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반 수사 일정 감안하면서 사건관계인과 협의해 결정할 일"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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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의 소환 조사 시기에 대해 "수사팀이 제반 수사 일정을 감안하면서 사건관계인과 협의해 결정할 일"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공수처 관계자는 19일 출입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저희가 해 온 대로, 하고 있는 대로 (수사를) 진행해 나가겠다"며 이렇게 밝혔다.
'4월 재외공관장 회의 때 조사하는 방향으로 일정을 조율 중이냐'는 질문에는 "말씀드리기 어렵다"고만 답했다.
이 대사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을 비롯한 여권에서 공수처의 '수사 지연'을 문제 삼으며 '즉각 소환'을 압박하는 가운데, 정해진 일정에 따라 수사하겠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다시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17일 "공수처가 (이 대사를) 즉각 소환하고 이 대사는 즉각 귀국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전날 "만약에 공수처가 그렇게 급하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제반 여건을 고려하면 당장 이 대사를 소환 조사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공수처 안팎의 중론이다.
통상 수사기관은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할 때 압수물 분석과 하급자 조사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다진 뒤 '윗선'인 피의자를 소환한다.
하지만 공수처는 아직 지난 1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의 사무실과 국방부 검찰단·조사본부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 포렌식도 마치지 못했다.
이 대사가 이달 7일 제출한 휴대전화 포렌식 작업은 아직 착수하지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령관, 유재은 법무부 법무관리관 등 핵심 피의자에 대한 소환 조사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1월 20일 김진욱 처장이 퇴임한 뒤 수장 대행 체제가 두 달째 계속되고 있는 데다 수사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다.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담당하는 수사4부(이대환 부장검사) 소속 평검사는 4명뿐이다. 감사원 표적 감사 의혹도 이 부서가 맡고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국민들께서 답답하다고 지적하실 수 있지만 주어진 여건 속에서 나름대로 진행하고 있다"며 "수사라는 게 '속도를 높이자' 해서 100m 질주하듯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날 대통령실과 이 대사의 출국 허락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인 것과 관련해서는 "국민들께 (공수처가) 거짓말한 모양새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 그 부분만 언론에 말씀드린 것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정치적인 논쟁·이슈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굉장히 경계해왔는데 급작스럽게 예기치 못한 상황에 들어가 당혹스럽다"고 덧붙였다.
법무부가 전날 공수처의 사건 사무 규칙 개정에 대해 '고소·고발인의 항고권을 박탈해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밝힌 데 대해서는 "공수처법에는 항고·재항고 절차가 없다"며 "고소·고발인은 불기소 처분에 대해 재정을 신청할 수 있는데 제삼자이자 객관성·공정성이 있는 법원에 의해 판단 받는 만큼 충분히 권리가 보장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18일 이종섭 주호주대사에 대해 "공수처가 조사 준비가 되지 않아 소환도 안 한 상태에서 재외공관장이 국내에 들어와 마냥 대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대변인실 명의로 언론에 배포한 '현안 관련 대통령실 입장'에서 "이 대사는 공수처의 소환 요청에 언제든 즉각 응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종섭 전 국방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은 인도-태평양지역에서 한·미·일·호주와 안보 협력과 호주에 대한 대규모 방산 수출에 비추어 적임자를 발탁한 정당한 인사"라고 강조했다.
또 "이 대사에 대한 검증 과정에서 고발 내용을 검토한 결과 문제 될 것이 전혀 없다고 판단했고 공수처도 고발 이후 6개월간 소환 요청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이 대사는 대사 부임 출국 전 스스로 공수처를 찾아가 4시간가량 조사를 받았고, 언제든 소환하면 귀국해서 조사받겠다고 했다"며 이에 공수처도 다음 기일 조사가 준비되면 소환 통보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법무부에서만 출국금지 해제 결정을 받은 게 아니라 공수처에서도 출국 허락을 받고 호주로 부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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