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용산 마음대로 ‘이종섭 수사 일정’ 정하나?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장관급 회의 개회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종섭 주호주 대사의 ‘도피성 출국’으로 인한 민심 악화에 놀란 국민의힘이 이 대사에게 귀국을 종용하면서 동시에 공수처에도 ‘즉시 소환을 통보하라’고 압박하자 공수처는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대통령실이 ‘고발 6개월 동안 수사도 하지 않았고, 출국 전 공수처 허락도 받았다’며 공수처 책임론을 정면으로 제기한 데 대해선 입장자료를 내며 적극 반박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전날 “공수처는 (이 대사에) 즉각 소환 통보를 해야 하고, 이 대사는 즉각 귀국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사 귀국을 종용하면서도 공수처에 ‘빨리 조사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하지만 ‘이 대사를 당장 불러 조사하라’고 요구하는 건 억지에 가깝다는 게 공수처 시각이다. 공수처가 이번 사건 첫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지난 1월이다. 공수처는 현재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등에게서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 중이다.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를 따지는 게 수사의 1차 목적인데, 그의 지시를 이행한 주요 인물들 압수물 분석과 직접 조사가 끝난 뒤에야 이 대사를 불러 따져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기관과 조사대상자가 조사 날짜를 협의하기는 하지만, 주로 수사기관이 주도권을 쥔다는 점에 비춰봐도 이런 요구는 이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최재훈)는 지난해 5~6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검찰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사받겠다며 자진 출석하자 “다른 관계자 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며 검찰청사에 입장도 시키지 않고 송 전 대표를 돌려보내기도 했다.

공수처는 이 대사 임명 소식이 알려진 지 사흘만인 지난 7일 그를 불러 조사했다. 그의 출국이 임박하자 급히 이뤄진 조사로 이 대사의 입장을 듣는 선에서 그쳐 사실상 조사로 보기 힘들다는 내부 평가가 나온다. 한 검찰 간부도 한겨레에 “수사 단계로 보면 이 대사는 마지막에 불러서 조사해야 하는 인물이다”라고 말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나오는 말 때문에 수사 일정이 왔다 갔다 할 수는 없다”며 “일정대로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18일 공수처가 필요 이상으로 장기간 수사하며, 부당한 출국금지를 이어왔다는 취지의 주장도 반복했다. 공수처 허락을 받고 호주로 출국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하지만 공수처가 지난 1월 이 사건 압수수색을 처음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사가 특별히 장기화하고 있다고 보기도 힘들다. 수사 시작 전 주요 피의자를 출국금지하는 것도 일반적이다. 공수처는 대통령실 주장에 “법무부에 출국금지 유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했다”며 ‘출국금지를 허락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입장자료를 내놨다.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여권의 주장은 피의자를 대사로 임명했다는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이야기”라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국정농단 특검 수사를 받을 때) 해외로 출장 다녀오려고 하자 윤석열·한동훈 검사 등이 포함된 수사팀이 바로 출국금지를 요청했다. (공수처의 이 대사 출국금지가 과하다는 주장은) 형평에 안 맞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특검 수사를 받던 2016년 12월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의 초청을 받았지만, 당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참여했던 특검은 바로 이 회장에 대한 출국금지를 요청했고, 법무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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