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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공식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딥뉴스]직접 기소 못 하는 공수처 사건 '갈팡질팡'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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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사건 핑퐁 이어 규칙 개정 갈등까지

공수처법 미비서 시작된 예견된 혼란

'수사-기소 대상 불일치'가 갈등 초래

법조계 "사실상 법조수사처…법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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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기소권이 없는 사건을 불기소 처분한 뒤 자료를 검찰에 보내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관계 부처인 법무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법무부는 연초 공수처가 사건사무규칙 개정을 입법 예고하자 두 번이나 공식 반대 의견을 보냈다. 공수처는 법무부 반대에도 지난 19일 개정안을 관보에 게재하며 시행을 강행했다.

공수처가 직접 기소할 수 없는 사건 처분을 두고 관련 기관과 잡음을 낸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지난해 11월 검찰에 공소제기를 요구한 감사원 3급 간부 뇌물 사건이 대표적이다. '도저히 못 받겠다'는 검찰과 '보냈으니 알아서 하라'는 공수처가 '핑퐁 게임'을 벌인 지난 수개월 동안 사건은 갈피를 못 잡고 가운데서 붕 떴다.

공수처법 빈틈…'수사-기소 대상' 불일치서 혼란 시작


따지고 보면 근원적인 문제는 빈틈투성이인 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다. 공수처의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이 다른 것에서 모든 혼란이 출발했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대통령은 물론 국회의원이나 중앙행정기관의 장, 정무직 공무원 등 모든 고위 공무원을 수사할 수 있지만 재판에 넘길 수 있는 건 판·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뿐이다. 수사와 기소 대상의 불일치다.

공수처 검사가 직접 기소할 수 없는 사건의 처리 방식은 공수처법을 보면 자세히 나온다. "수사처 검사는 기소권이 없는 고위공직자범죄에 대한 수사를 한 경우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지체 없이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에게 송부해야 한다"(공수처법 26조 1항). 수사 결과가 어떻든 기소권 없는 사건은 공수처가 모두 검찰에 보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게다가 강제성이 있는 의무 조항이다.

공수처가 낸 '주석서' "기소권 없는 모든 사건 검찰 송부"


공수처가 2022년 1월 발간한 '공수처법 법률주석서' 속 법 26조에 대한 조문 해석을 보면 "수사 후 결과에 관계없이 송부하게 돼 있어 (검찰과 공수처 검사 사이) 형사소송법상 보완수사에 대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서술한다. "공수처 검사는 사법경찰관이 아니므로 검사가 사건에 대해 공수처에 보완수사요구를 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이 부분을 감사원 간부 뇌물 사건에 대입해 보자. 당시 검찰은 공수처의 사건을 반송하면서 "공수처의 법률적 지위와 성격을 고려했다"면서 "검찰은 증거와 법리에 대한 의견을 덧붙여 사건을 보냈다"고 덧붙였다. 명시적인 보완 수사 요구는 아니지만 받아들이는(공수처) 입장에선 수사 지휘로 읽힐 수 있다. 공수처가 곧바로 검찰로 사건을 되돌리며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도 이런 맥락에서 풀이된다.

그런데 주석서는 기소뿐 아니라 불기소 결정에 대한 법 해석도 다루고 있다. "다만 공수처가 불기소 결정 후 기록과 증거물을 검찰로 송부한 사건에서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청할 경우,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 공수처와 검찰 사이 보완수사 관련 협업 방식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해석이 등장한다.

이번 공수처의 규칙 개정 강행이 2년 전 주석서와 배치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불기소 사건 자료를 단순히 검찰에 송부하는 것을 넘어서 검찰의 보완수사 요청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공수처법을 풀이한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 "항고·재항고권 침해" vs 공수처 "재정신청도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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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법조인은 "공수처법은 물론이고 자신들이 낸 주석서 내용조차 뒤집는 식으로 개정을 추진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런 규칙 개정 배경에 대해 공수처는 "고소·고발인의 재정신청권을 제대로 보장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공수처법상 고소·고발인은 공수처의 불기소 결정에 불복하면 법원에 재판단을 요구(재정신청)할 수 있다. 공수처는 재정신청이 접수되면 수사 자료 및 증거물을 일주일 안에 서울고법에 보내야 한다. 절차상 공수처가 수사 자료를 검찰에 보내지 않고 자체적으로 보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법무부는 공수처의 규칙 개정이 고소·고발인의 항고 및 재항고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공수처가 불기소 사건을 검찰로 보내면 고소·고발인이 항고와 재항고, 재정신청 등 3단계에 걸쳐 사건 불복 절차를 밟을 수 있는데 공수처가 이를 박탈한다는 논리다. 또 "기소권과 불기소 결정권은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라며 "기소를 할 수 없는데 불기소만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형사사법 체계에 어긋나 위헌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공수처는 "재정신청만으로도 고소·고발인의 권리 보장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법조비리수사처 지적도…공수처법 개정해야"


이렇듯 주장 앞에 '국민의 권리 보호'를 내세운 법무부와 공수처지만 진짜 속내를 알 수는 없다. 두 기관 사이 갈등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점점 분명해지는 것은 있다. 공수처법 자체가 엉망인 상태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다음 국회가 반드시 현행 공수처법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공수처 안팎에서 꾸준히 나오는 것도 이런 분석과 맥을 같이 한다. 졸속으로 만든 공수처법 조문의 결함을 그대로 두고서 이 모든 혼란을 당사자인 공수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어서다.

공수처 부장검사를 지낸 예상균 변호사는 '공수처법 운영과정에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서 "공수처가 판·검사에 대해서만 기소권을 갖고 (중략) 공수처 기소 대상에서 대통령과 청와대 고위 인사, 국회의원 등은 빠짐으로써 사실상 '법조비리수사처'라는 지적까지 나왔다"며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는 공수처와 검찰 간 소모적인 대립 양상을 낳았다"고 법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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