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대검 "기소권 없는 사건 불기소결정권 없어"
'기소권 없는 사건 기록 전부 송부' 규정한 공수처법에 반해
법무부와 대검은 '공수처법상 공수처가 기소권을 갖지 않는 사건에 대해서는 불기소결정권이 없고, 공수처법에서 공소제기 요구와 관계 없이 검찰에 모든 사건의 서류와 증거물을 송부하도록 규정돼 있는 만큼 개정 규칙은 상위법 위반이다'라는 입장인 만큼 기관 간 갈등으로 인한 수사 현장에서의 혼란이 우려된다.
정부과천청사 공수처. 사진 제공=공수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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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공수처는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불기소결정 시 관계 서류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송부하는 규정을 삭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개정 사건사무규칙을 19일 관보에 게재한 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 1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사건사무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개정 사건사무규칙에는 크게 2가지 내용이 담겨 있다.
먼저 공수처가 기소권이 없는 사건을 수사한 결과 불기소 하는 경우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에게 관계 서류 및 증거물을 첨부한 사건송부서를 송부하도록 정한 규칙 제28조 2항을 삭제했다.
그리고 규칙 제42조(수사심의위원회 등)에서 수사자문단을 삭제, 수사심의위원회에 통합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공수처법 제3조 1항 2호는 공수처가 기소할 수 있는 대상을 ▲대법원장 및 대법관 ▲검찰총장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에 재직 중인 사람 또는 그 직에서 퇴직한 사람이 재직 중에 본인 또는 본인의 가족이 범한 고위공직자범죄 및 관련범죄로 제한하고 있다.
그리고 공수처법 제26조(수사처검사의 관계 서류와 증거물 송부 등) 1항은 '수사처검사는 제3조 1항 2호에서 정하는 사건을 제외한 고위공직자범죄등에 관한 수사를 한 때에는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지체 없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소속 검사에게 송부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법무부와 대검은 이처럼 공수처법이 공수처가 직접 기소할 수 있는 공수처법 제3조 1항 2호에서 정한 사건 외에는 수사를 마친 뒤 공수처검사가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무조건 서울중앙지검 검사에게 송부하도록 정하고 있는 만큼, 공수처가 불기소결정한 사건의 경우 관련 서류를 송부하지 않도록 한 개정 규칙은 상위법에 위반된다는 입장이다.
가령 조희연 교육감처럼 공수처가 기소권을 갖고 있지 않은 경우 불기소결정도 할 수 없다는 것이 법무부와 대검의 일관된 입장이다.
대검은 2021년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공수처 검사는 공소제기를 할 수 있는 사건에 한해 불기소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 법무부는 대검과의 협의를 거쳐 지난달 공수처에 사건사무규칙 개정안에 대해 "상위법인 공수처법에 어긋나므로 기소권이 없는 범죄는 모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야 한다"라며 반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공수처법 제26조 1항과 2항을 근거로 든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법 제26조 1항은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해 '공수처 검사는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지체 없이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에게 송부하여야 한다'는 규정이다.
또 공수처법 제26조 2항은 1항에 따라 공소권 없는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 검사가 공수처장에게 공소제기 여부를 통보하도록 한 규정이다.
법무부는 이 같은 법 규정이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처분권이 검찰에 있음을 명백히 보여주는 법 조항이라는 입장이다.
또 법무부는 이처럼 해석하지 않을 경우 재정신청 절차에 모순이 생긴다는 입장이다. 수사기관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관할 고등법원에 불기소 처분의 당부에 관한 재정을 신청하는 재정신청의 경우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즉시 공소를 제기해야 하는데, 공수처가 기소할 수 없는 사건에 대해 법원의 재정신청 인용 결정으로 기소권이 생기는 모순적인 결과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공수처가 기소권이 없는 사건의 경우 고소·고발인은 검찰청 검사의 불기소 처분이 있은 후에 항고 또는 재정신청을 통해 불기소 처분의 당부를 판단받아야 하며, 이를 위해 공수처는 공수처법이 정한 대로 스스로 기소할 수 있는 사건 외의 모든 사건의 수사 자료를 검찰에 송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공수처는 "개정 사건사무규칙은 공수처법 및 헌법재판소와 법원의 결정에 근거해, 제도 운영상 나타난 미비점을 보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공수처는 공수처법 제27조를 기소권 존재 여부와 무관하게, 공수처가 모든 수사 대상 범죄에 대한 불기소결정권을 갖는 근거 조항으로 들고 있다.
공수처법 제27조(관련인지 사건의 이첩)는 '처장은 고위공직자범죄에 대하여 불기소 결정을 하는 때에는 해당 범죄의 수사과정에서 알게 된 관련범죄 사건을 대검찰청에 이첩하여야 한다'는 규정이다.
또 공수처는 재정신청에 관한 공수처법 제29조를 또 다른 근거 조항으로 들고 있다.
공수처법 제29조(재정신청에 대한 특례) 1항은 '고소·고발인은 수사처검사로부터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한다는 통지를 받은 때에는 서울고등법원에 그 당부에 관한 재정을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공수처에 기소권이 있는 사건인지와 관계 없이 공수처가 불기소 결정을 통지하면 고소·고발인이 법원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는 조항이고, 이는 공수처가 해당 '불기소기록'을 보유하고 있음을 전제한 규정이라는 게 공수처 주장이다.
또 실무상 실제 공수처에 기소권이 없는 사건의 재정신청에 대해 법원은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공수처검사의 불기소처분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음'이라는 식으로 기각이유를 설시하고 있는데, 이는 공수처검사의 불기소처분이 적법하다는 전제애서 내린 결정이라는 게 공수처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공수처는 앞서 헌재가 "공수처 검사는 검찰청 검사와 같은 권한이 존재한다"라며 "직무수행에 있어 검찰청법 제4조에 따른 검사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밝힌 점을 근거로 들며 검찰청 검사가 갖는 사건처분권(기소 및 불기소처분 권한)을 공수처검사도 당연히 갖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수처와 검찰 간 권한을 둘러싼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특히 공수처가 사건사무규칙을 제정·공포한 직후부터 ▲'공소권 유보부 이첩'을 명문으로 규정한 제정 규칙 제14조 3항 1호 나목, 제25조 2항 ▲경찰이 검찰이 아닌 공수처에 구속영장을 신청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한 규칙 제 25조 3항 ▲공수처가 기소권을 갖지 못하고 수사권만 갖는 범죄에 대해 검찰로 사건을 송부하면서 불기소 결정을 할 수 있다고 정한 규칙 제28조 2항, 제31조 1항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왔다.
이 가운데 검찰과 가장 큰 갈등을 빚었던 공소권 유보부 이첩(조건부 이첩)의 경우 공수처는 기존의 입장을 포기하고 2022년 1월 규칙 개정을 통해 ▲처장이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하면서 수사 완료 후 사건을 다시 공수처로 이첩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 규칙 제25조 2항 단서 및 규칙 제14조 3항 1호 나목과 ▲다른 수사기관의 수사절차 진행 중지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 규칙 제24조 3항을 모두 삭제한 바 있다. 개정 규칙은 2022년 3월부터 시행됐다.
한편 이건 개정안에는 수사자문단을 폐지하고 이를 수사심의위원회에 통합하는 내용도 담겼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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