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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물가와 GDP

'좀처럼 안 잡히는 美물가'…시장 출렁, 옅어지는 '6월 인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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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하이오주의 한 공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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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지난달 생산자물가가 소비자물가에 이어 시장 예상을 웃돈 강세를 띠었다. '끈적한 물가' 양상이 뚜렷해지면서 주식·채권 시장 등도 출렁였다. 6월 중 금리 인하를 내다보던 시장의 기대감은 옅어지는 모양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6% 상승하면서 시장 예상치(0.3%)를 훌쩍 넘겼다. 지난 연말 주춤했던 PPI는 1월(0.3%) 반등에 이어 두 달째 상승세를 그렸다. 에너지·식품 등을 제외한 근원 생산자물가도 전월보다 0.4% 오르면서 전망치(0.2%)를 웃돌았다. 도매 물가로도 불리는 PPI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만큼 당분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이어지는 셈이다.

앞서 12일에 나온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전년 동월 대비 3.2% 오르면서 예상치(3.1%)를 상회했다. 지난해 6월부터 3%대 상승률을 꾸준히 지키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 조건으로 내세우는 물가 목표치인 2% 수준까지 갈 길이 먼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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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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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국제유가마저 인플레이션 둔화를 가로막는 모양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유(WTI) 4월 인도분 가격은 전일 대비 1.54달러 오른 배럴당 81.26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초 이후 넉 달 만에 80달러 선을 넘어섰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기존 전망을 뒤집고 올해 석유 공급이 계속 부족할 거란 경고를 내놓은 여파다.

미국 '피벗'(통화정책 전환)의 또 다른 변수인 소비·노동 지표는 다소 엇갈렸다. 이날 발표된 2월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0.6% 늘었다. 한 달 만에 '플러스'(+)로 반등했지만, 시장 전망치(0.8%)보다 부진한 수치다. 반면 지난주(3~9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일주일새 1000건 줄어든 20만9000건으로 집계됐다. 예상치(21만8000건)를 하회하는 것으로, 고용시장은 여전히 견고했다.

주요 경제 지표들이 경기 둔화와 반대로 움직이자 금리 인하 시점은 뒤로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일주일 전 74%를 넘었던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한국시간으로 15일 12시 60% 수준으로 떨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인플레이션과 실업수당 관련 데이터는 Fed 인사들이 금리 인하를 늦출 더 많은 이유를 제공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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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의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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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일제히 0.3% 안팎 하락하면서 장을 마감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일 대비 0.1%포인트 오른 4.29%를 기록했다.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1973년=100)는 하루 새 0.56% 오른 103.36을 찍었다.

채권값이 하락(채권금리 상승)하고, 달러값이 다시 뛰자 한국 금융시장에도 여파가 미쳤다. 15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91% 급락하며 2666.84로 마감했다. 2700선을 돌파한 지 하루 만에 2600대로 밀려났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1조1000억원어치 순매도한 영향이다. 달러당 원화값도 12.9원 내린(환율은 상승) 1330.5원으로 장을 마쳤다.

다음 주(현지시간으로 19~20일) 열릴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커졌다. 금리 동결(현재 5.25~5.5%)은 확정적이지만, FOMC 점도표(기준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도표)와 제롬 파월 Fed 의장의 발언 수위 등에 따라 인하 시점이 또 한 번 출렁일 수 있어서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물가 압력을 낮춰줄 만한 요소들이 보이지 않는다"며 "FOMC에서 인플레이션 경계심이 강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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