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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공식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공수처 "이종섭 소환 당분간 어렵다"…李측 "그럼 출금 왜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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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주호주대사의 ‘해병대 채수근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2일 “이 대사 소환조사는 당분간 어렵다”고 밝혔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물론 이 대사 본인도 전날 호주에서 귀국하며 소환 촉구서를 접수한 데 대한 공식 답변이다. 이 대사 측은 이에 “그럼 왜 출국금지를 하고 출금 해제엔 반대했느냐”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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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주 호주대사가 2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공항을 떠나고 있다. 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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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는 이날 공지문을 통해 “해당 사건의 압수물 등에 대한 디지털포렌식과 자료 분석 작업이 종료되지 않은 점, 참고인 등에 대한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어 “최대한 수사에 전력을 기울인 뒤 수사 진행 정도 등에 대한 검토 및 평가, 변호인과의 협의 절차를 거쳐 소환조사 일시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를 놓고 공수처 안팎에선 이 대사의 공식 귀국 일정인 내달 4일까지 열리는 ‘방위산업 관련 공관장 회의’는 물론이고 “4·10 총선 전 조사는 불가하다”는 뜻이란 해석이 나왔다.



“사실상 총선 뒤로 미뤄”…‘실익 없다’ 판단한 듯



공수처가 그간 이 대사 소환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하다가 이날 ‘조기 소환 불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건 여권의 총선 전 조기 조사 압박에 대한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앞서 이 대사가 지난 21일 ‘6개국 공관장 회의’를 명목으로 귀국하자 국민의힘은 “이 대사가 귀국했다. 이제 공수처가 답해야 한다”(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고 압박했다. 이 대사 본인도 전날 오후 변호인을 통해 공관장 회의가 끝나는 4월 4일을 거론하며 ‘소환조사 촉구서’를 내기도 했다.

공수처로선 이런 압박에 불구하고 지난해 7월 고 채수근 해병대 상병 사건(과실치사)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선 아랫선(참고인) 조사도 착수 안 한 상황에서 당시 국방부 장관으로 최종 결재권자였던 이 대사를 당장 조사하는 건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지난 19일에도 “속도를 높이자 해서 액셀을 밟아 시속 100~150㎞ 질주하듯 할 수는 없다”며 “저희가 해온 대로, 하고 있는 대로 수사를 진행해 나가겠다”고 말했었다.

이 대사는 지난해 7월 말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하겠다는 보고를 받고 결재한 뒤 이튿날 보류시킨 혐의(직권남용)로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공수처에 고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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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주 호주대사가 21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자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등이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고 있다. 맨 오른쪽은 홍익표 원내대표. 김현동 기자 2024.3.21 현장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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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측 “출금 해제 반대 왜 했나”…野는 “뭔가 찜찜”



다만 공수처가 소환 조사 보류 입장을 밝히면서 “무리하게 출국금지를 했다”는 비판도 커지게 됐다. 공수처는 이 대사를 지난해 12월부터 석달간 출국금지를 연장하고, 법무부가 지난 8일 출금을 해제할 때 반대 입장을 냈다. 또 이 대사가 10일 출국하자 이틀 뒤인 12일엔 “추가 소환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사 측 김재훈 변호사는 “출국금지를 몇 차례 연장하고 해제에 반대 의견까지 냈다던데 소환조사 준비가 아직도 안 된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출금과 해제 반대에 무슨 특별한 이유나 배경이 있었던 것인지 의아할 따름”이라고 꼬집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공수처는 추가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더니 정작 이 대사 귀국 후 조사 계획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고 썼다.

야권에선 “뭔가 찜찜하다”는 말도 나왔다. 사직서를 제출했던 김선규 수사1부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수리 거부로 지난 20일 처장 직무대행에 복귀한 것과 맞물려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먼저 즉각 수사를 주장하자 여권도 역으로 즉각 수사를 주장했다”며 “이런 상황에 공수처가 머뭇거리는 그림을 만들면 ‘과잉수사’ 프레임이 만들어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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