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상으로 찾는 마음의 평안' 주제로 설법…대중적 명상법 고안 중
명상 주제로 설법하는 진우스님 |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절에 들어온 지 벌써 50년이 훨씬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지금도 성질이 난다니까."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의 예상을 벗어난 고백에 17일 오전 조계종 총본산인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이 웃음바다가 됐다.
진우스님이 이날 마이크를 잡고 불자들 앞에 서서 마음을 다스리는 일의 어려움을 실토한 것은 함께 명상하자고 권하기 위함이다. 그는 국민 정신건강 증진에 도움이 될 선(禪)명상 프로그램을 고안 중이며 연내에 이를 공개할 계획이다.
진우스님은 '선명상으로 찾는 마음의 평안'을 주제로 이날 열린 특별법회에서 법사로 나서 괴로움의 원인과 명상이 왜 필요한지에 관한 지론을 펼쳤다.
좌선하는 스님들(2022.5.15) |
그는 살면서 겪는 괴로움에 대해 '이것이 있으니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기니 저것도 생긴다'는 뜻을 담은 '차유고피유 차생고피생'(此有故彼有此生故彼生)이라는 잡아함경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즐거움이 있으니까 괴로움이 있는 것이에요. 즐거움의 총량과 괴로움의 총량은 똑같습니다."
진우스님은 "아침에 해가 뜨면 해가 지는 시간이 생긴다. 태어나는 동시에 죽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내가 모를 뿐"이라며 인간이 느끼는 즐거움에는 반드시 괴로움이 따르고, 좋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나쁘다고 여겨지는 일이 따르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세상의 일이라는 것은 이처럼 인과(因果), 즉 원인과 결과로 얽혀 있는데 중생이 이를 깨닫지 못하고 좋은 것만 추구하다가 결국 괴로움도 함께 겪게 된다며 이런 구분을 넘어서야 한다는 조언인 셈이다.
진우스님은 "인과를 해결해야 업(業)이 사라진다. 그리고 고락(苦樂)이 사라져서 결국은 중도(中道)가 된다"며 이것과 저것, 즐거움과 괴로움을 모두 넘어선 차원으로 가면 제로, 즉 공(空)에 도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처님 앞에 선 진우스님 |
이런 경지에 도달하는 방법으로 마음을 고요하게 하는 일, 즉 명상을 꼽았다.
진우스님은 명상(冥想·瞑想)의 한자 표기 중 하나가 '감을 명'(瞑)과 '생각 상'(想)으로 돼 있는 것을 거론하며 "생각을 감아야 한다" 혹은 "마음을 고요히 하라"는 뜻을 담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명상을 통해 마음을 고요하게 할 수 있다면 그 외 나머지는 물이 흐르는 대로 두라고 당부했다.
"마음을 고요히 해야 업(業)이 사라지죠.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야 근심 걱정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보고 듣는 나머지 모든 것에 간섭하지 않는 게 좋아요. 눈이 올 때 눈이 오고 비가 올 때 비가 옵니다. 죽을 때 죽고 살 때 사는 것입니다."
사찰 대웅전 처마에 매달린 풍경 |
진우스님은 세상사를 "계절에 맡기고 햇볕에 맡기는 게 좋다"면서도 절밥을 50년 넘게 먹었지만, 이런 마음을 유지하는 게 사실은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는 "금방 참회할 수 있는 기술은 좀 생겼다"면서 "여러분들도 열심히 (명상을) 하다 보면 그런 기술이 생긴다"고 명상을 독려했다.
"속상한 일이 일어나도 금방 마음이 편안해지고, 나쁜 놈 봤다가도 '아이고 나쁜 놈이 아니구나' 하면서 금세 마음이 평안해져요. 자나 깨나, 서 있든지 걷든지, 어떤 행위를 하더라도 마음이 평안해지는 그게 바로 선정(禪定· 마음이 하나의 경지에 정지하여 흐트러짐이 없음)이고 명상이에요."
설법하는 진우스님 |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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