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공수처장 ‘대통령 지명기한’ 입법미비로 차일피일

처장 궐위시 60일내 임명…임기만료시 기한규정 없어

이종섭 대사 소환·공수처 규칙 개정 등 현안 산적

[연합]

[헤럴드경제=윤호 기자]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이종섭 주호주 대사에 대해 소환을 요청하면 즉각 응할 것이라고 대통령실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 대사 본인이 잇따라 밝히면서 시선은 다시 공수처로 쏠리고 있다. 장기간 수장공백 상태인 공수처가 수사 동력을 잃지 않고 이어갈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대통령의 최종 후보 지명 기한을 명시한 법령이 미비해 문제로 지목된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처장 궐위시 60일 이내 임명해야한다’는 규정은 있으나, 임기를 마친 공수처장 후임선정시 기한에 대한 규정은 전혀 없다.

공수처법은 ‘처장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후보추천위원회가 2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그 중 1명을 지명한 후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한다’고 돼 있고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대통령 지명 후에는 20일내 국회 청문회를 진행해야 한다. 다만 정작 ‘2명 추천후 대통령 지명까지’ 기한은 규정하지 않은 것이다. 일종의 입법미비로 보이며, 이에 따라 이미 김진욱 초대처장 임기는 두달 전(1월20일) 끝났지만 대통령 지명 소식조차 없는 상황이다.

이 대사는 국방부 장관 재임 당시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해병대 채모 상병 사건과 관련해 임성근 1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본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결재한 뒤 이를 번복하고 경찰에 이첩된 자료 회수를 지시하는 등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일각에선 새 처장 임명은 총선 이후에야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후보를 지명해도 국회가 총선을 코앞에 두고 있어 인사청문회를 위한 의사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러 절차를 고려할 때 ‘총선 전 후보 지명, 총선 후 청문회’ 시나리오가 현실적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대통령실도 처장임기를 고려하면 다음달 내 임명시 대통령 퇴임 전까지 한차례 더 공수처장을 임명할 수 있어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장의 임기는 3년이다.

공수처는 지난 1월 20일 김진욱 초대 처장이 임기가 끝나 퇴임한 뒤 여운국 차장 대행 체제로 운영되다, 같은 달 말 여 차장도 퇴임하면서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업무 대행을 맡았다. 하지만 김 부장검사도 사표를 내면서 현재 송창진 수사2부장이 ‘대행의 대행의 대행’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29일 ‘7전8기’ 회의 끝에 차기 공수처장 후보로 이명순·오동운 변호사를 추천했지만, 대통령실은 3주 가까이 검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공수처는 이종섭 대사 소환문제로 대통령실과 충돌하고 있는데다, “‘공소권 없는 불기소 처분시에도 사건기록을 중앙지검에 보낸다”는 공수처 자체 규칙을 삭제해 법무부와 갈등을 빚는 등 ‘살아있는 권력수사’와 관련한 산적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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