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1월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에 선정돼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대상에 포함됐다. 이후 국토부는 2022년 6월 새만금 공항 기본계획을 확정·고시했다. 2024년 7월 착공해 활주로(2500m×45m)와 여객터미널(1만5010㎡)·화물터미널(750㎡) 등을 지어 2029년 개항하는 게 핵심이다.

사업비는 최초 예타 면제 당시 7534억원에서 8077억원으로 543억원 늘었다. 전북도 관계자는 "시설이 새로 추가된 게 아니라 2019년 3~11월 기재부 사업 계획 적정성 검토 결과 7796억원으로 조정됐고, 이후 3년간 자재 등 물가 상승률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총체적 부실 논란 속에 끝나면서 공항 사업도 좌초 위기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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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17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새만금 국제공항 사업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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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행동 "전국 공항 적자…예산 남용"



전북 지역 시민·사회·환경단체로 구성된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은 2022년 9월 국민소송인단 1308명과 함께 새만금 공항 기본계획을 취소해 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내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당시 공동행동은 "매년 30억원 이상 적자가 발생하는 군산공항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공항이 10개나 운영되고 있는데도 하나 더 만들겠다는 것은 심각한 국가 예산 오·남용"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현재 전국 15개 공항 중 인천국제공항과 김포·제주·김해·대구공항을 제외한 10개가 적자다. 2007년 문을 연 전남 무안공항은 누적 손실액(2017년∼2022년 6월 기준)이 839억6100만원으로 가장 크다.

여기에 새만금 공항 등 신공항 9개가 들어서면 한국엔 24개 공항이 생기게 된다. 이 때문에 "지금 있는 공항 상당수도 이용객이 적어 '유령 공항' '고추 말리는 공항'이라는 비아냥을 듣는데 신공항이 한꺼번에 늘어나면 운영난이 가중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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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이용객이 적어 창구와 대합실 등이 텅 빈 전남 무안국제공항.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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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발전" VS "지자체도 건설비 부담해야"



이에 대해 신공항을 추진하는 지자체는 지역 경제 발전과 주민 항공 이동권 확보를 강조한다. 전북도는 "새만금 공항은 경제성 논리가 아닌 국가 균형 발전 차원에서 정부에서 대승적으로 추진하는 국책 사업"이라며 "새만금 내부 개발과 기업 유치가 본격화하면 항공 수요와 경제성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전문가 사이에선 "공항 난립을 막기 위해선 지자체 책임을 강화하고 객관적 경제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는 공항만 유치하면 정부가 건설비를 100% 부담하기 때문이다.

박동주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지자체가 공항을 신설하려면 광역철도처럼 공사비는 물론 운영비까지 일부라도 분담해야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다"며 "천문학적 돈이 들어가는 인프라 공급을 정치 논리로 풀면 나중에 적자는 누가 책임지냐"고 지적했다.

군산=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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