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사전 절차 아직 많이 남아"…이종섭 측 "납득 안 돼"
압수물 분석·실무진 조사 안 마쳐…'면죄부' 비판 우려도
'해외 도피' 논란을 일으킨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21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지난 10일 호주대사로 부임한 이 대사는 지난해 국방부 장관 재직 시절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건 조사에 외압을 행사했단 의혹을 받고 정치권으로부터 '도피성 출국'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공동취재) 2024.3.21/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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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이종섭 주호주 대사의 소환 요청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당분간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 대사의 국내 체류 기간 내 조사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특히 이 문제가 총선 화두로 급부상하면서 4월 10일 이전에 소환 조사가 진행될 것인지를 놓고 여야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사를 통해 확보한 압수물 분석이 진행 중인 데다 주요 사건 관계인 조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어 4·10 총선 이전 소환은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재외공관장의 지위를 고려해 출국 전 조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여당과 이 대사 측이 연일 공수처에 소환을 촉구하는 것도 변수다.
◇ 공수처 "당분간 소환 어렵다"…이종섭 측 "납득 안 돼"
공수처는 22일 대변인실 명의로 "압수물 등의 디지털 포렌식 및 자료 분석 작업이 종료되지 않은 점, 참고인 등에 대한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소환조사는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공지했다.
이 대사 측 김재훈 변호인은 "출금 해제에 반대하고도 소환 조사 준비가 안 돼 있다니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김 변호사는 이 대사 소환에 대한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공수처에 제출할 예정이다.
다만 공수처는 "최대한 수사에 전력을 기울인 뒤 수사 진행 정도 등에 대한 검토 및 평가, 변호인과의 협의 절차를 거쳐 해당 사건관계인에게 소환조사 일시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여지를 남겨놨다. 이 대사 측의 거듭된 소환 요청을 거부하기보다는 추후 일정을 논의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 4·10 총선 이전 소환 사실상 불가…'면죄부' 비판도 부담
이 대사 소환이 총선 쟁점이 되고 있지만 공수처가 내달 10일 총선 이전에 소환 조사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통상 수사기관은 수개월의 포렌식 작업을 거친 뒤, 이를 바탕으로 '아랫선'을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한다. 이후 '윗선'을 대상으로 최종 혐의를 규명하는 수순을 밟는다.
공수처는 현재 지난 1월 국방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압수물과 이달 7일 이 대사로부터 받은 휴대전화 포렌식 작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과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등 주요 사건 관계인뿐 아니라 국방부 실무진에 대한 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셈이라 '정점' 격인 이 대사를 부를 개연성이 떨어진다.
공수처 내부에서도 수사 진척 상황을 고려하면 이 대사를 소환하기에는 이르다는 의견이 다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외교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재외공관장 지위상 국내 체류 기간 내 조사를 벌이고, 추가 조사 일정을 조율하지 않겠냐는 시각도 있다.
이 경우 한 차례 이 대사를 부른 공수처가 추가 조사에 나설 경우 '면죄부'를 주고 "총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이 대사는 내달 4일까지는 방산 협력 관련 공관장 회의를 위해, 이후에는 한국·호주 외교·국방장관 회의 준비를 위해 국내에 머물 예정이다.
재외 공관장 회의가 내달 22~26일 서울에서 열리기 때문에 4월 말까지는 국내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내 체류 중 공수처의 소환 요청 없이 일방적으로 출석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김 변호사는 뉴스1에 "공수처에서 소환하지도 않았는데 일방적으로 출석하는 쇼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ausu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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