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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공식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공수처, 법무부와도 '자료 송부' 갈등… 깊어지는 내우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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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권 없는 사건 중 불기소 자료 미송부
법무부 "기소권 없는데 불기소는 불가능"
수장 공백, 대통령실 갈등 '엎친 데 덮쳐'
한국일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 공수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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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불기소 사건 자료 송부 문제를 두고 법무부와 갈등을 겪고 있다. 공수처는 공소권 없는 사건 중 불기소 사건 자료를 검찰에 주지 않기로 했는데, 법무부는 여기에 '위헌 가능성이 있다'고 문제를 삼고 있다.

공수처는 19일 새로운 사건사무규칙을 시행했다. 주요 내용은 소권이 없는 사건 중 불기소 결정한 사건의 수사 자료를 검찰에 송부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까지 공수처는 공수처법에 따라 직접 기소할 수 없는 사건에서 불기소 결정을 내리는 경우,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첨부해 서울중앙지검에 보냈다.

그러나 공수처는 공소 제기를 요구하는 사건에서만 자료와 증거물을 검찰에 보내고, 불기소 판단 사건은 자료를 넘겨줄 근거가 없다고 봤다. 이미 공수처는 2022년 이후 불기소 결정한 사건의 자료를 대부분 검찰에 넘기지 않았다고 한다. 공수처 관계자는 "기존 규칙 등에 대한 해석이 혼란을 불러일으키니 이참에 정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이 개정안이 고소·고발인의 재정신청에 대응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설명했다. 공수처법상 고소·고발인은 공수처의 불기소 결정의 타당성을 법원(서울고법)에 다시 따져달라고 요구(재정신청)할 수 있다. 공수처는 재정신청서를 받으면 수사관계 및 증거물을 일주일 이내 서울고법에 보내야 하기 때문에, 재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수사 자료 등을 보관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법무부는 공수처의 규칙 개정이 형사사법체계에 어긋난다며 반발했다. 법무부는 "기소권과 불기소 결정권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관계"라며 "기소를 할 수 없는데 불기소만을 할 수 있다는 건 형사사법체계에 부합하지 않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번 규칙 개정은 고소·고발인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기존 규칙에 따르면 공수처가 불기소 판단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이 최종적으로 불기소 처분을 했고, 그러면 고소·고발인은 서울고검(항고)과 대검찰청(재항고)에 불기소 결정의 타당성을 다시 따져달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규칙 개정으로 고소·고발인의 항고와 재항고가 불가능하게 됐다. 법무부는 "법률의 명시적 규정이 없는데 행정규칙으로 항고권과 재항고권을 박탈하는 건 위헌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법무부와의 갈등과 별도로, 공수처의 내우외환은 이미 깊은 상황이다. 올해 1월 김진욱 전 처장 퇴임 이후 공수처의 '수뇌부 공백' 상황은 3개월째 해소되지 않고 있다. '처장 대행의 대행'을 하던 김선규 수사1부장은 검찰 근무 당시 수사기록을 외부로 유출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뒤 사의를 표명했지만, 후임 처장이 지명조차 되지 않아 공수처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밖으로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의 출국을 두고 대통령실과의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대통령실은 "공수처 허락을 받고 이 대사가 출국했다"고 했지만, 공수처는 "허락한 사실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집안에 부모(처장·차장)가 없이 자식들끼리 꾸려가는 게 쉬운 건 아니다"며 "정치적 논쟁에 휘말리니 당혹스러운 건 사실이나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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