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주유기를 꺼내는 모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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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러시아의 공급 불안에다 중국발(發) 경기 회복 기대감까지 더해지며 국제유가가 크게 올랐다. 지난해 10월 이후 약 5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유가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최근 들썩이는 물가를 자극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
1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유(WTI) 4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배럴당 82.72달러를 기록했다. 전일 대비 1.68달러(2.1%) 상승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5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하루 새 1.55달러(1.8%) 오른 86.89달러로 마감했다. 두바이유 현물가(싱가포르 거래분)도 0.84달러 상승한 85.65달러를 찍었다. WTI는 지난해 10월 27일, 브렌트유는 10월 31일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을 나타냈다.
이러한 유가 상승엔 공급·수요 변수가 각각 영향을 미쳤다. 이라크는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감산 합의 준수를 위해 6월까지 원유 수출 규모를 하루 330만 배럴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1월 원유 수출도 전월 대비 줄면서 두달 연속 감소세를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러시아 공급 리스크도 다시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일주일간 러시아 정유시설에 꾸준히 무인기 공격을 진행하면서 타격을 입혔다. 원유 시장에선 우크라이나 측 공격으로 러시아의 하루 정제능력인 680만 배럴 가운데 약 60만 배럴가량이 가동 중단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스티븐 이네스 SPI에셋 매니지먼트 매니징 파트너는 "러시아의 원유 수출이 단기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유가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큰손' 중국의 경기 회복 조짐에 원유 수요가 늘 거란 기대도 유가를 밀어 올렸다. 이날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1~2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7% 늘면서 예상치(5%)를 크게 웃돌았다. 소매판매도 5.5% 증가하면서 전망치(5.2%)를 넘어섰다.
다만 19~20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유가의 단기 변수로 꼽힌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에서 금리 인하와 관련한 '매파적'(긴축 선호) 발언 등이 나오면 수요 확대 전망이 줄면서 유가가 주춤할 수 있다. 하지만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올해 석유 공급이 계속 부족할 거라고 경고하는 등 중장기적으론 오름세에 힘이 실린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3대 변수인 지정학적 불안, OPEC+ 감산, 중국 경기 회복 등이 맞물리면서 유가가 확 떨어지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상반기 중에 90달러 선을 넘고, 하반기엔 더 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상향하는 국제유가에 각국 물가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한국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1% 오르면서 1월(2.8%)보다 반등했다. 과일값 고공행진에 기름값 상승이 겹친 여파다. 지난 1월 각각 L당 1560원대, 1470원대까지 떨어졌던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경유 판매가는 1640원, 1540원 안팎까지 올랐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생산자물가도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으며 강세를 지속했다.
유가가 오르면 3% 안팎인 인플레이션의 둔화 속도가 늦어지게 되고, 중앙은행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점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지난 6일 "물가 전망 경로 상에 지정학적 리스크, 국내·외 경기 흐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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