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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물가와 GDP

‘3% 물가’ 잡으려 이미 1천억 ‘순삭’…올해 예산 상반기에 다 써버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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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할인·납품단가지원 고집
예산 1080억 조기 소진 우려
수입허가 등 공급 늘려야 해결


매일경제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양재하나로마트에서 열린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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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농협 하나로마트 현장은 당초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이 방문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날 밤늦게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찾는 것으로 바뀌었다.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이 농산물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행보로 풀이된다.

정부는 할인지원, 납품단가 지원을 통해 소비자가격을 낮추겠다는 입장이지만 근본적인 공급 확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언 발에 오줌누기’에 그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민생경제점검회의에 앞서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를 찾아 현장 장바구니 물가를 직접 점검했다. 지난달 기준으로 1년새 가격이 70% 넘게 뛴 사과에 대해 “지난해 생산량이 전년 대비 30% 줄었다. 그래서 소매가격도 크게 올랐다”면서 “납품단가 보조와 할인판매 지원을 확대하고, 대체과일 수입도 늘림으로써 사과가격이 평년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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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과 채소 등 농산물 물가가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18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과일을 고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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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을 포함한 신선식품 가격은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해 물가전반을 위협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2.4%에서 8월 3.4%로 오른 데 이어 10월에는 3.8%까지 뛰었다. 이후 계속 낮아져 올해 1월 2.8%로 내려왔지만 지난달 3.1%로 상승하며 한 달만에 3%대로 다시 올라섰다.

신선식품 물가 상승이 큰 영향을 미쳤다. 신선식품 가격 상승률은 지난해 7월만해도 2.2%에 그쳤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상승해 10월 13.3%, 12월 14.5%로 급등했고, 지난달엔 20.0%까지 치솟았다.

일차적인 원인은 기상 악화다. 지난해 여름철 집중호우와 냉해에 이어 탄저병을 비롯한 병해충 영향까지 더해졌다. 지난해 사과 재배량이 전년보다 30%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산됐다. 유통과정에서 개별 업체들이 자의적으로 판매 물량을 조절하는 행위도 가격상승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부는 할인지원과 납품단가 지원을 늘리는 방식을 연이어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 추석 670억원을 들여 성수품 할인지원을 실시했다. 올 들어서는 설 성수기에 690억원을 들여 할인행사를 지원한 데 이어 다음달까지 할인지원과 납품단가 지원에 434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래도 물가가 잡히지 않자 지난 15일에는 1500억원을 추가로 들여 할인지원, 납품단가 지원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막대한 정부재정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농축산물 할인지원의 올해 예산은 1080억원이다. 이대로라면 3%대 물가도 잡지 못한 채 올해 전체 할인지원 예산만 상반기에 소진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결국 농산물 공급을 늘려야 물가 상승세를 잠재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할인지원은 도매가격을 자극해 가격을 더 뛰어오르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다는 우려도 많다. 빨라지는 기후변화 속도를 감안해 단기 요법이 아닌, 근본적인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요 농산물의 공급을 늘리지 않는 것은 소비자에게 계속 ‘높은 가격에 사먹으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과 같다”면서 “사과처럼 현재 수입이 되지 않는 품목은 한시적으로라도 수입할 수 있게 문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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