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주호주대사는 오는 25일 방위산업 협력 관련 공관장 회의 참석차 귀국할 예정이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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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주호주대사가 4·10 총선 전 조기 귀국을 결정하면서 이른바 ‘도피 출국’ 논란의 공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로 넘어왔다. 이 대사는 외교·국방·산업부가 공동 주관하는 방산협력 공관장 회의 참석차 21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25일 열리는 회의 이후에도 다음달 총선일까지 추가적으로 국내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이 대사 측 김재훈 변호사는 이날 “오늘 공수처에 (이 대사의) 모든 국내 일정을 공개하고 소환조사를 요청했다”며 “공수처가 출국금지를 연장하며 조사가 필요하다고 해 왔고, 충분한 조사 준비기간이 있었으니 이번에는 당연히 공수처가 소환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로써 표면적으론 공수처가 이 대사 출국 이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던 대면 조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다. 하지만 그 이면엔 수사 준비가 제대로 안 된 상태로 이 대사를 섣불리 소환할 수도, 그렇다고 마냥 소환 조사를 미룰 수도 없는 공수처의 딜레마가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수처는 이날 “(이 대사의 ) 소환조서 촉구서를 접수했고, 수사팀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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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빨리 소환하라" 공수처 압박
홍익표(왼쪽 셋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야당은 지난 10일 이종섭 주호주대사 출국에 맞춰 인천국제공항에서 규탄 시위를 벌였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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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사는 해병대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상황에서 지난 10일 호주로 출국했다. 그 과정에서 공수처의 반대 입장에도 출국금지가 해제됐고, 야권에선 이를 ‘도피 출국’으로 규정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논란이 커지자 이 대사와 대통령실은 “공수처가 소환을 요청할 경우 언제든 즉각 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 대사와 대통령실은 출국이 총선 쟁점으로 부상하자 “빨리 소환해달라”며 공수처를 역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서둘러 소환 일자를 지정해 대면 조사를 하자는 건 데 사건 피의자가 수사기관을 상대로 소환을 압박하는 이례적인 모습이었다. 실제 이 대사는 지난 19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빨리 대면조사 일정을 잡아달라’는 취지의 조사기일지정 촉구서까지 제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사는 ‘거리낄 게 없으니 언제든, 최대한 빨리 소환조사를 하자’는 입장인데 정작 공수처에선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며 “조사를 받겠다는데 소환을 하지 않는 건 결국 이 대사에 대한 출국금지 필요성 자체에 의문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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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환조사’ 강요받는 공수처의 난감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이종섭 주호주대사에 대한 추가적인 대면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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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에 난감한 입장이라고 한다. 수사외압 의혹의 실체 규명을 위해 이 대사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지금 당장 소환조사를 진행할 정도로 관련 수사가 무르익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대사 출국 사흘 전인 지난 7일 1차 소환조사 때도 공수처는 준비 시간 부족 등의 이유로 제대로 된 질문을 구성하지도, 사건의 실체를 규명할 답을 듣지도 못했다. 결국 이 대사는 조사 시작 4시간 만에 귀가했다. 7일 조사와 관련 관계자가 “호주대사 임명 뒤 출국이 임박해 어쩔 수없이 부른 것이지 우리가 원하는 방식의 조사가 아니었다”고 했을 정도다.
이후 공수처 측은 “추가적인 대면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공수처가 또다시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환조사를 하는 상황으로 떠밀리고 있다는 점이다. 공수처로선 또 설익은 소환조사에 나서거나, 상당기간 뒤로 미루는 선택지 사이의 딜레마를 안게 됐다. 전자는 소환조사의 실익이 없고, 후자는 6개월간 소환 통보도 않다가 출국금지만 연장하며 수사권을 남용했다는 비판론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있다.
김진욱 전 공수처장은 지난 1월 19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두 달 넘게 아직 새 처장이 임명되지 않은 상태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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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국방부 장관이자 현직 특명전권대사에 대한 조사는 빈틈없는 준비와 고도의 정무적 판단도 필요하지만 현재 공수처는 두 달 넘게 처장·차장 지휘부의 장기 공백 상태라는 점도 문제다. 지난 1월 19일 김진욱 전 공수처장 퇴임 이후 아직 새 처장이 임명되지 않아서다.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이명순(22기) 변호사를 공수처장 후보로 추천했지만, 윤 대통령의 지명이 미뤄지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공수처 관계자는 “이 대사 소환 여부를 포함해 모든 결정이 의도와 무관하게 정치적 해석으로 이어진다면 그 어떤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겠냐”며 “이 대사 출국금지 필요성 등 수사 과정의 원론적 입장 외엔 대응을 자제하는데도 비판적 반응이 이어져 내부 분위기도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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