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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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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즌 만에 봄배구 초대장 받아든 정관장의 원동력, 포지션 다른 네 코칭스태프의 ‘조화로운 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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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프로배구 정관장은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두고 4라운드를 마쳤을 때 승점 11승13패, 승점 36으로 4위에 머물러 있었다. 승률은 채 5할이 안 될 정도로 경기력의 기복이 심했다. 당시 3위였던 GS칼텍스(승점 43, 15승9패)와의 격차로 커서 올 시즌도 봄 배구는 쉽지 않은 분위기였다.

약 2주 간의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에 무슨 마법이 부렸던 것일까. 올스타 브레이크를 마치고 돌입한 5라운드부터 6라운드 현재까지 정관장은 무려 9승1패를 거두며 2016~2017시즌 이후 7시즌 만의 봄배구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 7일엔 4위 GS칼텍스를 만나 3-0 셧아웃 승리를 거두면서 준플레이오프의 가능성마저 삭제시키며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따냈다.

정관장의 놀라운 반전 뒤에는 고희진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조화로운 협업’이 있었다.

정관장의 감독, 코치진을 살펴보면 눈에 띄는 게 있다. 4명이 모두 다른 포지션 출신이라는 점이다. 고희진 감독은 현역 시절 삼성화재 왕조의 코트 가운데를 든든히 지킨 미들 블로커였다. 이숙자 코치는 이효희(現 도로공사 코치), 김사니(前 IBK기업은행 코치)와 더불어 국가대표 세터 자리를 나눠맡은 명 세터 출신이다. 이강주 코치는 리베로와 아웃사이드 히터를 오가며 수비에 일가견이 있는 선수였고, 막내 김정환 코치는 왼손잡이 아포짓 스파이커이면서도 리시브에도 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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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왼쪽), 고희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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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각기 다른 포지션 출신들의 코칭스태프들이 만나 각 포지션별로 선수들을 훈련시키고, 이를 고희진 감독이 총괄해 팀을 만든 결과 정관장은 그토록 바라던 봄배구에 7시즌 만에 복귀할 수 있었다.

고희진 감독은 팀 전체를 아우르는 역할을 함과 동시에 팀의 미들 블로커인 정호영, 박은진을 끊임없이 조련했다. 지난 7일 GS칼텍스전을 마치고 만난 정호영이 “감독님이 3세트 경기면 75번을 조언할 정도로 득점 하나 날때마다 저랑 은진 언니한테 이야기를 하신다”라고 할 정도로, 정호영과 박은진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현역 시절 수준급 리베로였던 이강주 코치는 수비 라인을 책임지고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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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왼쪽), 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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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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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장 화력의 중심인 지오바나 밀라나(등록명 지아),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의 훈련은 김정환 코치 전담이다. 특히 시즌 중반 들어 슬럼프에 빠져있던 지아의 공격력을 천지개벽으로 수준으로 변화시킨 게 김정환 코치 작품이다.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 동안 지아는 팀 훈련에 앞서 먼저 나와 김 코치와 공격 자세나 타법 등을 개조했다. 김 코치는 “보통 외국인 선수들은 팀 훈련 이외의 훈련을 하기 싫어할 수도 있는데, 지아는 정말 성실하게 훈련에 임했다”면서 “지아가 공격들어가는 타이밍이 너무 빠르다보니 공을 자꾸 뒤에 놓고 때리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타이밍을 잡아주려고 노력했다. 게다가 지아가 공을 때리는 미팅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본 훈련 전에 벽에 미팅을 계속 하게 시키면서 알려주고 했던 게 큰 효과를 발휘했다”고 설명했다. 김 코치와의 훈련 후 지아는 5라운드에 135득점, 공격 성공률 46.72%로 올 시즌 최고의 라운드를 보냈다. 6라운드 4경기에서는 112득점, 공격 성공률은 무려 50.97%에 더 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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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자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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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터 염혜선의 기복을 줄인 것은 이숙자 코치의 공이 크다. 고 감독은 동갑내기인 이숙자 코치에게 경기 전 “(염)혜선이랑 같이 뛴다고 생각해야 한다”라고 주문하곤 한다. 이숙자 코치는 “혜선이랑은 거의 한 몸으로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현역 시절 염혜선과 함께 국가대표에서 같이 뛰기도 했던 이숙자 코치는 염혜선과 함께 의 다양한 부분을 바꿀 것을 주문했다. 이 코치는 “스텝 하나, 손과 팔의 위치, 타이밍, 힘쓰는 법 등 자잘자잘한 부분을 꽤 수정했다. 보시는 분에겐 딱 티가 안날 수 있지만, 혜선이가 조금씩 수정한 부분에서 효과를 보면서 자신의 기량을 믿고 자신에 대한 확신이 생기게 되니 기복도 적어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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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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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터로서의 기량은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선수임에도 다소 기복이 심했던 염혜선이 달라질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올 시즌을 앞두고 치러진 아시안게임을 참가하지 않았던 것도 한 몫했다는 게 이 코치의 분석이다. 지난 7일 GS칼텍스전을 마치고 염혜선 역시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뛰지 않았던 게 지금 시즌을 치르는 데 있어서 체력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코치는 “혜선이가 정관장에 온 이후 비시즌 동안 팀에서 훈련을 한 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매년 대표팀 일정을 많이 소화했다. 그런데 이번 시즌은 팀 훈련에 참가할 시간이 생겼고, 그때 트레이닝 파트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시켰다. 여기에 혜선이뿐만 아니라 (안)예림이, (김)채나까지 손목이나 전완근 등 세터들에게만 필요한 보강 훈련도 더 늘렸다. 그러다 보니 혜선이가 예전보다 몸에 힘이 더 붙었다”면서 “발 모양이나 스텝, 손 잡는 위치 등 힘쓰는 법을 알려줄 때 예전에는 체력이 잘 안 되어있다보니 잘 안됐는데, 올 시즌에는 몸 만들 시간도 충분했고, 소통하고 연습할 시간도 충분하다 보니 부족한 부분이 잘 교정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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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스태프 네 명의 조화로운 협업 속에 7시즌 만에 봄배구 초대장을 받아든 정관장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분명한 것은 1,2위인 현대건설보다 흥국생명보다 지금 분위기만 보면 정관장이 더 뜨겁다는 사실이다. 현역 시절 ‘삼성화재 왕조’의 일원으로 무수한 봄배구를 치러본 고희진 감독은 “단기전에는 누구보다 자신있다. 상대 감독과 상대 세터가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어떤 것을 하려하는지 잘 알고 있다. 더 큰 무대에서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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