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대사 소환요구…공수처 서두르면 실익없고 미루면 면목없어
공수처가 출석요청한 한동수 전 대검부장은 ‘불응’
[연합]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래저래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자진해서 소환조사를 요청했지만 공수처가 소환을 망설이고 있는 가운데, 정작 공수처가 출석을 요청한 한동수 전 대검 감찰부장은 공개적으로 불응의사를 밝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 전 부장은 이날 예정된 공수처 조사에 불출석하겠다면서 변호인이 공수처에 제출한 ‘출석요구에 대한 의견서’를 공개했다.
의견서에는 “22일에는 한 전 부장이 그간 출석해 변호해 온 형사사건의 공판기일이 있다”는 내용과 함께 “수사의 공정성을 객관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조사에 앞서 기피, 회피 및 재배당 요청에 관한 회신 등 적절한 조치가 선행되기를 바란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 전 부장은 임 부장검사와 공모해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 교사 의혹사건 처리경과와 내부보고 내용 등 수사 상황을 2021년 3월 2∼3일 세 차례에 걸쳐 임 부장검사의 소셜미디어(SNS)에 게재한 혐의를 받는다. 공수처는 지난달말 대검찰청을 압수수색했고, 한 전 부장은 고발사주 사건과 관련한 자신의 발언이 이어지자 입을 틀어막기 위한 수사를 하는 것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반면 공수처가 출국금지 해제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우여곡절 끝에 귀국한 이 대사가 줄기차게 소환을 요청하고 있지만, 막상 공수처는 망설이는 모양새다. 이 대사는 국방부 장관 시절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대사 측은 “공수처에 모든 국내 일정 공개하고 소환조사를 요청했다. 공수처가 출금 연장하며 조사가 필요하다고 해 왔고, 충분한 조사 준비기간이 있었으니 이번에는 당연히 공수처가 소환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압박했다. 또 “군에 수사권이 없어 수사외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 수사외압은 정치 프레임이지 법률적으로는 성립할 수 없다”고도 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12월 이 대사를 출국 금지 조치했고, 올해 1월 국방부를 압수수색 할 때는 영장에 여러 차례 이 대사를 피의자로 적시한 바 있다. 단순히 고발이 접수돼 이 대사를 수사하는 게 아니라 공수처도 잠정적으로나마 범죄가 의심된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이같은 의심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직권남용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 대사 측의 주장에 반박할 정교한 법리를 다듬는 동시에 주요 관련자들의 진술을 통해 사실관계를 치밀하게 재구성해야 한다.
여전히 압수물 포렌식 작업 단계에 머물러 있는 공수처로서는 만만찮은 과제인 셈이다. 다만 공수처 대변인실은 “소환조사 촉구서를 접수했고, 수사팀에서 검토하겠다”며 원론적인 가능성은 열어뒀다. 공수처는 조사 여부와 시기를 고심하고 있지만, 조사를 서두르면 실익이 없고 조사를 미루면 면목이 없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youknow@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