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충북선 청주공항역에서 열차가 출발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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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실 3량 달린 열차…“사람 별로 없어”
열차는 승객이 없어 늘 한산하다. 이 때문에 경제성이 없어 번번이 좌절됐다. 하지만 고속철도로 바꾸면 승객도 늘고 국토 균형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충북을 관통하는 충북선 철도 고속화 사업 이야기다. 이 사업은 착공도 하기 전에 사업비가 예타 면제 당시보다 5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지난 1월 17일 충북선 청주공항역. 제천행 무궁화호 열차에 10여 명이 올랐다. 이 노선은 대전역을 출발해, 조치원역을 지나 충북을 관통한다. 청주를 비롯해 증평·음성·충주를 거쳐 제천이 종점이다. 기관차에 달린 객실은 달랑 3량에 불과했다. 객실에 들어서니 좌석 72석 중 50석 이상이 비어있었다.
친구들과 제천 청풍호 관광단지를 간다는 손모(66)씨는 “열차를 탈 때마다 사람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며 “가족 여행을 갈 때는 주로 자동차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손씨는 증평역을 지나자마자 지정 좌석을 벗어나 한적한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종점으로 갈수록 자리바꿈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정차하는 역마다 인적이 뜸했다. 탑승객은 눈으로 헤아릴 수 있을 정도였다. 충주역에서 30여 명 정도가 탔지만, 음성역이나 주덕역에선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삼탄역에선 타고 내리는 사람이 아예 없었다. 역은 대체로 면 소재지나 도심을 벗어난 외곽에 있었다. 농경지와 시설 하우스, 영세 제조업체 공장 건물이 많았다.
청주 외곽에 있는 충북선 청주공항역은 역세권이 형성돼 있지 않다. 프리랜서 김성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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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 부족” 평가에도 예타면제 ‘동아줄’
충북선은 상·하행이 두 줄로 나뉜 복선 철로다. 그런데도 고속철이 다니지 않는다. 산악지형이나 곡선 구간을 지날 때마다 기차 속도가 줄었다. 충북선 청주공항역~제천역까지 열차를 타고 1시간 20분가량 걸렸다. 자동차로 이동하는 시간과 비슷하다. 제천역에서 만난 이모(72)씨는 “평택~제천 고속도로(2015년 개통)가 뚫리면서 청주에서 충주·제천을 가는 교통이 철도와 자동차로 분산된 것 같다”며 “출퇴근 시간대를 뺀 한낮엔 충북선을 타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용객이 적은 노선에 수천억 원을 쏟을 수 없다” “우린 평생 느림보 열차만 타야 하나”. 2011년께 시작된 충북선 고속화 사업을 둘러싼 논쟁의 승자는 경제성이었다. 서는 역마다 썰렁한 충북선을 고속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충북사람 말고는 없는 듯했다. 수치가 이를 뒷받침했다. 수차례 도전 끝에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 선정됐지만, 2017년 ‘비용대비 편익(B/C)’이 0.37로 나왔다. 1만원 투입 시 경제 효과가 3700원이라는 의미다.
충북선 철도 고속화 사업은 2019년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서 면제됐다. 충북도는 이 철도가 고속화하면 강호축(강원~충청~호남)이 연결돼 지역균형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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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축 고속철도망 완성…충북 최대 수혜자” 환호
문재인 정부는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었던 충북선 고속화에 동아줄이 됐다. 충북도는 예비타당성 면제가 핵심인 2019년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선정에 공을 들였다. “충북만 좋은 사업이 아니다”라는 균형발전 논리가 강조되더니 “호남~충청~강원을 직통으로 연결한다. X축 국가 고속철도망 완성”이라는 말이 보태졌다. 그해 예타 면제가 확정되자 충북은 환영대회를 열어 “충북이 최대 수혜자가 됐다”고 환호했다.
충북선 고속화 사업은 선거때마다 단골 공약이었다. 이시종 전 충북지사가 2018년 지방선거때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조길형 충주시장도 3선 출마할때 충북선 고속화 조기 추진을 약속했다. 이번 총선에서 충주에 출마하는 이종배 후보도 조기 추진을 다짐했다.
충북선 고속화 상업은 예타면제 4년이 지났지만, 상황은 별반 나아진 게 없다. 2019년 10월 KDI(한국개발연구원) 내놓은 충북선 고속화(청주공항~제천) 적정성 검토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청주공항역 일평균 이용객 수는 234명이다. 2022년 철도통계연보에 나온 청주공항역 이용객 수는 하루에 273명이다. 5년 동안 증가율이 16%에 불과하다.
충북선 고속화 사업 예타면제 발표 두달 뒤인 2019년 3월 충북 제천시를 찾은 이시종 전 충북지사가 제천역 경유를 촉구하는 시민에게 항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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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객 증가 더뎌…‘제천 패싱’ 갈등도
같은 기간 증평역은 578명에서 596명으로 증가율은 3%로 나타났다. 충주역은 1597명에서 2055명으로 28% 증가했다. 하지만 2021년 개통한 중부내륙선 고속열차(충주역) 이용객 수를 더한 것으로, 이를 제외하면 증가율은 9%로 확 낮아진다. 충북선 무궁화호 열차가 정차하는 대부분 역이 비슷한 상황이다.
충북선 고속화 사업은 기존 청주공항~제천(봉양)까지 87.8㎞길이 노선을 개량하는 사업이다. 일부 구간 직선화를 통해 열차 최대 속도를 시속 120㎞에서 230㎞까지 높이는 게 골자다. 이 구간 이동시간이 30분 이상 단축된다. 사업 예산은 2019년 예타 면제 때 발표한 1조5000억원에서 최근 2조원 규모로 5000억원 가까이 늘었다.
이 사업은 예타면제 직후 노선을 놓고 갈등을 빚기도 했다. 제천에서는 도심에 있는 제천역을 놔두고 봉양역이 고속화 종점으로 선정되자 “제천 패싱”이라고 반발했다. 충주에선 계획에 없던 동충주역 신설과 일부 주민이 노선을 바꿔 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이 같은 주장은 정부 노선안이 나오면서 잠잠해진 상태다. 충북도 관계자는 “충북선을 고속화하면 목포~충북~강릉을 가는 시간이 기존 5시간 35분에서 3시간30분으로 단축된다”며 “현재 이용객이 적은 것은 사실이나 충북 지역 내 이동 편의와 국토균형발전을 돕는 측면에서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천=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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