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하지 않은 ‘존재감 과시’…의사단체-정부 갈등 수사도 공수처 몫

의사단체, 복지부장관 공수처에 고발

여운국 전 공수처장 대행은 의사단체 변호맡아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및 관계자들이 19일 오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박민수 차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하기 위해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방문하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대통령실(이종섭 대사 소환) 및 법무부(검찰 기록송부 관련 규칙개정)와 연이어 날을 세운 공수처가 의대증원 문제를 다루면서 또다시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셈이다. 한편 공수처 처장을 대행했던 여운국 변호사는 의사단체에 합류해 정부와 대척점에 섰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협 비대위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미래를 생각하는 의사모임’ 대표)은 전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임 회장은 정부가 전공의 등의 사직서 수리를 일괄적으로 금지한 것은 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직권을 남용해 전공의 휴식권, 사직권, 강제노역을 하지 않을 권리 등 정당한 권리 행사를 방해했다”며 “정부가 잘 돌아가던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을 망가뜨리고 의사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총선에 이용하려는 나쁜 의도로 이 사태를 유발했다”고 비판했다.

의료법 59조 1항에 따르면 복지부 장관은 보건의료 정책을 위해 필요하거나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는데, 개별 전공의들의 헌법상·법률상 권리가 법이 규정한 ‘필요한 정도’를 넘어 과도하게 침해됐다는 주장이다.

또 현재 진행 중인 의협 집행부를 향한 경찰의 수사에 대해서도 결론을 정해놓은 기획수사라고 비판했으며, 공수처 고발에 이어 행정소송과 헌법소원심판도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사직서 수리금지명령, 업무개시명령 등이 법률에 근거했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 1308명에게 소속 병원에 복귀하라는 업무개시명령을 공시 송달한다는 공고를 올렸으며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 개시 명령을 거부하는 경우 의료법 제66조와 제88조에 따라 처분·형사고발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의사단체가 오히려 맞불을 놓은 셈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아직 고발장 접수 단계로, 수일내 사건을 배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수처 차장으로서 처장 대행을 지낸 여운국 변호사는 퇴임 한 달여 만에 전공의들의 법률 자문을 돕는 변호인단에 합류했다. 의사단체인 ‘미래를 생각하는 의사모임’에 따르면 여 변호사는 전공의들의 법률지원을 위해 꾸려진 변호인단인 ‘아미쿠스 메디쿠스(의사의 친구)’에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윤석열 정부와 내내 대립관계에 있었는데, 퇴임하자마자 여 변호사가 의대 정원 문제를 놓고 또다시 정부 측 반대편에 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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