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과천에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청사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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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을 한 해 앞둔 2019년 여야가 공수처 설치를 놓고 정면 충돌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 신설 입법을 밀어붙였고 야당인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결사 저지를 선언했다. 의원들끼리 서로 다투던 중 폭력 사태까지 벌어질 정도였다. 한국당을 제외한 야당 일부가 여당에 동조하며 2019년 12월30일 공수처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분이 덜 풀린 한국당 의원들은 “공수처는 위헌 기관”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까지 냈다. 2021년 헌재가 “공수처법은 합헌”이라고 결정하며 비로소 논란이 잦아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올해 1월로 창립 3주년을 맞았다. 이 기간 수사를 통해 직접 기소한 사건은 3건뿐인데 그중 2건이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법원에 청구한 구속영장의 발부율은 0%다. 이 기관을 새로 만들려고 지금의 야당 의원들이 쏟아부은 노력이나 거의 극한에 달했던 여아 정쟁 등을 감안하면 용두사미가 아닐 수 없다. 얼마 전 3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공수처의 전직 처장과 차장은 퇴직하자마자 변호사 개업을 해 구설에 올랐다. 후임 처장과 차장은 아예 정해지지도 않아 부장검사가 그 대행을 하는 중이다.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운데)가 2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대사의 귀국은 부임을 위해 호주로 출국한 지 11일 만이다. 공동취재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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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존재감이 없던 공수처가 요즘 언론의 조명을 한몸에 받고 있다. 이종섭 주(駐)호주 대사 때문이다. 이 대사는 국방부 장관 시절 해병대 병사의 순직 원인 조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공수처에 고발됐다. 출국금지 상태에서 대사 임명을 받고 출금이 일시 해제된 뒤 현지에 부임한 것이 야당의 공세 빌미가 됐다. 최근 귀국한 이 대사가 “빨리 조사해달라”고 하자 공수처는 22일 “소환조사는 당분간 어렵다”고 밝혔다. 수사 준비가 거의 안 돼 있음을 자인한 셈이다. 커진 존재감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는 공수처가 딱하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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