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이후에도 과일 가격을 비롯한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자 정부가 유통 과정에서 과도하게 가격을 인상하거나 폭리를 추구하는 행위를 엄단하고 나섰다. 정부는 농산물 가격이 평년 수준으로 돌아갈 때까지 기간과 품목에 제한을 두지 않고 할인 지원하기로 했다. 체감물가 급등세가 계속되자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에서 민생경제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정부는 장바구니 물가를 내릴 수 있도록 농산물을 중심으로 특단의 조치를 즉각 실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딸기, 참외 같은 대체 과일 가격 안정을 위해 모든 정책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대형마트 중심 할인 경로도 전통시장, 온라인 쇼핑몰로 확대할 것"이라며 "사과, 배 수요를 대체할 수 있도록 해외 수입 과일과 농산물, 가공식품에 대한 할당관세 대상 품목을 대폭 확대하고 물량도 무제한으로 풀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현재 24종인 과일류 관세 인하 품목에 체리, 키위를 비롯한 5종을 추가하고 필요하면 긴급 농축산물 가격 안정자금(1500억원)도 증액하기로 했다. 정부는 정책 체감도를 높일 수 있도록 철저하게 현장을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과도한 가격 인상, 담합 같은 시장 교란 행위와 불공정 행위로 폭리를 취하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며 "민간에서도 원재료 비용 하락 부분을 가격에 반영하고 효율을 높여 함께 노력해 달라"고 역설했다.
다만 정부의 할인 지원 확대가 단기적으로는 소비자 부담을 덜어줄 수 있지만, 구조적인 대응책은 될 수 없다는 분석이 많다. 할인 대책이 수요와 도매 가격을 자극해 거꾸로 가격 상승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검역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온난화로 과실 공급 면적이 줄어드는 데 따른 설비 투자를 지원해 공급을 늘리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며 "정부가 유독 사과와 배가 수입되지 않도록 검역 제도를 적용한 것은 농가를 보호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고 꼬집었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특정 품목 가격이 크게 올랐을 때는 예외적으로 검역을 완화할 수 있도록 탄력적인 제도 운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환 기자 /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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